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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Nov 08. 2022

그 밤, 바라던 바다

도시 야행. 지역성 특화 문화사업


경기 시흥시 갯골 생태공원의 예술 프로그램 '갯골춘몽'내 기획안. 설치미술 가칭[그 밤, 바라던 바다] 기획자 HanA_

인간의 발길이 잦아든 거대한 공원의 밤. 도시의 그 어느 곳보다 생명의 기운이 결집한 장소. 공기와 소리의 일렁임이 자연의 그것과 심히 닮은 곳이 있다. 어둠을 빌려서, 잠시나마 이 공간을 자아가 있는 양 형상화해 본다. 육지가 그리워 잠시 찾아온 바다. 견우직녀만큼이나 애틋하고도 감미로운 내만 갯벌의 밤 이야기이다.

여러 유명 드라마의 단골 촬영 현장. 계절을 가리지 않고, 주말마다 만석의 주차장에 대기 줄까지 이어지는 공원이 있다. 휴일 오전에는 밤새 내린 이슬에도 아랑곳 않고, 그늘막으로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하루의 시작이 한 걸음 빠른 이들은 밤새 정화된 청정 공기를 마음껏 소비한다.

 'Brand New'. 신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최신상을 갱신하는 생태의 'zone'이다. 살아 숨 쉬는 토양의 면적은 한눈에 담기지 않을 만큼 드넓기 그지없다. 그러데이션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공간의 변화는 감각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익숙하지만, 감히 단 1초도 같을 수 없는 공간이다. 어제는 피지 않았던 봉오리가 오늘은 수백 송이 꽃으로 피어있다. 그렇게, 쉽고도 어려운 다른 그림 찾기를 제안받는다. 빛을 잔뜩 머금은 공원은 있는 힘껏 매력 발산을 한다.

어느덧, 사람의 간섭이 줄어드는 시간이 찾아온다. 어쩐지 목소리를 낮추게 되고 오감이 조심스러워지는 어둠이 되었다. 자연의 원주(原住) 생물이 인류의 위협에서 살짝 벗어나 더욱 활기차게 작은 것들의 세계를 열어가는 시간. 우리가 모르는 시공간의 틈새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제서야 눈에 밟히는 잔잔함. 숱한 이의 일상만큼이나, 무료하고 규칙적인 바닷물의 드나듦.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해야만 하는 그것. 침착하게 반복되는 자연의 패턴은 지루함을 발효시켜 안정감을 선사하였다. 이 바다, 인생과 지독하게 닮아있다.

바다가 육지로 잠시 다녀가는 길. 한숨 돌리며 쉬어보는 귀퉁이에 바다가 내미는 위로를 드러내 본다. 당신 참 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정말 잘하고 있다. 보드랍게 쓰다듬는 바닷물의 오르내림에 여유 있게 마음을 내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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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대' 신문사에서 연재 중인

'하나두건축' 건축 칼럼 입니다.

[출처] 서산시대(http://www.ss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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