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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시험대에 서며!

by 사과꽃


누군가는 다가오는 주말에 승진 시험을 치러 가지만 누군가는 활터에 집궁례가 있다. 집궁례에 참석해야 하는 1년 선배로서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앞 주까지만 해도 소일하듯 활터를 드나들었지만 이번 주는 느낌이 다르다. 궁례 역시 큰 시험 무대다.


지난해만 해도 집궁례를 따로 열지 않더니 올해는 한다. 처음 활에 입문한 신사들이 선배 접장들 앞에서 처음 활을 놓는 자리다. 돼지머리 떡 과일 차려서 제도 올린다. 5발을 차고 나서서 그 5발을 다 명중시키는 몰기를 못하여 여전히 초보 궁사지만 올해 새 신사들이 들어왔기에 한 기수 몰려 올라간 선배다. 부담이 크다.


동시에 시선을 받을 것이므로 형편없이 활을 놓을 수는 없다. 명중은 못해도 기본기는 다져야 하는데 기량이 들쭉날쭉하여 신경도 쓰이고 의무감도 생긴다. 마치 시험을 앞둔 마음 같다. 선배들이 뚫어냈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니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승진 시험처럼 부담이다.




시험 치러 가는 후배에게 여러 가지 조언하여 마음이 무겁다. 절박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말하라,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내 능력을 스스로 검증한다는 마음으로 임해라. 이런 말을 했으니 미안해진다. 나 역시 수험생이 되어 해가 진 활터에 가면서 그 마음을 다져본다. 욕심내지 말고 겸허하게 아는 만큼 집중하여 활을 놓자.


작년에 수료하고 1년 여를 활터를 찾았다. 배운 이론은 매 순간 사대에 설 때마다 잊는다. 시를 잘못 놓아 팔을 치기도 하고 피를 보기도 한다. 잘못 움켜쥔 줌손을 얼마나 세게 쥐었던지 엄지 검지 주먹 사이 살이 터져 피가 뚝뚝 떨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어딘가에 몰두하여 뭔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렇게 치열하고 처절한 일인가 보다.


엊그제 토요일에 줌손이 터지고 딱지 앉은 곳을 오늘 가면 또 벌어질지 모르겠다. 다만 좀 전에 잘난 척했던 그 오만함을 스스로에게 비춰보며 겸손해야지 한다. 배운 이론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적용하는 거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어깨를 내리고 활을 당긴다. 왼손 줌손은 태산이 무너져도 놓지 않겠노라 꼭 힘주어 쥐고 민다. 오른손 검지 엄지를 꼬아서 팔뚝을 뒤로 빼는 힘으로 시를 놓는다.


시를 튕기듯이 놓으면 안 된다. 오른손을 위로 떼거나 왼손을 덜 밀면 분명 활은 또 상처를 남긴다. 활은 무기다. 활터를 방문하면서 묵례로 예를 갖추고 활을 놓기 전에도 활 배웁니다 라는 예를 갖추는 이유가 있다.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으로 정착한 활은 그래서 선례후궁이다. 예가 먼저이고 거궁은 후다. 겸손한 마음으로 야사를 놓으러 간다. 처음 입문하듯 배운 대로 시를 놓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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