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버거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약속한 동행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뒤를 돌아본 순간,
입구 옆 의자에 앉아 있던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동행..?"
나는 그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봤다.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아마 그때 내가 그에게 첫눈에 반한게 아닌가 싶다.
그는 흰피부에 흰티셔츠를 입고있었다.
운동을 많이 한 듯 몸이 다부졌고, 어깨도 넓었다.
어쩐지 교포같은 분위기도 풍겼다.
웨이터가 자리를 안내하자 내 뒤에 있던 그는 어느새 내 앞에 있었고 나는 그를 따라갔다.
우리는 대표메뉴인 캐피탈 버거를 주문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미술관까지 걸어오느라 초췌해진 내 얼굴을 보고 그는 농담처럼 말했다.
"여행 와서 즐거운 사람이 아닌, 마치 야근 마치고 온 직장인 같아요"
나는 대답했다.
"저 사실, 채팅할 땐 여자분인줄 알았어요. 심지어 저보다 언니일거라 생각했는데.. 카톡 아이디가 남자 이름이라 오면서 놀랐어요"
내 얘기를 들은 그는
"아, 저는 물어보지 않으시길래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글에 성별 상관없다고 적으셨잖아요"
그렇다. 내가 혼자 오해했던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워싱턴 동행 구하는 글을 올렸을 때 다른사람이 먼저 채팅을 보낸 적이 있었다.
자신을 30대 후반 남자라고 소개하며, 전체동행이든 부분동행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당시에 뉴욕과 워싱턴 두곳을 올려놨던 나는 뉴욕인지 워싱턴인지 물었고, 그는 두곳 다 동행을 원한다고 했는데 이때부터 느낌이 좀 이상해서 그분의 일정을 물어보며 입출국 날짜를 물어봤는데, 본인은 워싱턴에 살고있고 일정은 뚜렸하지 않고, 동행이 구해지면 그때 조율해서 맞춘다고했다.
모든 일정을 상대에게 거의 맞추다시피, 그리고 워싱턴에 거주하면서 워싱턴 동행을 구한다는게 썩 이상해서 더 이상 채팅을 이어가진 않았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의도치않게 남자 동행을 구해버린 나는 그때의 상황을 얘기하며 수상한 사람이지 않냐며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 경계심에 앞서 동일인물 아니냐고 그에게 얘기했다.
그는 오히려 나를 보며 웃었다.
"사실 저도 좀 긴장했어요. 채팅에서 너무 적극적이고 일정도 이미 다 짜여있고, 혹시 이상한 분일까 걱정했거든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했음을 고백하며 조금씩 긴장을 풀어가며,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무서워서 그런데.. 개인적인 질문 몇 개 해도 돼요?"
그는 내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해주었다.
그와의 대화속에 첫인상에서도 느꼈지만 묘하게 말투에서 교포느낌이 났다.
그는 미국에서 살고있고, 휴가로 보스턴과 워싱턴 여행을, 그리고 뉴욕에 다녀올거라고 했다.
대화는 자연스레 나이 얘기로 흘러갔다.
그의 카톡 아이디 숫자가 태어난 연도같아서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내 나이를 묻길래 내가 맞춰보라 했는데, 그는 본인 나이보다 한살 많게 얘기해서 내가 평생 안 알려줄거라고 장난을 쳤지만 바로 알려주었다.
나는 내 나이보다 3살 많게 말한 죄로 워싱턴에서 쓸 교통카드 사는법을 도와달라고 하니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워싱턴은 관광지가 거의 몰려있어서 교통수단 이용을 아예안하고 걸어다니려고 했는데, 뉴욕과는 다른 워싱턴 분위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것 같았고, 내가 구한 숙소 위치를 그에게 보여주며 혼자 밤에 걸어가도 괜찮을거같냐고 물어봤다.
그는 왜 그쪽으로 잡았냐고 좀 멀리 떨어져있다고 했다.
숙소에 가보지도 못하고 숙소 에어컨도 고장나고 분위기도 뉴욕과 너무 다른데 밤에 혼자 숙소에 갈 생각에 너무 겁이나서 계속 걱정하니, 그가 숙소까지 데려다준다고했다.
그 말을 들으니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도 휴가로 여행을 온 것뿐인데, 어쩌다 이런 동행을 만나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쓴다는게 미안해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버거를 먹으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워싱턴 이후에 뉴욕에 간다는 그에게 나는 나처럼 뉴욕이 처음인줄 알고 내가 알고있는걸 다 알려주려 했지만, 그는 이미 전에 뉴욕에 다녀온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커피 중에서 라떼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도 라떼를 좋아한다길래 나는 뉴욕에 라떼 맛집으로 유명한곳이 있어서 가봤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라고 말했더니 그도 같은집에서 먹어봤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있었었다.
그와 내가 같은 평가를 했다는 사실에 공통점이 생기면서 재미있었다.
식사를 다 하고 화장을 고치려 꺼낸 나의 파우치를 보고 그는 귀엽다고했다.
그러면서 본인 집 티브이장에 귀여운 크리스탈 피규어를 전시해둔다고 했다.
듬직한 외모와 달리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모습이 상반된 매력으로 내 눈에는 귀엽게 보였다.
우리는 2시에 예약된 의회의사당 투어와 도서관을 가기 위해 레스토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