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른 지역 주민들(포함 높으신 분들)의 허기를 달래 줄 한 그릇을 내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가장 최근에 했던 행사에서는 일찍 해돋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에게 부녀회원들과 함께 떡국을 대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발령 초기에는 어땠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다행히(?) 나는 그런 행사에 많이 동원되지는 않았다.
두 번 정도는 임신 중이라 아마 열외였을 것이다.
2010년 새해에, 발령받은 지 6개월도 안되어, 그러니까 시보도 떼기 전에 저 메일을 받았을 때 차라리 나는 놀라 자빠질 뻔했다.
왜, (일부, 그 일부가 하필이면 내가 발령받아 간 곳들) 시골 면사무소에서는 1월 1일에 출근해서 해돋이 행사에 강제 동원된다는 일급비밀을 공무원 수험서에 버젓이 기술하지 않았느냔 말이다.
"나 1월 1일에도 출근해야 돼."
라고 결혼 후 남편에게 말하면 최말단 일선 행정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고 이해도 못하는 교육행정직렬의 남편은 이렇게 반응했었다.
"왜 출근해?"
왜긴 왜야?
일이 있으니까 출근하지.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른다니까!
그 일이란 게 떡국 나르는 거야, 아침부터.
"해돋이 행사에 사람들 오면 행사 끝나고 대접한다고 출근하래. 7시까지."
"쉬는 날 무슨 그런 걸 해?"
"그런 걸 하는 게 지방직이야. 교육행정직은 편한 줄 알아(교행직에 대한 유감은 전혀 없다,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나와 남편의 처지를 비교하자면 그렇다 이 말이다.) 행사에 동원되기를 해, 땡볕에서 축제 때 주차장 근무를 하기를 해, 산불 비상근무를 하기를 해? 명절이라고 비상근무를 하기를 해? 가뭄이라고 출근하기를 하나, 벼가 쓰러졌다고 일으켜 세우러 출근하기를 하나? 구제역이 판을 쳐서 밤 12시까지 모르는 아저씨랑 둘이 시골 구석 컨테이너에서 근무할 일도 없고, AI 난리통에 차량 소독할 일도 없고 말이야. 교행이라 좋~겠다."
과거 국가직으로만 잠깐 근무했던 적이 있던 남편은 내가 별의별 일에 다 동원될 때마다 본인이 교육행정직이란 점에 매번 안도하곤 했다.
해돋이 행사라니, 솔깃해진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행사를 준비하는 직원 입장이었다면 귀찮게만 여겨지고 남들은 다 쉬는 날 출근하는 일이 달갑지 않기만 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을 지역 주민의 입장이 되고 보니 이런 행사도 나름(?) 의미 있어 보이기도 한다.(고 생각했다가도 옛날 일을 생각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했다가, 이것도 다 지역민들 위한 소소한 행사라고 생각하면 기웃거려 보고 싶기도 하고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진다.)
해돋이는 집에서 하든 산에 올라 하든 아무 상관없을 일이다.
그저, 올해에도 무탈하기를, 나와 가족과, 내 이웃과, 이 나라와, 전 세계와, 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