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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뮤연뮤 Nov 30. 2023

16. 뮤지컬 <데스노트> 리뷰

선(善)과 선(線)의 이야기, 악을 통해 증명한 선의 필요성

포스터 - OD 컴퍼니

2023. 03. 28 ~ 2023. 06.18

OD 컴퍼니

샤롯데시어터

홍광호, 김준수, 고은성, 김성철, 이영미, 장은아, 서경수, 장지후, 류인아, 장민제, 김용수, 서범석, 박현선, 이호진, 권상석, 맹원태, 김대식, 정회윤, 서재홍, 박태경, 이현영, 김서안, 박영빈, 유지은, 손지훈, 강경헌, 신새연, 이소연, 한연주, 추광호, 유환, 정서인, 윤나영, 김도현, 김늘봄, 정단영, 이호진     


1. 들어가며

2. 스토리 라인

3. 연출법

4. 원작과 뮤지컬

5. 선(善)과 선(線)

6. 라이토, Light, L 

7. 나오며          


1. 들어가며

한때 대한민국에 ‘데스 노트’ 열풍이 불었었다. 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독특한 설정과 잘생기고 똑똑한 주인공, 라이벌과의 치열한 두뇌 싸움, 거기에 사법 체계에 불만이 섞여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했다. 주인공의 타락을 욕하면서도 공감하게 하는 묘한 작품인 <데스노트>는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명작으로 남았다. 그리고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졌다.     

@yeonmyu_0113

2. 스토리 라인

경찰 아버지를 둔 전국 1등 천재 야가미 라이토는 어느 날 길에서 ‘데스노트’라는 것을 줍는다. 노트에 이름을 쓰면 이름의 주인이 죽는다는 기이한 것이었는데 라이토는 반신반의하며 납치극 범인의 이름을 적는다. 그리고 인질범의 사망을 직접 확인한 라이토는 데스노트가 진짜임을 믿고, 노트의 힘을 정의를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당장 라이토가 흉악 범죄자들을 삭제하자, 연이은 사망으로 이어져 경찰에서 주목하고 이 사건에 라이토의 아버지 야가미 소이치로가 투입된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원래 사신의 것이었던 데스노트 사용자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탐정 ‘L’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L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사건들을 모두 해결한, 그러나 얼굴은 드러낸 적 없는 미스터리한 천재 탐정으로 그는 진작에 연쇄 죽음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L은 명석한 두뇌로 범인이 어느 지역에 사는지와 살인 패턴을 파악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흉악 범죄자들만 처형하는 ‘키라’에게 환호했다. 유명 연예인 미사도 키라의 추종자였다. 라이토는 자신이 정말로 정의를 위하고 있다는 생각과 자신을 체포하지 못하는 경찰을 보며 우월감을 느낀다.     

키라의 높은 인기와 얼굴만 알면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상대를 체포해야 한다는 현실이 경찰에겐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반면, 아버지가 경찰이라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라이토는 정보를 이용해 용의자 목록에서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경찰과 L 사이를 이간질한다.     


결국 경찰은 L에 대한 불만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인해 팀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선택대로 키라를 잡을 사람만 남고 나머지 사람을 모두 보낸다. 그때서야 L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해 진짜 한 팀으로 키라 사건을 수사한다.     


미사미사는 키라를 응원하는 노래를 부를 만큼 열렬한 추종자였는데 자신을 구원해 준 키라를 돕고 싶어 방송국에 테이프를 보내 같이 만나자고 연락한다. 사신의 눈을 가지고 있던 미사는 단번에 라이토를 알아봤고 두 사람은 협력하기로 한다.     


경찰은 관계자들을 감시했고 야가미 소이치로는 자신의 식구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안심하나, L은 오히려 그의 아들 라이토를 키라로 확신한다. 그리고 잠입 수사를 위해 라이토와 같은 대학에 입학한다.     


입학 연설 때 라이토와 L은 서로를 키라와 L이라고 의심하는 와중, L은 비밀을 지켜주겠다며 키라 수사와 관련해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한 라이토가 들은 비밀은 자신이 바로 키라가 찾는 L이라는 사실이었다.     


테니스를 치며 상대의 눈치를 살피던 두 사람은 잠깐 친해지기도 하지만, 미사미사가 제2의 키라로 체포되면서 다시 긴장이 흐른다. 왜냐하면 L은 이미 두 명의 키라가 만났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미사는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도, 라이토를 사랑해 그를 감싸기 위해 노트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함으로써 모든 기억을 잃고 의심에서 벗어난다.     


