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선로 위의 기억

잊힌 길에서 되살아나는 시간

by 여백로그


철길은 더 이상 기차가 오지 않는데도

여전히 길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마치 지나간 시간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는 듯합니다.


한때는 분주히 오갔을 수많은 발자국과 이야기들.

떠나는 이와 남는 이의 눈빛,

손을 흔들던 작별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이 길 위에

겹겹이 쌓여 있겠지요.


나 역시 어린 시절, 철길 곁을 걸으며

이유 모를 설렘을 안았던 기억이 납니다.


끝없이 이어진 선로는

내 꿈까지 실어 나를 것 같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 길이 멈춰 선 채

다만 추억의 통로로만 남아 있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가고

사람들도 흩어지고

기차도 더는 달리지 않지만


이 길은 여전히 ‘기다림’의 모양으로 서 있습니다.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시간들조차

사실은 여기에, 우리 마음 어딘가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듯이요.


철길을 바라보다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지나온 모든 계절, 놓쳐버린 순간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나를 살게 하는

따뜻한 기억들이


이곳에서 다시 나를 불러 세우는 것만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추억으로 살아갑니다.


멈춰 선 선로조차도

그 위에 놓인 우리의 발걸음을 기억하며


지금도 조용히

우리를 위로하고 있으니까요.


-여백-

Insta | @yeobaek.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