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Jan 05. 2024

공무원 외벌이란 말에 조용해졌다

또야?

2024. 1. 4.

< 사진 임자 = 글임자 >


"새 멤버들은 어때? 괜찮아?"

"아직 잘 모르겠어."

"그렇겠지. 조심해, 괜히 엉뚱한 소리나 하지 말고. 조심하게 있어."

"알았어. 근데 맞벌이냐고 물어봐서 외벌이라고 하니까 순간 다 조용해지는 거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남편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인사이동이 있으면,

나는 각오를 해야만 했었는데...

방심하다가 또 당했다.


"또 호구 조사 했어?"

"그냥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

"남의 가정사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일하다가 재작년에 그만뒀다고 말하려다가 내가 왜 구구절절 그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그냥 말 안 했어."

"그냥 할 말도 딱히 없으니까 그런 거 물어본 거겠지."

"내가 외벌이라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 순간 조용해지는 거 있지. 좀 있다가 옆에서 누가 그러더라.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가 보네, 이러고."

"물려받은 재산 같은 소리, 그거랑 무슨 상관이라고?"

"요즘 거의 다 맞벌이잖아."

"그러는 팀장님은 그럼 이실직고했어? 남편은 어디에서 근무한대?"

"우리 직렬인데 4급이래."

"그래?"

나도 이렇게 은근슬쩍 꼬치꼬치 캐물으면서 남이 우리 집 얘기를 궁금해하면 순간 '남의 일에 웬 관심이 그렇게도 많을까' 한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중심적인가 보다.

남의 가정사가 궁금할 수도 있다.

궁금해하는 것까지는 인간의 본능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외벌이'란 말이 나오면 사람들 반응은, 뭐랄까...

일일이 대꾸하는 일도 넌덜머리 난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편도 그렇고 그 문제(?)의 주인공인 나도 그런 얘기가 오가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더군다나 나도 없는 자리에서 내 얘기를 하는 게 좀 그렇단 말이다.

궁금해하고 대답을 듣고 끝나야 하는데 그다음부터 본격적인 오지랖이 시작되기 일쑤라서 말이다.

예전에 역대급 오지랖을 펼쳤던 사무관님도 겪어 봤으니, 이제 더한 오지라퍼는 없을 거라 (자신 없게) 확신하지만 남의 일을 왈가왈부하며 사사건건 간섭하려 드는 사람은 전혀 달갑지 않다.

그나마 웬일로 최근에는 남편이 뒷북치는 주기가 꽤 길어졌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만날 일도 없고 연락할 일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지만,

혹시 몰라 한 마디는 하고 싶기도 하다.

직장인 여러분,

남의 가정사는 적당히 궁금해하시고 사무분장표에 따른 본인 담당 업무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밥까지 떠 먹여 주는 예쁜 누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