라이토는 확실한 승리를 잡기 위해 미사를 아끼는 사신 렘을 이용해 L을 데스 노트에 쓰게 한다. 그리고 승리를 확실한 라이토는 자신이 데스 노트에 쓴 장소와 시간에 L에게 사신의 존재와 모든 사실을 밝힌다. L의 추리가 맞았으나 그는 결국 데스 노트에 쓴 대로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긴다.     


라이토는 자신이 진정 승리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재미가 없어진 류크가 노트에 라이토 이름을 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처절하게 외치지만 류크는 그냥 이름을 쓴다. 자신을 신세계의 신이라 여겼던 인간 야가미 라이토의 말로였다.     



3. 연출법

사진 - OD 컴퍼니

뮤지컬 <데스노트>는 무대 소품을 이용하기보다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라이토의 방, L의 소파, 미사미사 콘서트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상이었다. 배경뿐만 아니라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관념적인 표현도 영상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 영상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고수했다. 그 방법으로 무대는 흑색과 백색 대비를 강조했다. 그래서 라이토와 L, 그리고 야가미 소이치로의 사상적 대립이 잘 드러난다. 또 이 흑색과 백색은 라이토와 L을 의미하기도 하고 검정 펜과 하얀 노트이기도 해 사상뿐만 아니라 캐릭터 특징과 소재를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영상을 이용한 연출의 장점은 추가적으로 더 있다. <데스 노트>는 이름을 적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본래 사신의 소유였던 노트와 사신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그것들은 인간들을 초월한 대상이다. 관객들에게 인간의 것이 아닌 환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 경우 오히려 자세하게 형상화한 것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죽이고 딱히 절대자의 신비로움을 주기에 적합하지 않다. 영상과 빛을 통해 자유로운 배경 전환은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무대가 비어 보이는 단점을 초래해 16만 원이라는 거금에 비해 아깝다고 말하는 관객도 종종 있다. 하지만 수백 개의 LED 패널이 사용됐으니 너무 아깝게 생각하지는 말도록 하자.     



4. 원작과 뮤지컬

<데스노트>의 원작은 만화 <데스노트>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대부분 관객이 <데스 노트>의 내용과 캐릭터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뮤지컬 <데스노트>는 워낙 잘 만든 작품이지만, 실망한 관객들도 있다. 이유는 원작과 많이 달라져서다.     


원작 <데스노트>는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때 기점이 되는 부분이 L의 유무이다. L이 사망하기 전까지가 1부, L이 사망 후 그의 후계자가 활동하는 부분부터가 2부이다.     


내용적으로 뮤지컬 <데스노트>는 많이 생략됐다. L과의 테니스 장면, FBI 요원을 죽게 하는 장면, 감금당한 미사미사 등 몇몇 유명 에피소드만 살리고 나머지는 생략했다.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내용들이 생략됐다.     


또한 무엇보다도 L과 라이토의 대결 과정이 대거 생략됐다. 독자들이 <데스노트>에 열광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라이토와 L의 두뇌 싸움이다. 머리가 명석한 두 인물 중 누가, 어떻게 이길지 궁금해했다. 실제로 원작 작품에서 둘의 지략 싸움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작품의 인기 요소였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라이토와 L의 싸움 과정보다는 둘의 입장 차이를 더 크게 부각했다. 깨끗한 세상을 위해서라면 갱생 여지가 없는 흉악 범죄자는 죽여도 된다는 라이토, 라이토가 하는 행위도 결국에는 살인과 똑같다는 L, 그리고 모든 범죄자는 법의 심판에 세워야 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L을 마냥 동의하지 않는 야가미 소이치로까지 뮤지컬 <데스 노트>에는 사상적 대립이 두드러진다. 덕분에 소이치로의 비중이 원작보다 많아졌다.          



