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직장인이 1년 차 프리랜서가 되면서, 삶의 패턴이 완전하게 바뀌었다. 외주 업무를 많이 받는 것, 그 과정에서 성과를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면 할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시간과 체력을 잘 분배하고 관리해서 롱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프리랜서가 되고나서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지, 내가 세운 나만의 방식 5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나에게 쓰는 일기와 같은 느낌으로 작성된 글이기에 반말 형태로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열품타를 깔았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것 하지 마, 저것 하지 마' 말하는 사람은 없어도 은은한 감시체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표님이 내 뒤를 쓱 지나가면 괜히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팀장님이 피드백을 주기 위해 나를 부르면 하던 카톡이 멈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감시 체계가 전혀 없다. 넋을 놓고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1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때문에 나를 위해 스스로 감시 체계를 둘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열품타를 깔았다.
열품타는 보통 수험생들이 많이 쓰는 공부앱인데, 내가 하루에 얼마큼을 공부했는지 그 시간을 알려준다.
계속해서 타이머를 시작했다 껐다를 반복해야 하는 점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삶을 생각해 보면, 하루에 버튼 몇 번 누르며 껐다켰다를 반복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열품타를 깔고 내가 하루 중 업무에 온전히 집중한 시간을 확인해 보면, 생각보다 놀라울 때가 많다.
꽤 많은 일을 한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일에만 집중한 시간이 얼마 없는 날도 있고,
별거 한 것 없는 것 같지만, 엉덩이 붙이고 쭉 앉아서 꽤 오랜 시간을 집중한 날도 있다.
업무 한 시간이 현저하게 적은 날은 대부분 집안일 등이 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부분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데에도 꽤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규칙이 바로 2번이다.
집에 없는 사람, 출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이전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재택근무를 한다고 주변인, 가족들에게 말을 하는 날에는, 은근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부탁이 들어온다.
잠시 도시가스 점검차 누군가가 방문할 거라고도 하고, 카드를 대신 받아달라고도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짧게는 2~3분, 길게는 30분도 안 되는 시간이긴 하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부탁들이 집중을 방해하고 업무의 흐름을 깬다.
누구의 부탁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나는 집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 있다 보면 괜히 구석에 있는 먼지가 거슬리기도 하고, 세탁실에 쌓여있는 빨래가 거슬리기도 한다.
잠깐 스스로 환기를 시키고자 시작하는 일이겠지만, 10분을 예상하고 시작했던 일이 갑자기 1시간, 2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행정 업무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업무 외에 은행 업무 등 개인적인 업무에 해당하는 일 등은 최대한 내가 정해놓은 '업무시간 외의 시간'에 몰아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를 다니다가 진짜 집중이 안될 때 했던 것이 행정업무 이듯… 행정 업무는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시간을 순삭 하게 만드는 시간괴물이다..
그래서 나조차 스스로도 나는 현재 ‘출근해 있는 시간, 집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점심시간도 웬만하면 일정한 시간대에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일을 하다 보면 갑자기 집중이 빡! 돼서 조금만 더 하고 싶고, 이것만 마무리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날 때가 있다.
그러나 내가 점심시간을 무조건 지키려는 이유는
몸의 패턴과 규칙을 세워놓는 것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전 업무가 너무 잘 돼 점심시간을 미루다 보면, 식사 시간이 늦어지고, 저녁 시간까지 모든 것들이 딜레이가 된다. 식사 패턴이 달라지니 갑자기 졸음이 확 몰려오기도 하고, 괜히 오후에 쉬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때문에 제시간에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몸이 적응한 패턴을 깨지 않기 위해 점심시간은 지키는 편이다.
한 때 미라클모닝으로 엄청 유행을 했던 유튜버가 있었다. 5시에 기상을 해서 출근하기 전, 본인 취미, 업무 이외의 일들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프리랜서는 더더욱이나 시간관리가 중요하기에, 누군가 방해하지 않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새벽 시간인 것도 동의를 한다.
그러나 무조건 일찍 일어나고 적게 자는 것이
시간 관리를 잘하고 효율적이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아니다.
특히나 이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효율적이고 최선의 방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방법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듯하다 ㅎㅎ..
개인적으로 수험생 때부터 나는 ‘충분한 잠’이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었다. 일시적으로 시험기간 동안에는 4-5시간을 자기도 했지만, 평소에는 꾸준히 최소 7시간은 자야 하루를 ‘멍 때리지 않고’ 쓸 수 있었다.
깨어있다고 그 시간이 모두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잠을 적게 자는 것이 과연 내가 깨어있는 시간을 진짜 효율적으로 쓰는 데에 도움을 주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1번에서 말한 열품타를 활용해 내가 온전히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열품타 홍보하려는 건 아님... ㅎㅎ)
프리랜서에게 가장 큰 위기는 바로 번아웃이다. 물론 직장인도 번아웃은 시도 때도 없이 오긴 하지만, 사실상 직장인일 때는 내가 번아웃이 와도 일단 회사에 출근만 하면, 정기적으로 돈은 나왔다…! (장점이자 단점..)
그러나 프리랜서의 번아웃은 일단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다. 내가 일이 하기 싫어 일을 하지 않으면 현재 협업을 함께 하고 있는 고객사의 일에 지장이 생기고, 기한의 문제뿐 아니라 퀄리티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일을 연장하는 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프리랜서는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내 시간과 멘탈,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내가 최근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나?'
vs '괜히 무리해서 일을 받았다가 커버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내린 결론은 스스로에게 연차, 반차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직장인도 연에 최소 15일은 연차가 있다. 연차날만을 기다리며 동기부여를 받고 출근을 하듯, 프리랜서 또한 연차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나 공휴일, 주말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더더욱이나 필요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의 최대 장점인 '사람 없는 평일에 갖는 여유'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이 비교적 많은 주말에는 집에서 일을 하고, 한가한 평일을 활용해서 나 스스로에게 연차를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일에 여유를 즐기다 보면
아... 내가 이래서 프리랜서가 되고 싶었지?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인가?를 느끼며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
그날 하루만큼은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하고는 실무를 최소화하고, 스마트폰, 노트북에서 벗어난 시간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몸을 쓰는 활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더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정하게 몸을 써주는 것 또한 생각을 환기시키고, '번아웃'에서 다시 '치얼업'을 하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장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