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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Mar 20. 2023

사업자단체를 운영하면 담합이나 카르텔이라고?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심으로

  뉴스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담합이나 카르텔(Cartel, Kartell)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 일상과 관련이 있는 시중은행, 통신사, 제과점, 교복업체에도 담합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담합(카르텔)이 일부 대기업들 간에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가격) 협정 정도로 여겨진 반면, 최근에는 사업체나 사업자단체가 사업내용과 사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부분의 행위들이 담합이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실무에서는 경쟁사업자들 간의 분쟁이나 사적 다툼에서 파생되는 무분별한 담합신고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로 인해 적법하게 운영되는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들까지 공정거래법위반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담합 및 카르텔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총 9가지 행위로 나열하고 있으며, 제51조 제1항은 사업자단체에 대하여도 ‘부당한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사업자나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가 인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 과징금 등의 행정적 제재가 부과되고, 재산상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은 물론,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1.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가격카르텔)

2.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거래조건카르텔)

3.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수량카르텔)

4.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시장분할카르텔)

5. 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설비제한카르텔)

6. 상품의 생산 또는 거래 시에 그 상품의 종류·규격을 제한하는 행위(상품의 종류 및 규격제한카르텔)

7. 영업의 주요 부문을 공동으로 수행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회사 등을 설립하는 행위,

8. 입찰담합

9. 그 밖의 행위로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제한하는 행위이다.


「공정거래법」 제51조 제1항

1. 제40조제1항 각 호의 행위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2.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현재 또는 장래의 사업자 수를 제한하는 행위

3. 구성사업자(사업자단체의 구성원인 사업자를 말한다. 이하 같다)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

4. 불공정거래행위 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방조하는 행위





  얼마 전 필자가 직접 처리한 사건 중에서도 협의회(컨소시엄) 운영 및 활동이 담합(카르텔)으로 오인받아 오랜 기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느라 곤혹을 치르는 사례가 있었다. 의뢰인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하수처리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사업체들로 구성된 협의회였는데, 경쟁사업자로부터 신규진입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담합신고를 받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협의회 및 구성사업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진행한 후 자료제출을 계속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협의회 측에서는 업무특성상 사업체들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고, 경쟁사업체 측에서 좋지 못한 이유로 담합신고에 이른 사정을 토대로, 과징금과 형사처벌이라도 면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위 사건에서 필자는 협의회 설립에 법령상 근거가 분명한 점을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밝혀내고, 협의회 운영에 있어서도 관할 지자체로부터 사실상의 행정지도가 있었으며, 협의회 활동은 ‘사업자단체활동지침’의 수권 범위 내의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협의회 운영에 따른 경쟁제한효과가 극히 미미하고, 협의회 운영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편의가 증진되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증명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조속히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주저하여 협의회 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우려되었는데, 이에 필자는 협의회와 경쟁사업자 간의 입장을 조율하여 서로 간에 합의를 이끌어냈고, 결국 경쟁사업체의 민원철회 의사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심사절차종료통지(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위 사건에서 의뢰인은 사건의 결과를 떠나서 단 한 번의 민원제기로 인해 현장조사 및 사업자료 제출에 일일이 대처하면서, 시정조치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명령 등의 불이익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고통의 긴 시간을 보내야만 하였다. 실무에서는 사업체들 간의 사적 분쟁을 담합이나 카르텔 사건으로 무분별하게 확대시키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에서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조사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기본지침이나 절차규정을 생략한 채 여러 사업체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만으로 사업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법 제40조 제2항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예외규정 및 인가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공동행위로 인가받을 수 있는 사유로는 ➀ 불황극복을 위한 산업구조조정, ➁ 연구·기술개발, ➂ 거래조건의 합리화, ➃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있다(공정거래법 제40조 제2항).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인가요건을 상당히 엄격하게 운용하고 있고, 현재로서는 인가를 받아 시행되고 있는 공동행위가 없어, 실무에서는 담합 예외규정 및 인가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업특성이나 업계 관행을 도외시한 채 공정거래법에 따른 원칙만을 지나치게 고수한다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에게 불리함을 극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결과적으로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높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도 무분별한 담합신고로 과중한 행정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외부기관에 ‘공동행위 규제 적용 제외 및 인가제도 관련 연구’를 의뢰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담합이나 카르텔과 관련된 법위반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노력도 지속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도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어떠한 행위가 담합인지, 아니면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근거가 될 수 있는 규준(規準)이 신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담합이나 카르텔규제 및 당사자들의 권리구제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제법의 기본원리를 기반으로 법령과 지침, 해석기준을 체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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