시가 되는 풍경

날마다 앞을 가로막고 선 저 산을 넘고 싶다

by 임다래

큰 바위 얼굴



채 영글지 않은 애호박 하나 따서

호박잎으로 고이 감싸 내미는 어머니


날마다 앞을 가로막고 선 저 산을 넘고 싶어요


이마가 뜨거워졌구나

아가야, 어서 일어나 다시 시작해보렴

괜찮으니 어디건 뻗어 가거라

새로운 길을 만들며 나아가거라


허방다리 짚을 때면 여지없이 생채기가 나겠지

손잡아주는 이 없어 뾰족한 가시 돋아날 테지만

아서라, 누군가 찌르려다 네가 먼저 다칠라


품속 파고드는 뿌리들 안으려면

저 산은 우뚝 솟아야만 하는 거라


가로막은 것들을 우러르다 보면

어느새 굽이굽이 뻗어 가고 있을 거라

어디건 돌아 넘어 흘러가고 있을 거라


제 난 잎에 감싸야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 거라며

호박잎처럼 열두 폭 마음으로 감싸 안으라는



- 시집 "수상한 평행이론", 도서출판 애지_ '큰 바위 얼굴'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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