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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Mar 25. 2023

말과 언어, 관습의 차이

말 맛과 소통

말과 관련한 관습의 차이

무슬림의 '허그'와 악수

위상이 다른 오른손, 왼 손 



말 맛과 소통  

서구를 대변하는 유럽연합(EU)은 28개 회원국에 영어, 독어, 불어 등을 포함하여 24개의 공용어가 있다. 공용어가 많으니 통, 번역 소요가 막대하겠지만, 소통이 되는 만큼 일체감도 클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언어 다양성 존중이 각국의 문화 정체성 존중으로 이어져 그야말로 유럽통합의 핵심적 요소로 작동한다. 소통이 갖는 힘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소통’은 기본이다.    


개인 간 소통에는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는 나누는 말로써, 그 어순은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예로, '나는 너를 사랑해' (I love you)하면, 우리는 '너'라는 관계가 먼저지만, 영어에서는 'love'라는 감정이 우선이다. 이처럼, 우리는 '관계'에 목을 메지만, 서구인들은 '개인'의 생각 표현과 감정표시에 적극적이다. 때문에, 영어 등 ‘인도-유러피언’ 언어들은 파도를 타듯 말의 '억양 (인토네이션, Intonation)과 강세 (스트레스, Stress)'까지 다양하게 구사하여 감정 변화를 잘 묘사하는 듯하다.


이에 비해, '관계'가 중요한 우리들에게는 존칭어와 비하어 등 서열의식을 내재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을'만큼 '공손'에 집착하고, '반말'에 분개한다. 우리말은 감정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바뀔 뿐 평탄하므로, 오히려, '말투'에 시비를 건다. '투박하고 억센 말씨냐..?', '부드럽고 차분한 말씨냐..?' 어감에 따라 ‘말 맛(뉘앙스)’을 매우 다르게 느낀다. 그러니, 말다툼의 결과는 자칫 폭력으로 이어진다. 


소통을 위해서는 '주고받는 빌미’를 주는 기술도 필요하다. 우리는 양반제도, 식민지배, 전쟁과, 군부 독재를 경험한 탓인지, '뭘 자꾸 물어보는 식'으로는 대화가 무미건조해진다. 심지어 연애할 때도 첫 대화부터, ‘심문식 (fact finding)’의 단답형 대화가 습성화 되어있기 때문에, '유머러스'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무미 건조하고 뻣뻣한 사람보다, 말할 때마다 상대를 배려하고 '유머와 윗트'가 넘치는 사람과 대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직설 화법이나, ‘돌직구’를 날리기보다, 배려와 존중하여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 하원의장 '펠로시'-한국 국회의장 대담(2019, 중앙일보) 

2019년 2월, 한국 국회의장이 미국 하원의장을 방문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 면담에서, ‘펠로시’ 의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는) 여러분 희망대로 되면 너무 좋겠다”라고 했다. 이 말에 한 측 대표단은 “(우리의 설득에) 충분히 ‘이해’ 한 것으로 해석됐다”라고 했다. 하지만, “당신 희망대로 되면 좋겠다”는 말은 상대와 도무지 말이 안 통할 때.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서 점잖게 쓰는 말인데, 그걸 상대가 이해했다고 받아들인 것은 난센스다. 


더구나, ‘Understand (이해)’는 “당신 입장에 동의한다”라기보다, “당신 주장이 뭔지는 알겠다”라는 정도이다. 이런 류의 의사소통 부재가 최고위급의 여러 민감한 현안에서 나온다니 염려스럽다. 필자의 생각에, 그런 걸 몰랐다기보다는 아마도, 회담 성과를 올리기 위해 누군가가 말하는 소위, '잔 기술'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사실, 완벽치 못한 외국어로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소통이 참 어렵다. 외교관들은 상대의 제의가 싫더라도, "No."보다 "Maybe"라고 하니, 상대가 "Maybe"라면 '좀 어렵다'는 뜻이고, "Yes."라면 그저 '내용을 안다'는 정도이고, “정말로 그렇다”면 확실하게 "Absolutely", "Definitely", "Of Course."로 표현한다고 이해하자. 그래서인지, 무슨 말을 점잖게 하면 ‘외교적’이라 하는데, 외교에서는 주재국이 '갑'이라면 항상 ‘을’의 입장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비록, 외교관이 아니라도 강한 말보다 부드러운 표현을 쓰면 도움된다. 