5. ()과 선()     

절대 넘으면 안 될 선이 있는 법이야
선을 넘어버리면 나를 잃어버리지
자기 마음에 있는 신을 외면한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빨려 들어가 나올 수 없어     
악마에게 마음을 팔아넘겨 버리면
다신 찾을 수 없어 자기 자신의 모습
걷잡을 수가 없는 저 지옥 불길 속에서
끔찍한 고통 속에 몸부림을 쳐봐도 나올 수 없어     
지켜내야 해 그 마음속에 흔들림 없는 굳건한 정의
어떤 유혹도 돌아보진 마 너 스스로가 신이 되어라                               – M9. 선을 넘지 마       

앞서 원작과는 다르게 사상적 대립을 내세웠다 말했다. 캐릭터마다 다른 사상적 대립과 소이치로를 통해 더 두드러지는 게 야가미 라이토의 타락이다.     


그는 처음에 정의를 위해, 선한 사람들을 위해 데스 노트를 이용해 흉악 범죄자를 세상에서 없앴다. 이 부분은 사법 체계에 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다던 순수함은 사라지고 L과의 대결에만 집중한다. 라이토가 타락했음을 알리는 시작이 바로 FBI 요원 살해 부분이다. 체포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위해 저지른 첫 살인이다. 그에 대한 일말의 두둔도 불가능해지는 시점이다.     


이때부터 순수했던 시작과는 다르게 자신을 위해 노트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은 세상을 더 깨끗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리고 후반으로 가면 신세계의 신이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라이토에게서 처음의 결심은 없다. 선을 넘지 말라던 아버지의 충고는 이미 없다.     


그는 펜으로 선을 그어 이름을 썼다. 그리고 이름이 쓰인 사람은 사망했다. 선을 저버려 라이토가 그은 선을 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선을 넘어버린 건, 라이토 자신이었다.     



6. 라이토, Light, L  

라이토는 ‘Light’라는 이름대로 정의를 추구하고 악을 싫어했다. 그런 라이토를 막아 선 존재는 L이다. L은 범죄자를 죽이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살인이라며 키라를 잡으려 한다. 두 인물 다 각자만의 정의를 추구했다. 하지만 L 라이토처럼 정의라고 말하기 어렵다.     


L은 키라를 잡기 위해 사형수 목숨을 미끼로 내걸었다. 사형수 사망으로 그는 키라의 위치를 파악한다. 야가미 소이치로가 L에게 수사 의뢰를 망설이는 이유이다. L은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L도 선역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이들 중 어느 쪽을 정의고, 선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야가미 소이치로가 선에 가깝다.     


이름은 빛을 의미하는 Light 인데도 결국 타락하는 라이토는 결국 사신의 손에 죽어 신이 되지 못하고 사망한다. 라이토는 신이 되길 원했던 그에게 한낱 인간임을 다시 되새기는 어울리는 죽음이었다. L도 데스노트에 연루되어 살해당한다. 결국 두 캐릭터 모두 빛에 닿지 못하고 그간 자신이 해왔던 대로의 결말을 맞이한 게 아닌가 본다. 두 사람 모두 신에 비하면 작은 인간이었다.     



7. 나오며

<데스노트>가 인기를 끈 이유로 유려한 그림체, 숨 막히는 대결, 탄탄한 개연성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라이토의 행위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서다. 범죄자들이 처벌받고 감옥을 간다 해도 이미 받은 상처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법 때문에 가해자에게 불행해지기를 원한다. 라이토는 이런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사적 제재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잘 보여주는 게 야가미 소이치로다.     


내가 받은 고통을 인간이 만든 법으로 마음대로 정한다는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감정의 역치란 사람마다 다르기에 사적 제재가 무분별하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모든 악한 자들을 없애면 깨끗한 세상이 올 거라 생각했던 라이토는 결국 자신을 위하는 사람으로 타락하고 오히려 이런 그마저도 살게 해주는 건 야가미 소이치로 같은 사람이다. 어떤 범죄자라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야가미 소이치로의 사상이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역설적이게 키라도 살게 한다.     


사신 류크는 데스노트에 얽힌 인간은 그 끝이 좋은 적이 없다고 말했었다. L과 라이토 모두 사망하고 주변인들은 아끼는 사람을 잃었다. 하지만 데스노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은 미사만은 죽음을 피했다. 비록 라이토를 잃은 슬픔은 있겠으나 데스노트를 완전히 끊어냈다.     


미사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랐다. 그녀는 라이토를 맹목적으로 바라고 사랑했다. 수단과 목적만을 생각하던 라이토와는 반대다. 그 사랑은 사신 렘마저 흔들리게 할 정도로 절대적이고 맹목적이었다. 그래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데스노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낱 개인이 타인을 판결할 권리가 있을까 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yeonmyu_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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