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 있죠. 쉽게는 먹는 게 그렇잖아요. 과자, 치킨, 라면, 떡볶이. 제 주위만 보더라도 별로라고 말하는 사람이 드문 것 같아요. 불호가 거의 없는 거죠. 아주 드물게 저 네 가지 음식이 별로라고, 혼자서는 절대 찾아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해요. 예를 들면 저같은 사람이 그래요. 보통 깜짝 놀라거나 안타까워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입장에선 의아한 일, 싫어하는 입장에선 별거 아닌 일. 저는 대신 술, 곱창, 피자, 고기에 환장해요. 이 입맛에도 찬성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테죠. 우린 이걸 두고 기호라고 불러요. 서로 해명할 것까지는 없는, 그저 호불호가 갈리는 흔한 일 중 하나라고나 할까요.
또 뭐가 있을까요. 저는 글이 기호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읽는 사람마다 좋고 싫음의 반응이 나뉠 수밖에 없어요. 각자 살아온 대로 눈맛이 갈리기 때문이겠죠. 그저 내 맛이냐 네 맛이냐, 그 문제인 거예요. 얼마 전에는 프로필 사진을 찍으러 논현동에 갔는데, 포토그래퍼님께서 측면 사진을 고집하는 저를 보더니 웃으시며 넌지시 중얼거리셨어요. 사진은 기호니까요. 아마 전문가로서 마음에 드는 다른 사진이 있으셨겠죠. 그래도 찍힌 사람의 마음을 더 우선순위에 두신 거예요. 저의 기호를 쿨하게 인정하신 거죠. 그보다 성숙한 태도가 있을까요. 단순한 입맛의 기호와는 달리 어느 사람이 하는 행동에는 내 의견에 끼워 맞추기 위한 어설픈 이유가 붙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상대방의 기호를 존중해주는 그녀가 멋있어 보일 수밖에요.
기호가 아닌 것이 있을까 싶어요. 당장 저부터도 기호거든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테죠. 별 이유가 없을 수고 있고,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죠. 둘 다 이해해요. 그런데 있잖아요. 저는 바꿀 수가 없어요. 제가 싫다고 다른 이가 될 순 없는 노릇이고, 제가 좋으면 그저 나로 머무르면 되는 일이라서요. 기호를 바꾸려 애쓰는 건 도저히 쉬운 방법이 없어서 나는 기호라고 말할 수밖에는 없네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