또 한 가지, 우리말과 영어는 가뜩이나 말의 어순이 달라 신경이 쓰이는데, 우리의 부정문은 긍정과 부정의 표현 방식도 서구와는 반대여서 말과 제스처가 불일치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용되는 단어의 함축된 의미를 잘 새기고 대화 간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표현상 행간의 이해와 더불어, 우리와 서구인들 사이에 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 전개 방식이다. ‘귀납적’인 동양적 사고자와 ‘연역적’인 서구적 사고자의 전달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귀납적 사고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미괄식 방식인데 비해, 연역적 사고는 반대로 결론을 먼저 말한 뒤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을 보충하는 두괄식 방식이다. 영어를 배우다 보면 느끼듯이, 서구인의 말은 ‘두괄식’ 방법이다.


관련하여, 필자가 미군 사령부에서 근무할 때, 한/미 간 어떤 사안을 놓고 회의를 하는 도중 이런 말 문제로 가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이는 전술한 바와 같이 다분히 말하는 방법의 절차적 차이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사람이, "Did you~? (너 ~했니?)"라고 물었을 때, 한국 사람은 대부분은 "그렇다. (Yes, I did.)" 혹은, "아니다. (No, I didn't.)"라고 대답하면 되는 일을, 그냥 처음부터 “사실관계가 어떻고… 어떻게 되어 어떠, 어떠하다고 설명을 길게 말한 뒤, ‘그 결과로 뭐가 어쨌다’”라고 , 응답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마찬가지로, "Who did~? (누가~했니?)"라고 물으면, 그냥 "Mr. A"하면 되는데, “사실은 이렇고 저리 해서, 그러다 보니 Mr. A가 ~하였다.”라고 한다. 연역적인 미국인의 기대에 비해 귀납적인 한국인 답변은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한국인이 미국사람의 질문을 모른다기보다, 그냥 우리 식으로 답변하기 때문이다. 결론이 뭔지를 알려는 미국인은, 우리가 장황한 이유를 설명하고 난 뒤, 답변하는 방식을 곤혹스럽게 생각한다. 외국인과 대화 시, 질문이 나오면 먼저, 결과부터 짧게 말하고, 그다음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서구인들은 항상 아침인사나 “Hi (안녕)!” 등 인사말이 앞서고, 거의 매 행동마다 "Thanks (고맙습니다)", "Excuse me (실례합니다)", "That’s all right (괜찮습니다)" 등을 입에 달고 산다는 점도 유의하자. 


언어와 관련한 관습의 차이 

'브레드 피트' 출연의 영화 '바스터즈'(출처: 인터넷)

우리는, 독일과 영국이 같은 서구권이라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줄 아는데, 그들도 일반 국민들이 가지는 독특한 관습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컨대, 2009년 산 ‘할리우드’ 영화 ‘거친 녀석들(바스터즈)’에는 ‘브레드 피트’ 등 다양한 배우가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군인으로 출연한다. 영화의 장면 중에는 술집에서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영국 군인이 독일 군복으로 변장하여, 독일장교와 어울리는 장면을 흥미롭게 이어가는데... 


문제는, 영국인이 위스키 석 잔을 주문하면서 술집 주인에게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검지, 중지, 약지로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이자, 이를 본 독일 장교의 표정이 변한다. 이는 독일인이 3개를 의미할 때 엄지, 검지, 중지로만 표현하는 것과 달랐다. 또, ‘스무고개’ 게임에서 독일인은 10번째 질문에는 통상 대답하지 않는데, 이를 모르는 영국인이 답변하여 독일 장교의 의심을 산다는 것이다. 세세한 관습의 차이까지 알기는 어렵다.


