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란자의 패션을 더욱 공고히 할까, 오히려 해체할까?
밀라노 패션 위크가 한창이다. 지난주 Fuorimoda 행사 중 하나인 NSS 매거진 이벤트에 참석했다. Gucci 26FW 컬렉션을 함께 스트리밍했다.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유난히 많은 셀러브리티가 등장했고, 아찔하게 높은 킬힐과 거의 맨발처럼 납작한 남성 플랫 슈즈가 한 런웨이 위에서 공존했다. 반짝이는 글리터는 조명 아래에서 과장되게 빛났고, 전체적인 실루엣은 의외로 간결했다. 복잡한 개념보다는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섹시함과 상업성이 전면에 나와 있었다.
한때 브랜드를 지배했던 Alessandro Michele의 장식적이고 낭만적인 세계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신 나는 문득 Tom Ford 시절의 직선적이고 노골적인 관능을 떠올렸다. 마지막에 등장한 Kate Moss는 다이아몬드 장식의 G-스트링 드레스를 입었고 그 의도를 분명히 하는 걸음걸이를 보여줬다. 화려했고, 노골적이었고, 무엇보다 잘 팔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쇼를 다 보고 난 뒤 내 머릿속에 남은 것은 뱀부백도 광나는 테일러드 수트도 아닌 내가 매일 마주하는 밀라노 거리의 장면이었다. 나는 밀라노에 살고 있고, 이 도시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스타일은 어쩌면 마란자(Maranza)일지도 모른다.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걷다가 크로스로 맨 힙색의 지퍼를 열어 자연스럽게 폰을 넣고, 두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어깨를 약간 흔들며 걷는 소년들. 자켓은 유광 몽클레어, 베르사체, 구찌 33.3% 확률로 걸어본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이 이미 브랜드의 상징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고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기호가 되었고, 진품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의 태도와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런웨이의 구찌와 길거리의 마란자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닮아 있다. 둘 다 과시를 전제로 하고, 둘 다 즉각적으로 인식되기를 원하며, 둘 다 ‘보여짐’을 통해 완성된다. 구찌는 셀러브리티와 쇼를 통해 세계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마란자는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스스로를 연출한다. 하이패션이 상업적으로 단순해질수록, 거리는 더 빠르게 그것을 흡수하고 변형한다. 그리고 그 변형된 모습은 다시 럭셔리 하우스의 다음 시즌 무드보드 어딘가에 스며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패션이 재미있다고 느낀다. 쇼장은 계산된 판타지이고, 거리는 날것의 현실인데, 결국 둘은 서로를 닮아간다. 글리터로 번쩍이는 런웨이와 진짜인지 짭인지 모를 로고가 넘쳐나는 거리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그 경계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