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자리에서 나를 세우다

익숙하지 않아도, 오늘을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

by 이말리
나는 오늘도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흔들린다.
정해지지 않은 내 마음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
하지만, 이 불완전함 속에서 조금씩 나를 세워가는
그 ‘과정’이야말로
내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다.


들숨, 그리고 내쉬는 숨.

아주 오래전, 처음 강단에 올랐던 날을 떠올린다. 내 심장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속삭였다. '이 길이 내 천직이구나.' 아주 작은 떨림과 함께, 나는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15년이 흘렀다. 교단을 떠나 사업을 시작했지만, 나는 스스로를 여전히 '선생'이라 여겼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집착, 그것은 의무이자 때로는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멩이였다.

사업적으로 손해를 보는 순간에도 그 신념만은 쉽게 놓지 못했다.


이불을 정리하는 손끝, 창문을 닦고 방 안에 들어온 햇살의 냄새, 웰컴 하우스의 떠들썩함, 손님이 떠난 후 남겨진 고요함.


'숙박업 사장'이라는 새로운 이름.

내 마음 한편에는 분명한 바람이 있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정화하고 회복하게 하고 싶다는.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했다. 청소하고, 정리하고, 조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 간절한 바람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아침마다 깊은숨을 들이마신다.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이 길이 정말 내 길인가?

내 마음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무심히 스쳐가는 구름처럼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씩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내 안의 흔들림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나는 왜 이 자리에서 또 글을 쓰는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나는 오늘도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내 안의 조용한 동요를 따라, 미세하게 떨리는 공기마저 귀 기울인다. 내쉬는 숨결에 실려 떠나는 생각들, 잠깐 멈춘 정적 속에서 나는 나와 다시 만난다.


흔들림.

그 안에는 두려움도, 희망도,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도 있다.


여전히 헤매는 나, 그리고 우리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는가? 누군가 "요즘 뭐 하세요?"라고 물으면 잠깐 멈칫하게 되는. "음... 숙박업을 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정말 그냥 숙박업자일까?" 싶은 이상한 기분.


명상을 수십 년 해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명상 중에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맞나?" 하는 생각들이 계속 올라온다. 그냥 그 생각들을 바라만 보라고 하지만, 가끔은 그것도 지겹다. 왜 이렇게 자주 흔들리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서 이런 애매한 자리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선생'도 '사업가'도 뭔가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기에는 용기도 확신도 부족하고.


마음이 흔들릴 때, 나는 내 호흡에 집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항상 되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호흡에 집중하다가도 "아,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지?" 싶어서 그냥 포기하고 일어나 버린다. 그럴 때마다 '명상 잘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들숨과 날숨 사이, 그 잠깐의 정적. 가끔 정말로 평화로운 순간이 온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시간이 지나간다는 느낌이다. 호흡을 관찰한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게 명확해지는 건 아니다. '나는 선생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나는 사업가가 되었다'는 생각도, 여전히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바라보는 '나'는 대체 누구일까? 그 '나'는 정말 조용하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 뿌리를 더 깊게 내리듯 나 역시 흔들림 속에서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여전히 찾고 있는 의미

예전에는 '세상을 바꿀 만큼 큰일'을 해야만 내 존재가 증명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언젠가는 큰일을 해낼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사실 그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작은 공간을 운영하고,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만들어낸 그럴듯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거창한 꿈을 꾸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이 애매한 자리에서 조금 더 솔직하게, 조금 더 진실하게 살아보고 싶을 뿐이다.

뭔가 대단한 걸 해야 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은 그런 마음.


그래도 여기 서 있는 우리

사실 나는 아직도 '선생'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가끔 누군가 조언을 구하면 괜히 신이 나서 길게 설명하려 한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싶어서 민망해진다.

'숙박업 사장'이라는 이름도 여전히 어색하다. 어떤 날은 이 일에 보람을 느끼지만, 어떤 날은 그냥 생계를 위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애매함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게 정의된 삶보다는, 계속 질문하고 흔들리는 삶이 더 살아있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이렇게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아마도 당신도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겠지.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진짜 마음들과 함께. 때로는 그 이름이 나를 다 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여전히 이 질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답을 찾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어딘가에서 흔들리고 있는가?

나처럼 잠깐 멈춰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고 물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오늘도 내 자리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과 함께. 완전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이 자리에서, 그냥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림도, 불안도, 함께.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한 채로, 그래도 계속 질문하면서.



아직도 나는 완성되지 않았다.
흔들림은 여전하고, 내 마음은 자주 길을 잃는다.
그래도 매일 다시,
내 이름을 불러보며
또 한 번 나를 세워간다.










오늘, 당신도 잠깐 멈춰서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보길 바랍니다.

우리의 흔들림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 느껴보면서.

혹시 당신도 오늘 흔들렸다면,
이 자리에서 함께
다시 시작해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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