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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Dec 27. 2023

2010년대생이 온다

겨울 방학과 함께

2023. 12. 26.

< 사진 임자 = 글임자 >


호한, 마마, 호랑이, 불법 비디오테이프가 가장 무서웠던 시절은 갔다.

드디어 그것이 온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어린이들의 보호자들에게.

겨, 울, 방, 학이 다가온다.


우리 집은 특별히 원플러스원이다.

2012년대생과 2014년대생이 한꺼번에.

집으로...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겨울 방학을 할 시기가 되었으니 방학을 하는 것일 뿐이지만, 전국의 어린것들의 보호자들을 벌벌 떨게 할(아니, 나만 벌벌 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 나의 첫째 새언니와 둘째 새언니도 벌벌 떨고 있다는 긴급 제보를 받았으니 최소한 셋이다.) 그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겨울 방학 말이다.

그동안 선생님들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 충분히 있지만, 선생님들이 들으시면 서운해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 후 몇 달간의 선생님들의 보살핌과 지도도 감지덕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은 우리에게 무조건 반가운 것만은 아니란 점을 '진심으로' 양심선언하는 바이다.


"얘들아, 이제 곧 겨울방학이네. 이번 겨울방학에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11월 말이 되어갈 무렵 나는 아이들에게 침울한 표정으로, 다소 어두운 낯빛으로,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엄마. 아직 12월도 안 됐어. 방학하려면 한 달도 더 남았어. 근데 벌써 그 얘기야?"

아들은 방학을 언제쯤 하는지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딸은 학사 일정을 쫙 꿰고 있는 아이라 다소 성급해 보이는 엄마의 태도에 의아해했다.

"그래. 한 달도 더 남긴 했지만 이제 슬슬 뭔가 준비해야지.(=한 달이 아니라 100일이 남았으면 좋겠다.=한 달이 아니라 1년이 남았으면 좋겠다.=한 달이 아니라 그냥 영영 방학하는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

호랑이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그 짐승은 피할 수라도 있지, 이건 뭐 피할 수도 없잖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이 말이 정말 싫다, 격하게 싫다.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즐길... 수나 있을까?

있겠지.

있을 거야.

있어야만 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라든지, '만남(=겨울 방학)이 있으면 헤어짐(=개학)도 있는 법'이라든지, '세상 모든 것은 생겨난 것(=방학)이 있으면 사라지는(=개학) 것이 있다'는 그 말을, 차라리 사랑해 마지않는다.

웃음이 난다, 생각만 해도.

그러나,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할 생각에 기뻐서 나오는 웃음인지, 온종일 아이들 뒷바라지할 생각에 지레 겁먹고 흘리는 웃음인지, 진실은 내 마음 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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