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산업단지

기후위기 속 산업단지 리스크 — 통계가 아닌, 현장의 현실

by 청윤

며칠 전, 하노이를 포함한 베트남 북부 지역이 집중호우로 침수되었습니다.

태풍 Matmo를 포함해 네 개의 태풍이 연달아 북부와 북중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고, 근로자들은 일터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습니다. 산업단지도 일부 침수되었고 기업들에는 홍수 피해가 예상되니 조심하라는 경고가 내려졌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남중국해에서 폭풍과 태풍이 더 빈번하고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해수면 온도를 높인 지속적인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결과로, 베트남뿐 아니라 아세안 전역의 해안 산업단지들이 직면하게 될 새로운 현실을 보여줍니다.


기후의 경계 위에 선 산업단지

올해도 어김없이 홍수 피해가 발생한 베트남을 보며, 2011년 태국 아유타야(Ayutthaya) 홍수 당시 산업단지가 입은 피해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산업단지와 기업 약 800곳이 침수되어 글로벌 자동차·전자산업의 생산라인이 멈췄고,
세계은행에 따르면 피해액은 약 465억 달러, 한화로 약 60조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전자·기계 제조업 공장이 집중된 지역이 침수되면서 하드디스크 생산이 급감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태국은 이후 복구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습니다.


산업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이 GDP의 22%(2024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산업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기후위기에 매우 취약한 국가입니다. 이에 세계은행은 방글라데시 산업단지 개발 관련 차관사업에서 ‘슈퍼 방조제 (super dikes)’를 건설하고, 최신 기후위험 정보를 반영해 산업 인프라를 설계하도록 지원했습니다.


IMG_5963.HEIC 방글라데시 주요 산업단지 인근 도로가 침수되어 있는 모습. 저자 제공.
IMG_2626.HEIC 방글라데시 산업단지 인근 학교 건물. 저자 제공.
IMG_6035.HEIC 방글라데시 주요 산업단지에 건설되고 있는 슈퍼 방조제. 저자 제공.

이러한 기후위기는 더 이상 인프라가 취약한 개도국이나 Global South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 그리고 한국의 산업단지들 역시 매년 반복되는 폭염·홍수·가뭄·산불로 냉각비용과 전력비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후위기 시대 산업단지의 현장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산업단지가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유

기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유는 산업단지의 구조적 특성에 있습니다.

산업단지는 해안·강변 중심의 입지적 특성 때문에 침수·염해 및 해수면 상승 위험이 상존합니다.
또한 대규모 전력망과 용수 공급이 필요해 인프라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주요 인프라가 마비되면 단지 전체의 가동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업 간 자원·에너지를 공유하기도 해서, 한 입주 기업의 가동 정지로도 큰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일상으로 번지는 파급효과


결국 산업단지는 하나의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공장 하나가 멈추면 그 공장의 공급처인 다른 기업이 영향을 받고,
전력회사·운송업체·수출항만도 영향을 받을 경우 크게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세계은행 보고서 Resilient Industries: Competitiveness in the Face of Disasters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적 리스크를 아래와 같은 다이어그램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Screenshot 2025-10-10 at 10.46.10 PM.png

Source: World Bank 2020.


산업단지는 우리 일상과는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영향은 우리의 삶으로 되돌아옵니다.
한 산업단지의 침수는 특정기업의 생산 차질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여파는 수출, 고용, 소비시장으로 확산되어 자동차·전자제품 가격 상승, 납품 지연, 일자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산업 현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울산 지역에서는 고온 노출이 불가피한 공장·물류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기업들이 휴식시간 확대와 냉방 설비 확충 등 폭염 대응 조치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단순히 근로자 보호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가 산업 운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산업단지는 더 이상 경제 성장의 ‘엔진’만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완충지대(buffer zone)이자 경제회복의 구심점이 되어야 합니다.


다음 이야기

이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입니다.

왜 여성 노동자들일까요?
1960~70년대 한국의 구로공단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개도국 산업단지에는 경공업 근로자가 많아, 전체 노동자의 60~70%가 여성입니다.
그들은 홍수로 출근이 막히고, 폭염 속 냉방이 없는 공장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기후 재난이 닥칠 때마다, 일시 해고나 임시 휴업의 첫 대상이 되곤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산업단지 전환이 가능할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과 협력 구조,
여성과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기후위기 #산업단지 #홍수 #폭염 #공급망리스크 #지속가능발전 #기후적응 #ResilientIndustry #ClimateRisk


참고문헌 및 자료


World Bank. 2011. “The World Bank Supports Thailand’s Post-Floods Recovery Effort.” Link.

World Bank. 2012. Thai Floods 2011: Rapid Assessment for Resilient Recovery and Reconstruction Planning. Washington, DC: World Bank. Link.

World Bank. 2025. Manufacturing, value added (% of GDP) - Bangladesh. Link.

World Bank. 2020. Resilient Industries: Competitiveness in the Face of Disasters. Link.

Vietnam News, Ocotber 9, 2025. Natural disasters leave 238 dead and missing, economic damages hit $1.4 billion since early this year. Link.

United States Energy Administration Information (EIA). March 2025. "U.S. manufacturing energy consumption has continued to increase since 2010 low." Link.



작가의 이전글티셔츠에서 반도체까지, 보이지 않는 산업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