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순간
"나와서 파 좀 다듬어라."
"네~ "
통에 가득 담긴 대파 다발을 보니 살짝 겁이 났다.
'이 많은 걸 언제?'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대파는 굵어서 그런지 금세 양동이가 차오른다.
'고놈 참 맘에 드네!'
나란히 앉아 파를 다듬던 형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눈에 들어온 해든자리. 딱 나를 위해 준비된 자리였다. 뻐근한 무릎을 피고 고개를 들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았다.
부서지는 햇살을 타고 퍼지는 파내음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나는 너 하나로 충분해
긴 말 안 해도 눈빛으로 다 아니깐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해
구깃구깃한 내 마음이 어느새 빳빳하게 펴진다.
나에게 포근한 자리 하나 내어준 오늘, 이 순간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