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아름다운 배려
다른 지방에 가면 별 거 아니지만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 지방 강변을 걸을 때다. 더운 기운이 가라앉은 저녁 시간. 산책길에 사람들이 많다. 노을이 젖어드는 강가는 매우 아름답다. 소금쟁이들이 물 위에 크고 작은 동그라미 파동을 만들고 강 건너 숲이 물에 잠긴 데칼코마니가 거울 같다. 강가에는 개망초가 흐드러져 느긋한 바람에 살살 흔들린다.
둑 위로 올라오자 오래된 벚나무그늘이 짙다. 잠시 후, 이른 저녁 가로등이 들어온다. 그런데 가로등이 기둥에 달리지 않고 길가 바닥에 있다. 그것도 생울타리 안에. 적당한 거리로 둥그렇게 심은 낮은 사철나무가 그 가로등을 감싸고 있다. 한양도성길을 걸을 때, 아래에서 쏘아 올린 조명이 성곽을 비추어 그 은은함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데 걸을 때 너무 눈이 부셔 아래를 보기가 불편했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이 길은 낮은 나무 사이로 빛이 부드럽게 올라와 편안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걷는 사람도 눈에 쏘지 않게 사철나무로 가려놓은 불빛. 그 세심한 배려에 고마워진다. 그런데 사철나무가 뜨겁지는 않을래나?
스페인 어느 지방, 포석이 깔린 골목 입구에 둥근 돌기둥이 서너 개 나와 있다. 갑자기 차가 오자 스르르 내려간다. 허용된 차만 다닐 수 있게 인식하는지 조금 후 다시 제자리로 스르르 올라오는 기둥. 신기하기도 하고 함부로 차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주민의 편의를 생각하는 배려에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나라에도 어딘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참 착한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뚜벅이로 다니면서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교통 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각각 다른 멘트가 나온다는 걸 알았다. 청소년이면 “안녕하세요?” 일반이면 “감사합니다” 복지카드면 “건강하세요” 혹은 “사랑합니다.” 국가유공자가 타면 “고맙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자 깜짝 놀란다. 어르신들이 탈 때마다 “건강하세요”라는 말이 나올 때는 더 훈훈해진다. ( 서울시내에서 버스를 타면 환승입니다, 삑, 하차입니다 이런 멘트가 나오던데... )
어느 지방은 그렇게 단말기 멘트를 바꿈으로써 부정승차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교통카드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에서 고안한 일이겠지만 참 아름다운 배려다. 다수의 안위나 행복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것이 작은 일에도 느껴진다. 버스 속에서 나는 마음이 따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