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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꽃 흩날리는 날

by 보내미 이 복 희

흰 꽃 흩날리는 날



이복희



진득한 닭똥 쌓인 자두나무 아래

싸리나무로 엮은 닭장 안

암탉 한 마리 쪼그려 앉아 뭄 풀고 있네요


과원에 먹장구름이 잠시 머물다 지나갔어요

임시 화장실에 기어든 미혼모 김양

핏물 흥건히 고인 화장실 바닥에

작은 핏덩이를 신문지로 돌돌 말아 놓고 어쩔 줄 모르네요


환기창으로 비집고 들어온 오후 빛 위로

핏덩이를 살며시 밀어놓은 그녀

문짝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누른 벽에 붙은 전단을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네요

미 혼 모 신 생 아 입 양

활자에 닿아 눈물이 뚝뚝 끊어지네요


돌아서기에 늦은 발걸음 무겁게 떼며

김양은 모든 것이 가벼워지길 원했을까요

귓속 파고드는 핏덩이 울음소리에

몇 번이나 뒤돌아봤겠지요


핏덩이가 좋은 집안에 입양되길 바라는 그녀

팅팅 불은 젖은 한없이 눈물처럼 흘러내렸겠지요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내내 귓가에 맴돌아요


과원의 오후는 온통 흰 자두꽃으로 휘날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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