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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D.D.C. 27화

D.D.C. 기독교 방송국

경수의 첫 무대

by 이다연


기독교 방송국

기독교 방송국에서 열리는 공연을 앞두고 스튜디오는 분주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조명은 환하게 비추었고, 수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각자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고 지시를 내리며 스크립트를 확인했고, 카메라는 리허설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신문사와 잡지사 기자들도 현장에 나와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준비하며 분주했다.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무대 위에는 20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밴드부가 자리를 잡았다. 바이올린, 첼로, 더블 베이스,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플루트, 심벌즈, 드럼 등 다양한 악기가 무대를 채웠다. 학생들은 긴장된 얼굴로 악기를 조율했고, 무대 뒤에서는 선생님들이 마지막 점검을 했다.


"오늘 동두천 신흥중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부의 연주가 잠시 후에 있겠습니다." 사회자가 소개를 시작했다. "이 밴드부는 바이올린 5, 첼로 3, 더블 베이스 1, 트럼펫 3, 트롬본 3, 클라리넷 2, 플루트 2, 심벌즈 1, 드럼 1로 구성된 21조 밴드입니다. 미 2사단에서 악기 지원을 받아 꾸준히 연습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겠습니다. 큰 박수로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수는 드럼 스틱을 들어 올려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의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지며 무대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경수의 리듬에 맞춰 다른 악기들도 하나둘씩 연주를 시작했다. 미군과 한국 군인들로 가득한 관객석에서는 손뼉을 치며 호응을 보였다. 라데츠키 행진곡의 경쾌한 멜로디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어느덧 경수는 극한 긴장감에서 블랙홀로 빠져들 듯, 리듬 속을 달려가 학교 음악실에서 홀로 드럼 연습을 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드럼 앞에 앉아 드럼 스틱을 손에 쥐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몇 주 후에 있을 학교 연주회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연습만이 답이야..." 경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스틱을 들어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경수는 드럼 비트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지만, 몇 번이고 박자를 놓쳤다. 그의 손은 떨렸고, 드럼 소리는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갔다. 스틱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도 했다.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경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그는 스틱을 주워 다시 연주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박자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경수는 잠시 드럼 앞에서 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밀려왔다. 그때, 음악실 문이 열리고 한 미군이 들어왔다. 자신을 스티븐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드럼 연습을 도와주기 위해 파견된 미군 교관이었다. 스티븐은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경수에게 다가왔다. "경수, 무슨 문제 있어?" 미군 교관이 물었다.

경수는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연습이 잘 안 돼요. 박자를 자꾸 놓쳐서요." 스티븐은 미소를 지으며 경수에게 다가갔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려운 법이야.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는 거야." 경수는 스티븐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워요."


스티븐은 레코드 플레이어를 꺼내며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음악을 들으며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해보자." 그는 레코드판을 꺼내어 플레이어에 올리고, 턴테이블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경수에게 간단한 리듬을 알려주었다. "1, 2, 3, 4. 이 기본 박자를 음악과 함께 몸에 익히는 거야.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익숙해지면 점점 속도를 올리면 돼."


경수는 스티븐의 가르침에 따라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천천히 리듬을 맞추어 연습하기 시작했다. "1, 2, 3, 4..." 그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스틱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손에 익어갔다. 스티븐은 레코드의 볼륨을 약간 높이며 말했다. "리듬을 느껴봐. 음악과 함께 박자를 맞추는 거야."


경수는 다시 스틱을 들고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스티븐이 옆에서 숫자를 세어주며 박자를 맞추도록 도왔다. "1, 2, 3, 4... 잘하고 있어, 경수." 경수는 레코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은 경쾌한 비트로 흘러나왔고, 경수는 그 비트에 맞춰 스틱을 움직였다. 그는 손과 발을 동시에 움직이며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1, 2, 3, 4..." 경수는 숫자를 세며 연주했다. 그의 손놀림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고, 드럼 소리는 점차 음악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스티븐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수를 응원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이제 조금 더 빠르게 해 보자." 경수는 박자를 맞추며 연주를 이어갔다. 음악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점점 더 자신감 있게 드럼을 쳤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경수는 마침내 레코드음악에 맞춰 리듬을 완벽하게 맞추며 연주를 마쳤다. 그의 얼굴에는 성취감이 가득했다. "해냈다!" 경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스티븐은 경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잘했어, 경수.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더 어려운 곡도 연주할 수 있을 거야." 경수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경수는 다시 스틱을 잡고 연습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훨씬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박자를 맞추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연주회에서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경수는 매일같이 음악실에서 연습을 했다. 그의 손놀림은 점점 더 능숙해졌고, 박자는 완벽해졌다. 경수는 이제 자신만의 리듬을 찾은 초보 드러머에서 진정한 드러머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첫 공연이라 아이들은 긴장된 얼굴로 무대를 내려왔지만, 표정은 밝았다. 연출자가 경수를 불러 세웠다. "저기~ 학생 이름이 뭐지?" 연출자는 기특하다는 듯 경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같은 리듬이라도 스냅을 이용한 리듬이 듣기 좋았어. 리듬이 살아 있더라고. 열심히 연습해서 또 봐요, 학생."

"감사합니다." 경수는 스티븐과의 연습을 떠올리며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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