무슬림의 '허그'와 악수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 무심하며, 같은 아파트 통로에 사는 사람이라도 인사를 나누지 않은 사이라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허공을 쳐다보지만, 서구인이나 무슬림은 인사를 잘하는 편이다. 


오스트리아 등 서구에서는 친한 남녀라면 '허깅'이 일상이다.

이들은, 남자끼리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남, 녀가 어느 정도 아는 사이라면, 만날 때마다 좌, 우로 2~3번 가볍게 '허그(Hug)' 하고 빰에 ‘쪽쪽’하고 뽀뽀 소리를 내는 식으로 남녀가 '허깅' 인사를 한다. 오스트리아 일부 지방에는 남자끼리 빰에 가볍게 키스하는 전통도 남아있다.  


무슬림의 인사 (출처: 연합뉴스)

무슬림의 인사법도 서구의 '허깅'과 비슷하다. 다만, 여성과는 인사를 하지 않으나, 남성끼리 아는 사람을 만날 때 꼭 '허깅'인사를 한다. 이들은 먼저 오른손으로 악수를 함과 동시에 상대 남자를 끌어당겨 알라(신)의 뜻에 따라, 좌, 우로 번갈아 3번씩 ‘허그’하며, 일부는 빰에 가볍게 하는 키스와 함께 인사말을 나누며, 친분을 과시한다. 이에, 상대방도 응대한다. 이는 구약성경을 따르는 무슬림이, ‘… 달려와서 그를 맞아서 안고 목을 어긋맞기고 그와 입 맞추며...’(구약성경, 창세기 33:4)처럼 인사하는 것으로 이들의 오랜 인사법이다. 


누군가는 무슬림이 이렇게 ‘허그’ 인사를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평화롭지 못한 역사의 반증이라고 한다. 악수하는 오른손은 총, 칼 등 무기를 다루는 손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왼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하면 굉장히 무례한 일이니, 자기들끼리 인사할 때 양손을 사용하여 '허그'한다는 거다. 양손을 노출하는 '허그'로는 상대에게 칼을 휘두르는 공간마저 허락하지 않으니 ‘가장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받는 방법’이라는 거다. 더구나, 이런 스킨십을 통해 느끼는 끈끈함은, 눈인사나 목례, 악수와는 확실히 다를 거다. 


위상이 다른 오른손과 왼 손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

알다시피, 무슬림에게는 오른손과 왼손의 용도와 위상 차이가 분명하다. 17세기말, 서구는 이슬람이 무력으로 개종하려 한다며 이슬람의 공세에 '이슬라모포비아'라는 공포심에 시달렸다. 그들은 이슬람의 확장을 “한 손에는 칼다른 손에는 꾸란을!”이라는 구호라고, 일반 서민들에게 알리며 이슬람의 '호전성'을 경계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말뜻은 ‘정복당해 개종당하기 싫으면 싸워야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오른손을 칼을 줘면, 꾸란을 왼손에 잡아야 하는 모양새인데... 왼손을 천시하는 무슬림이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꾸란을 왼손에 줜다...?” 이건, 말 그대로 어불성실이다. 그리고, 정복지에 대한 무슬림의 '관용성'은 '거대 제국 건설' 전략이었으니.., 그런 관점에서, 당시 서구인은 무슬림을 너무 잘못 알고 있었다. 


각 나라의 관습에서는 손의 역할이 중요한 듯하다. 과거, 학문을 숭상하던 우리 조상도 오른손잡이가 많았고, 왼손이나 양손잡이가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글씨만 잘 써도 일약 명인되던 시절이었다. 한자나 한글은 좌->우 든, 우->좌 든, 상->하로 쓰든 의미가 통하니 굳이 어느 쪽으로 쓰든 상관없지만, 오른 손잡이 학자가 붓으로 글을 써갈 때, 글씨 모양이나, 써가는 방향에서 더 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운동을 하면 “남들과 달리하면 안 된다”라며 구박을 했었고, 요즘도 여전히 일부 할머니, 할아버지 등 나이 든 세대는 손자뻘 어린아이가 왼손으로 식사하거나 탁구 등 운동을 하면 신기해한다. 


