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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칭찬도 소화하는 자신감

by 사과꽃


지역신문에 처음 글을 실은 4년여 전이다. 벙벙했다. 뭔가 변할 줄 알았던 거다. 한대 어떤 변화도 영향도 없었다. 그저 제 만족이었다. 첫 칼럼이 실린 날 아이와 아빠가 케이크에 불을 켜고 거실로 들고 나와 깜짝 놀랐다. 이어지는 축하 말에 더 놀랐다. 합창으로 "작가 등단을 축하합니다." 했다. 하하 호호 사는 재미였다



몇 년이 흐르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처음으로 부크크에서 책을 냈을 때도 우리끼리 즐거웠다. 공모전에서 입상했던 글도 모아 용기 내서 만든 책이었다. 이어서 묶은 책은 몇 달째 덮어두고 있다. 30여 년 근무를 기념하며 스스로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다. 마음속에 남아있던 시간을 풀어서 정리한 이야기다. 그랬는데 숨겨놓는 이유가 뭘까.



그러고 보니 나이 들면서 홀로 가는 길을 차근히 짚어 오는 모습이다. 몰랐는데 글을 쓰는 작업도 그중의 하나인 듯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한다. 직장 에피소드여서 그럴까? 책 '보내지 않은 시간'의 첫 '시작하며'와 '마치며'에 분명히 밝히기는 했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보내지 못한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함이라고. 그래서 그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다고. 그러니 혹여 상처 입는 이가 없길 바란다고. 그래놓고도 나누지 못하고 절친 몇에게만 줬다.



두 번째로 마음에서 올라오는 질문에 답할 차례다. 그럼 칭찬은 왜 싫은가? 과한 칭찬이어서 그렇다. 지나친 칭찬은 뭔가 다른 맘을 가진 이들에게서 나타났다. 넘치는 치사를 하지 않아도 과한 덕담을 하지 않아도 할 일은 해준다. 그들이 필요한 도움은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도가 넘치는 표현은 불편하다. 과한 칭송에 기분이 나빠진 건 그런 말을 나이 든 분이 할 때 더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배움의 높낮이 없이 말은 누구나 평생토록 배워야 함을 느꼈다. 과한 칭찬으로 부담을 주진 않나 돌아볼 일이다.



과하게 자신이 없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닌 듯하다. 자신감은 누가 칭찬하고 치켜세운다고 높아지는 건 아니다. 노력한 결과로 생기는 자신감은 그 결과를 스스로 인정해야 자기 자신감이 된다. 칭찬이 놀림처럼 들리는 것도 자신감이 부족해서 생길 수 있. 칭찬도 과하지 않아야 미덕이겠지만 과한 칭찬도 소화할 수 있는 자신감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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