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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메디컬 센터》

EP.24. <커피 향기 나는 소문>

by 이다연



아침, 생명의 울음


이른 새벽, 분만실 복도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서이나는 장갑을 단단히 끼며 모니터의 수치를 확인했다.
산모의 호흡, 심박, 그리고 아기의 심음—

“아기 심박 정상이에요.”
“좋아요, 조금만 더 힘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했다.


그 순간, 방 안에서 첫울음이 터져 나왔다.

“응애—!”

복도에 있던 모두가 미소 지었다.

윤제하 간호사는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또 한 명의 세상이 시작됐네요.”
“언제 들어도 이 소리는…
참 특별해요.”

그 울음은 병동의 공기를 환하게 밝혔다.


콜벨과 커피


분만실에서 나오자마자,
서이나의 호출벨이 울렸다.

“3 병동 산모실 2번,
체온 재측정 부탁드려요!”
“네, 바로 갈게요!”

서이나는 뛰어가다가
눈앞의 자동판매기 앞에 멈춰 섰다.

잠깐의 여유도 없는 근무 중,
따뜻한 초코 한 잔이 그저 잠시의 위로였다.


그녀는 급하게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눌렀다.
바로 옆, 윤제하도 동시에 커피 버튼을 눌렀다.

콸콸콸콸—

기계가 진동하며,
두 음료가 하나의 컵에 함께 쏟아졌다.

“어, 잠깐만요!”
“이거…
같이 나왔어요.”


둘은 동시에 손을 뻗었고,
뜨거운 종이컵 위에서 손끝이 닿았다.

“에구, 죄송해요.
제가 너무 급했죠?”
“괜찮아요.
이 커피도 놀랐을 거예요.^^”


잠시 멈춘 둘 사이로
병동 스피커가 울렸다.

“분만실, 신생아
희원이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서이나는 미소 지었다.

“그 아기 이름, 희원이래요.
너무 예쁘죠 ‘빛나는 소망’.”

“오늘 하루의 제목이 생겼네요.
‘빛나는 하루.’”

둘 다 피식 웃었다.


소문은 순식간에


다음 날 아침,
병동 게시판에는 또 하나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속보] 병동 내 합체커피 커플 등장!
목격자 다수.
자판기 앞 달달한 손 맞잡기 포착.

간호사실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이거,
우리 병동 연애 특보인가요?”
“같이 커피 섞어 마셨다던데요~”

서이나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윤제하는 커피를 들고 태연히 말했다.

“그건 업무 중의 사고였죠.”
“그럼 커피 맛은 어땠어요?”
“음... 달고 썼어요.
사람 사는 맛이랄까요?^^”

간호사실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퇴근 직전,

자판기 위에는 또 다른 쪽지가 붙어 있었다.

“합체커피 금지!♡”

서이나는 피식 웃었다.

“진짜…
누가 이런 거 붙였을까요.”

윤제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이 병동이?,
우리보다 먼저 웃으라고.”

그때, 복도 저쪽에서
아기 희원의 울음이 다시 들려왔다.

서이나는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 붉은 노을을 바라봤다.

“아가 울음소리,
참 좋네요.”
“우리 일의 시작이자,
그 이유니 까요.”

둘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그들의 뒤로 따뜻한 빛이 번졌다.


엔딩 내레이션 (by 서이나)

“병동의 하루는 늘 누군가의 시작이 된다.
바쁘고 힘든 날 속에서도,
작은 순간이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오늘은 커피 향보다 따뜻한 하루였다.”


[다음 이야기 예고]


EP.25. <목욕의 기술>


(by 서이나)

“간호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에요.
조심스럽게, 따뜻하게,
그리고 조금은 서툴게—

아기의 첫 목욕은,
우리 마음이 성장하는 순간이죠.”


진짜 간호사의 성장기,


EP.25. <목욕의 기술>에서 계속됩니다.

병동의 유머와 눈물이 함께하는 이야기—


다음 주 목요일,
거품과 웃음으로 가득한 병동으로 다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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