한자든 아랍어든 모두 오른손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우리 글과 달리, 영어는 좌에서 우로 글씨를 쓰고, 아랍어는 우에서 좌로 글씨를 쓴다. 더군다나 띄어 쓰지 않고 연결해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방향을 고려하면 영어라면 오른손이 유리하고, 아랍어는 왼손이 유리하다. 그런데, 무슬림은 종교적 교리 탓인지, 글씨 쓰는 것도 굳이 불편한 오른손을 사용하려 한다. 마치, 음식을 먹을 때도 당연히 오른손을 사용하듯이... 이는 우리가 발보다 머리를 위하듯, 자신의 신체라도 왼손은 화장실 전용으로 천시하는 탓이다.

 

일부 과학자는, 오른손과 왼손의 사용은 우리의 좌뇌와 우뇌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서구의 악기 중에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양손으로 연주하는 그들의 예술성이 좀 나아 보였고, 테니스든, 축구든 양쪽 손발을 다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무슬림이 의도치 않게 왼손과 관련되는 우뇌를 억제하였지만, 왼손잡이 비율이 높은 서구인은 결과적으로 우뇌와 좌뇌를 고루 발달시킨 모양새다. 한때, 우리나라 유전공학 기술진이 젓가락 사용 기술로 유전자 분리를 정교하게 잘한다 해서 화제가 되었다. 요즘, 젊은 부모는 아이에게 오른손과 왼손으로 뭔가를 시켜서 양손잡이로 키울려고 한다. 양쪽 뇌를 모두 발달시키려는 노력일게다. 


엄지 족들의 엄청난 진화(?) (출처: 인터넷)

간혹, 어떤 젊은이가 양쪽 엄지를 사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문자를 보내는 걸 보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들의 엄지 손가락은 특별하다. 이들은 양손잡이가 아니어도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멀티 태스킹’으로 각종 전자기기를 다루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고객센터의 상담 요원은 전화를 받으며, 컴퓨터로 자료를 뽑고, 도장도 찍었다. 


물론, 문제도 있다. 이렇게 '빨리빨리' 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아랍 등 타 문화권에 가면 현지인의 여유롭고 느린 속도에 속이 터진다. 그래서, 가끔 인내력을 잃고 손을 내저으며, Hurry, Hurry!”를 외치는데... 이집트인은 우리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면, 주먹을 가볍고 쥐고 아래, 위로 흔들며 슈와이와슈와이와!”(아랍어로 ‘천천히 천천히’)라고 한다… 우리의 관습과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다. 그쯤 되면 피식 웃고 말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음성인식 챗GPT가 등장한다 하니... 엄지 손가락의 위상에 변화가 생길까..?  


참고로, 왜 많은 무슬림들이 관습에 따라 여전히, 불결할 수도 있는 손가락으로 뜨거운 음식을 먹을까? 

인도인도 무슬림처럼 손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데, 그들은 음식의 촉감과 온도를 입과 손가락에서 느낄 수 있기에 '맛'을 훨씬 더 음미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인디아 대부분 레스토랑에 가면 식탁에 레몬을 띄운 물 한 그릇이 나오는데, 이는 마시는 물이 아니라 손가락을 닦는 '핑거볼'(Finger Bowl)이다. 더운 날, 여행 중 목마르다고 이 물을 벌컥 들이켜서는 안 된다. 손으로 밥을 먹는 방법은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를 붙여서 밥을 적당히 누른 후 뜬 다음 엄지의 손톱 부분으로 입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여기서, 대부분 손가락 두 번째 관절까지만 사용한다. 이처럼, "음식을 더 즐기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것이라니... 필자로서는 할 말이 없다.  어떻든, 인도나 무슬림 국가에서 길거리 음식을 권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도전하려 한다면,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물티슈나 손 세정제를 미리 준비하여 손을 깨끗히 닦고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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