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네 입 (4)
다이소는 올리브영의 경쟁사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올리브영이 수익을 내기 위한 판매 채널이라면, 다이소는 신규 고객을 낚아채기 위한 마케팅 채널에 가깝기 때문이다.
What ?
지난해 리들샷으로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다이소 뷰티가 이번에는 정샘물 뷰티와 함께 다이소 전용 브랜드 '줌 바이 정샘물’을 출시했다. 패드부터 픽서까지 총 13종 구성으로, 정교한 피부 화장을 중시하는 정샘물뷰티의 특징을 담았다. 기존 4만 원대에 만날 수 있었던 브랜드의 문턱을 낮춰 5,000원 대 제품을 선보이며 출시 전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이소는 뷰티 라인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줌 바이 정샘물 외에도 본셉, 케어존, 리노이아 등 신상을 추가했고, 9일까지 매일 아침 9시 뷰티 신상을 소개하는 ‘다이소 데이 새해 뷰티 신상’도 진행 중이다.
관련 기사 | 제2의 리들샷 등장? 다시 들썩이는 ‘다이소 뷰티’
Why ?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샘물 뷰티와 같은 유명 브랜드가 다이소에 앞다퉈 입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리다매 전략일 수 있지만, 여기엔 더 큰 마케팅 빅 픽처가 숨어 있다.
① 실패 비용 5천 원의 심리
소비자들은 모르는 브랜드, 혹은 신상품을 사는 데 고가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다.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이소의 가격대는 부담이 없다. 실패에 대한 부담을 낮춰 여러 제품을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② 품질에 대한 의심을 지운 제조사의 힘
5천 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품질을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이소 화장품의 뒷면을 보면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익숙한 제조사 이름이 보인다. 설화수나 헤라를 만드는 곳과 동일한 제조사다. 즉, 유통과 마케팅 거품만 빠졌을 뿐 품질은 비슷한 수준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기에 전략이 통할 수 있다.
③ 잘파세대의 놀이터, 자발적 홍보 효과
잘파세대에게 다이소는 생필품을 사는 곳이 아니라 놀이터다. 하굣길에 들러 부담 없이 신상을 구경하고, 이를 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바이럴을 만들어주기에 기업 입장에선 돈을 들이지 않고도 홍보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④ 돈 버는 마케팅, 고객 획득 비용의 감소
이전에는 샘플을 나눠주는 형태로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다이소는 제품을 판매하며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 다이소 제품으로 효과를 본 고객은 결국 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군을 사러 올리브영이나 자사몰로 이동한다. VT 코스메틱이 리들샷으로 다이소에서 인기를 얻은 후, 본품 매출까지 동반 상승했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저가 제품으로 고객을 유입하게 한 뒤 브랜드 팬으로 락인시키는 전략인 것이다.
이처럼 다이소는 인지와 시도 단계에 특화된 퍼널이다. 단순히 올리브영의 경쟁자라기보다, 충성 고객을 만들어 상위 채널로 보내주는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이소는 거대한 '유료 샘플' 매장인 것이다.
How ?
그렇다면 화장품 브랜드는 이 거대한 샘플 매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핵심은 철저한 이원화 전략이다. 다이소 제품이 너무 좋아서 본품을 안 사게 만들면 손해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막으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전략 1 | 용량과 패키지의 차별화
다이소용은 파우치나 튜브형 소용량으로, 본품은 유리병이나 대용량으로 출시한다. 다이소는 체험용, 본품은 소장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전략 2 | 성분 배합의 미세한 조정
핵심 성분은 유지하되, 함량을 조절하거나 라인업을 아예 분리한다. 이를 통해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의 손상을 막고, 소비자가 두 채널을 모두 이용할 명분을 만들어준다.
전략 3 | 패키지 활용 O2O 전략
다이소 제품 단상자는 버려지는 종이가 아니라 광고판으로 활용해야 한다. 패키지 내부에 '본품 구매 시 50% 할인' QR코드를 심거나, 다이소 구매 인증 시 자사몰 적립금을 주는 이벤트를 연계해야 한다.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고객을 자사몰로 락인시키는 치밀함이 필요하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이제 다이소는 소비자에겐 부담 없는 놀이터이자, 기업에겐 가장 효율적인 테스트 베드가 되었다.
앞으로 뷰티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은 달라질 것이다. 얼마나 고급스럽게 포장하느냐가 아니라, 다이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첫 접점을 만드느냐가 브랜드의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