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이 살다가 짜릿한 좌절을 느끼면
온몸의 세포는 팽팽하게 확장하고
머리는 가장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짜릿한 좌절은 책을 쓸 때 나타난다
궁리해서 주제를 잡고 목차를 세우고
등뼈와 갈비뼈를 갖추었다고 만족하면
편집자는 조목조목 따지며 칼 질을 한다
등뼈는 휘어지고 갈비뼈는 녹아내린다
목차는 엉크러지고 주제는 변한다
이런 때 나는 짜릿한 좌절을 느낀다
첫 만족이 클수록 이어지는 좌절은 커지고
좌절이 클수록 책의 색깔은 농염해진다
짜릿한 좌절은 끊을 수 없는 유혹이며
머리와 심장이 동시에 반응하는 촉매다
인생에 몇 번 느끼지 못하는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