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양반의 적절치 못한 발언을 반드시 정정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나는 그날 잠을 잘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부부란 자고로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틀린 말을 하면 바르고 정확하게 짚어주고 정정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나만 혼자 생각한다.)
"아빠, 나는 필요한 것만 살 거야. 무조건 안 살 거야."
아빠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그 양반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가끔은 소비행태를 보았을 때 그 양반을 보는 건지 아들을 보는 건지 헷갈리게 만드는 아들이 거듭 강조하셨다.
동시에 학년 말 바자회 행사를 앞두고 아들은 가져갈 물품을 심혈을 기울여 선정하고 계셨다.
"아무튼 가격이 싸다고 거기에 혹해서 무조건 사면 절대 안 돼. 아빠가 좀 그런 적이 있어서 말이야."
아니 이 양반이?
이제와 뒤늦게 철이 드는 것인가, 아니면 전 멤버 앞에서 담담히 회개하는 것인가!
"좀이 아니라 많이 있었지."
입도 안 비뚤어졌는데, 말도 똑바로 해야겠지.
그래, 맞는 말씀이지.
세일한다고, 특가라고, 떨이라고 무조건 저지르고 보던 사람이 바로 그 양반이었지.
그 양반의 내부에서 뭔가 동요되고 있는 것일까.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런 그 모습에 나는 더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사람이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된다더라?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 양반은 사버린다.
가뿐하게.
이번에는 우산을 다섯 개만사셨다.
비상용이라고,
혹시 모르니까, 라며 언제나 쇼핑의 구실은 있었다.
"싸다고 무조건 사지 마. 싸다고 사면 싸니까 대충 쓰고 관리하다가 결국 버린 게 한 두 개가 아니잖아. 과일 같은 것도 싸다고 사가지고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려서 알고 보면 딱 그 가격만큼만 먹은 셈이었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야? 그런 건 돈을 버리려고 사 온 거나 마찬가지지 뭐. 아무튼 사기 전에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해,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