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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thing special/ 소안도,

23. 소안도(小安島)

by 이다연



“바다는 모든 기억을 품고,
사람은 그 기억 위에 평화를 세운다.”


기억의 섬,
누군가는 바닷가 동백숲길을 걷고,
누군가는 태극기가 펄럭이는 언덕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소안도는 그런 섬이다.


1. 소안도의 시작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40분,
바다 위로 붉은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소안(小安)’ —
작지만 평화롭다는 뜻의 이름처럼,
이 섬은 긴 세월 동안 바람과 싸우며
조용히 평화를 지켜온 섬이다.


동백나무가 바다와 마을을 감싸고,
언덕 위엔 기념관과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섬의 모든 길은 결국 ‘기억’으로 이어진다.


2. 다섯 개의 시선, 다섯 개의 풍경


✅ 동백숲길

섬을 감싸는 붉은 동백의 길.
겨울 끝자락부터 봄까지,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꽃잎을 흩뿌리며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파도 위로 흩날려
붉은 비가 내리는 듯하다.


✅ 소안항일운동기념관


섬 전체가 독립운동의 현장이었던 곳.
소안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주민 100%가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유일한 섬이다.
기념관 앞마당의 태극기는
그 시절의 용기와 자존심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 당사도 등대와 해변데크길

섬 끝자락 하얀 등대 아래로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지점.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파도소리와 새소리가 교차하고,
하늘의 빛이 바다 위로 내려앉는다.


✅ 미라리 해수욕장

소안도의 남쪽 끝, 고요한 만을 품은 해변.

모래는 고운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물결은 발끝을 스치며 속삭이듯 다가온다.

사람이 많지 않아 오히려 더 아름답다.

하얀 파도선 너머로 작은 어선이 지나가면,

그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마음에 남는다.

해 질 무렵, 바다는 분홍빛 노을을 머금고

세상의 모든 고요를 이곳으로 데려온다.


✅ 물치기 전망대

섬의 북쪽, 가장 높은 언덕 끝에 자리한 전망대.

이곳에서는 바다와 마을, 그리고 동백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바람은 사방에서 몰려와 머리카락을 스치고,

갈매기들은 그 바람 위에서 원을 그린다.

맑은 날엔 멀리 완도 본섬까지 시야에 들어오고,

안개 낀 날엔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녹아든다.

물결의 그림자와 바람의 노래가 만나

‘소안도의 숨결’을 가장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3. 소안도 정보 요약


행정구역: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면적: 약 40㎢

인구: 약 2,500명

지형: 구릉과 해안이 이어지는 산해형 섬 / 동백숲과 해변길이 특징

교통: 완도항에서 여객선 약 40분

대표 여행지: 동백숲길,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마을벽화거리, 등대, 해변데크길


4. 섬의 삶과 사람들


소안도의 삶은 ‘바다’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는 어선에 올라 그물로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는 기념관 앞에서 묵념으로 하루를 연다.

이곳의 바다는 풍요의 상징이자,
한때 고통의 증인이기도 했다.

섬사람들은 늘 바다를 향해
“오늘도 평안하라”라고 기도했다.

그 마음이 오늘의 소안도를 만들었다.


5. 동백, 기억의 꽃


소안도의 봄은 붉다.
동백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면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 된다.
꽃잎은 소리 없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잎이 돋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 섬의 동백은 누군가의 희생을 기억하는 꽃”이라고.

그래서 소안도의 동백은
아름답고, 동시에 깊다.


6. Epilogue


소안도의 하루는 느리다.
바람은 부드럽고, 사람들은 온화하다.
해가 질 무렵,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고 동백은 다시 빛을 머금는다.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잊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 마음이 지금도 이 섬을 지켜준다.



♡ Legend

― 《동백의 섬, 소안도의 약속》


옛날, 소안도에는 ‘기억의 종(鐘)’이라 불리는 청동 종이 있었다. 그 종은 바람이 불 때마다 울려 퍼져 섬사람들의 하루를 열고 닫았다.


그런데 이 종은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종이 아니었다. 누군가 거짓을 말하면 바람이 방향을 바꾸고, 누군가 진심을 다하면 맑은 소리가 섬 전체에 퍼졌다고 한다.


소안도 사람들은 늘 바르게 살았다. 거짓보다 진심을 택했고, 힘보다 정의를 택했다. 그래서 그들의 섬은 ‘평안한 섬(小安島)’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바다 건너 권력을 탐한 자들이 섬의 자유를 빼앗으려 했다. 그들은 종을 가져가 침묵시키려 했고, 섬사람들은 밤새 바닷가 절벽에 서서 그 종을 지켰다.


결국 종은 사라졌다.

그날 이후, 섬에는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바람이 불면 여전히 어딘가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이렇게 불렀다.

“바람의 종,
소안도의 기억.”


누군가 진심으로 이 땅의 평화를 기도할 때마다, 그 소리가 바다 너머로 전해져 멀리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고 했다.


지금도 소안도의 언덕에 서면 동백나무 사이로 작은 금속음이 들린다.
덜컹, 쩔그렁—

그건 잊히지 않은 양심의 소리이자, 진심이 남긴 공명이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이 섬의 평화는,
우리가 잊지 않은 진심 위에 서 있다.”



여행에세이, 섬, 여행감성
― 《섬 thing Special》: 《기억의 섬, 소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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