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종합시험을 치르고

- 하나의 산을 넘고 다음 큰 산으로 간다.

by 쎄씨로이어

(1) 시험 당일의 일기


종합시험이 끝났다.


십여 년 전 로스쿨 졸업 종합시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훨씬 젊었고, 체력도 짱짱했으며, 암기도 잘 되던 시절이었는데도 참 힘들었었는데.

(물론 그때와 1:1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너무 힘들어서 힘들단 생각도 없이 지나갔었나 보다.

내가 이걸 또 하다니. 웃음이 나왔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살아간다고 했던가.

그때의 그 기억을 가지고도 또 공부의 길로 접어든다니.

망각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시험을 준비하며 종합시험은 그냥 다 붙겠지, 논문이 중요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한 대 치고 싶었다 ㅎㅎ 몇 날 며칠을 밥만 먹고 공부해도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변호사생활 십여 년 동안 나는 더 똑똑해진 것 같은데 왜 더 외워지질 않는 걸까?


나의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준비과정이었고

시험을 다 보고 나온 지금, 스스로 더 잘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


아 왜 나는 이걸 지금에야 시작한 걸까.


시험을 끝내고 나온 소회?

오늘은 너무 지치고 힘들다.



(2) 종합시험 합격 발표 후인 오늘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다.


시험을 보고 약 2주 동안 나는 다시 건강한 멘털로 회복했다.

시험을 본 날 땅을 파던 스스로의 모습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 일기를 쓰고 발행하지 않은 이유는 딱 하나다.

나의 느낌을 적고 싶긴 했지만,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나의 자책은 발전의 원동력으로 쓰이면 그뿐이다.


나는 그다음 날부터 신문을 구독했다.

인터넷 뉴스로 모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요즘이지만, 나의 알고리즘이나 관심과 멀고, 정제되어 있는 뉴스들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루틴은 회복했다.


그리고 2주가 좀 지났을까, 종합시험을 본 세 과목과 구술시험 모두 합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연히 합격하겠지. 하고 생각하다가,

아니 한 과목이라도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휩싸였다가

아니, 떨어진들 다시 보면 되지 라는 위안을 하는 지난 2주 동안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또 성장한 것 같다.


신문을 읽으며 다시 사회와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고,

나의 장기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플랜을 짜기 시작하였으며

논문에 대해서도 다시 주제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 그래서 삶은 이어지는 거라고 했던가?


결과를 알기 전 떨어진 자신감에 땅을 파고 있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험을 보고 논문작성에 바로 착수했어도 크게 진전이 없었을 2주 동안

나는 조금 더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나이 40에 어른이 되었다는 기분이라니 좀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난 아직 철이 드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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