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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Dec 30. 2023

내가 인사발령 난 것도 아닌데

아내의 오지랖 자격

2023. 12. 29.

< 사진 임자 = 글임자 >


"인사 떴어?"

"응. 내가 말 안 했나?"

"안 했으니까 내가 물어보지."

"어제 인사 났어."

"어떻게 됐어?"

"팀장님 승진하시고, 다른 직원들도 가고."

"그래? 승진하고 잘 됐네. 새로 올 사람들은 어때?"

"옆 팀에서 두 명 오는데, 잘 몰라."

"그 사람들 얼굴은 알지?"

"알지."

"이름도 알지?"

"그래도 이름은 알아."

"하도 출장이 잦으니까 난 모를까 봐 걱정했지."


또 바뀌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까 두 명 빼고 다 바뀌네? 많이 바뀐다."

"그러게."

"새로 올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나도 잘 몰라. 근데 여자야."

"팀장님이 여자야?"

"응, 차석도 여자야."

"그래? 여자 팀장이랑 오랜만에 일하게 생겼네."

"그런가?"

"우체국 다닐 때 그때 처음 같이 일해 보고 10년도 더 넘었잖아."

"진짜 그렇네."

"당분간 성질 좀 죽이고 있어."

"정말 오랜만에 윗사람이 여자네."

"윗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야. 다 사람 나름이지."

"그렇기도 하지."

"연초에는 신경 쓸 것도 많겠다. 사람들이 괜찮아야 할 텐데."

"몰라. 나도 어떻게 될지."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그 팀에 남아있을지 딴 데로 갈지 모른다고. 저번에 의견 조사 했거든."

"그래도 하던 일 하는 게 더 나을 텐데. 하긴, 그래도 1년 해 봤으니까 다른 팀으로 가서 그쪽 일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두루두루 일 해보면 좋지."

"그렇지. 이것저것 다 해 봐야지."

"그래. 기회 있을 때 많이 배워두면 좋지."

"당분간 적응하려면 좀 더 신경 써야겠어."

"그래. 그리고 혹시 다른 팀으로 가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어."

"몰라, 가면 가는 거지 뭐."

"그렇지, 힘없는 사람이 가라면 가란 데로 가야지 별 수 있나."


매년 이맘때면 싱숭생숭해지는 직장인이 우리 집에 한 명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시기는 닥쳤고, 발표되었고, 결정이 났다.

아,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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