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의 경계는 왜 서로를 잠식하고 있을까

3D 로띠 내재화 과정에서 체감한 '디자인 바운더리 붕괴'

by 박진희

3D Lottie 내재화는 저에게 거의 숙원사업에 가까웠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내부 역량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영역이었습니다. 올해 초 새롭게 합류한 두 분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이 과제를 본격적으로 붙잡았습니다. 툴을 바꿔가며 실험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After Effects부터 다양한 3D 기반 툴까지 테스트했고, 파일 변환과 퍼포먼스 이슈로 몇 번이나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결국 내부에서 설계–제작–변환–적용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완성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동시에 모션 디자이너 채용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진행하며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모션 디자이너 지원자분들 상당수가 '이미 완성된 UI로 모션만 돌리는 역할은 원하지 않는다', 'UI 디자인까지 함께 하고 싶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정말 직무의 경계가 서로를 잠식하는 시대구나"


예전 같으면 UI 디자이너, 모션 디자이너, 인터랙션 디자이너의 역할이 비교적 분리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한 사람이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것이 당연한 기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단지 디자인 영역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생성형 AI 이후, ‘생성’이라는 행위가 특정 직군의 고유 영역이 아니게 되면서 직무의 바운더리는 더욱 빠르게 흐려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개발을 배우고, 누군가는 디자인을 확장하고, 누군가는 기획을 넘어 데이터까지 다룹니다. 역할은 나뉘어 있지만, 역량은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대체 불가능해질까?"


조금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뺏기지 않으려면 남의 영역을 이해하고 확장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가만히 경계를 지키는 사람보다, 경계를 넘는 사람이 살아남는 구조. 물론 이것이 단순한 ‘경쟁’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결국은 확장성과 통합적 사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3D Lottie를 내재화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 시스템이 완성되었다는 점보다, 디자인 직무 자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직함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역할은 계속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아마 더 빨라질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무료 웨비나] 앱 개발 및 기술 스택 선택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