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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여행

마지막 마음

by 오설자

가끔 가슴을 울리는 기사가 마음을 잡아당긴다.

“이 병을 바다에 던져주세요.”

“이분이 우리 엄마예요. 다시 바다로 보내주세요. 엄마는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영국 올덤에서, 카라”

사진에는 기다란 유리병과 가루 조금과 편지를 쓴 쪽지가 담겨 있다.

사연은 이랬다.


영국 동부 스케그니스 해변을 여행하던 셰리든 가족은 모래 속에 반쯤 파묻힌 유리병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유골 한 줌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수첩에서 떼어낸 종이에 쓴 편지에 적힌 사연이다.


그 '특별한 사연'을 발견한 셰리든 가족은 “카라 어머니, 행복한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답장을 써서 다시 바다에 던져준다. 그 동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우연히 사람들에게 퍼진 것이다. 알고 보니 12시간 전에 같은 바닷가에 던져진 병이었다.


카라의 어머니는 심장질환으로 지난 2월 세상을 떠났다. 처음엔 유골을 해변에 뿌리려 했으나 사촌과 친한 친구가 ‘유리병’ 아이디어를 낸다. 홀로 다섯 아이를 부양하느라 생전에 여행도 하지 못하고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 엄마를 위한 좋은 생각이기도 했다. 해변과 태양을 매우 사랑했던 엄마가 ‘유리병 여행’을 하며 웃을 거라고 생각했다.


딸은 인터뷰에서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여행을 못 갔기 때문에 마침내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쪽지를 썼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엄마의 유골이 더 먼 곳에서 발견되길 바랐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전 엄마가 바베이도스나 스페인의 해변에 갔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떠난 카라의 엄마는 아마도 기쁘게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별한 여행을 만들어준 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자신들도 비슷한 일을 했다는 댓글이 올라온다.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가서 그곳에 유골을 뿌려주고 왔다고.


세상에 남아 떠도는 카라의 엄마는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거다. 죽어서라도.



오래전에 읽은 이야기라 희미한데 여행을 하고 싶은 엄마를 위해 유골 가루를 곳곳의 우체국에 보낸다. 티티카카 호수에 뿌려달라고 근처 우체국에도 보냈다. 사연에 감동한 우체국장이 호수에 뿌려준다는 이야기. 죽어서라도 못다 이룬 꿈을 이루게 해주는 기특한 마음이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틈틈이 가는 뚜벅이나 먼 여행은 대단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는 곳마다 우리 발자국을 남기고 숨결 하나씩 낯선 곳 어딘가에 걸어놓고 온다.


내가 특별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특별한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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