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길에서 되살아나는 시간
철길은 더 이상 기차가 오지 않는데도
여전히 길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마치 지나간 시간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는 듯합니다.
한때는 분주히 오갔을 수많은 발자국과 이야기들.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눈빛,
손을 흔들던 작별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이 길 위에
겹겹이 쌓여 있겠지요.
나 역시 어린 시절, 철길 곁을 걸으며
이유 모를 설렘을 안았던 기억이 납니다.
끝없이 이어진 선로는
내 꿈까지 실어 나를 것 같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이 멈춰 선 채
다만 추억의 통로로만 남아 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사람들도 흩어지고
기차도 더는 달리지 않지만
이 길은 여전히 ‘기다림’의 모양으로 서 있습니다.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시간들조차
사실은 여기에, 우리 마음 어딘가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듯이요.
철길을 바라보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지나온 모든 계절, 놓쳐버린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나를 살게 하는
따뜻한 기억들이
이곳에서 다시 나를 불러 세우는 것만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추억으로 살아갑니다.
멈춰 선 선로조차도
그 위에 놓인 우리의 발걸음을 기억하며
지금도 조용히
우리를 위로하고 있으니까요.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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