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들어도 기쁘지 않은 날:"다 운이에요"란 거짓말

가면 증후군, 겸손이 아니라 불안의 신호입니다

by 김미주

강의가 끝났습니다. 교육 담당자가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강사님, 오늘 강의 정말 최고였어요! 직원들 만족도가 역대급일 것 같아요."

기분 좋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오늘 운이 좋았을 뿐이야', '저분이 내 실수한 부분을 못 본 게 다행이지', '다음번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분명 성공적으로 일을 마쳤는데, 성취감보다는 무사히 마쳤다라는 안도감이 앞섭니다.

마치 들키지 말아야 할 비밀을 간신히 숨긴 사람처럼 말이죠.


남들은 저를 '전문가'라고 부르는데, 제 안의 나는 자꾸만 속삭입니다.

"너 사실 별거 없잖아. 운 좋게 여기까지 온 거잖아. 조만간 사람들이 네 실체를 알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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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사람일수록 찾아오는 불청객, '가면 증후군'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신의 성공을 자신의 실력이 아닌 '운'이나 '타인의 과대평가' 덕분이라고 믿으며, 언젠가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 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증상이 소위 '잘나가는' 고위직 리더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유능한 사람들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성공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은 나머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가짜(Imposter)'라고 몰아세웁니다.


겸손함의 미덕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성취의 기쁨을 갉아먹고 만성적인 무기력을 부르는 독이 됩니다.


'운'도 실력이 머무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성공의 지분'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객관적인 증거 나열하기
"운이 좋았다"는 추상적인 생각 대신, 이 일을 해내기 위해 내가 보낸 시간, 작성한 자료, 고민했던 지점들을 종이에 적어보세요. 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준비를 했기에 운이 달라붙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칭찬을 '데이터'로 수용하기
타인의 칭찬은 단순한 예우가 아니라, 외부에서 보내주는 나의 퍼포먼스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입니다.
데이터가 "성공"이라고 말한다면, 내 느낌이 어떻든 일단 수용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완벽할 권리보다 '실수할 권리'를 허용하기
전문가란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해도 수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가짜가 들통날까 봐 두려운 이유는 '완벽해야만 내 가치가 증명된다'는 착각 때문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그 자리는 누군가의 배려나 우연으로 얻어진 요행이 아닙니다. 당신이 견뎌온 불면의 밤들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쌓여 만들어진 '당신의 영토'입니다.

칭찬을 들을 때 "아니에요, 별거 아닙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는 대신, 오늘만큼은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해주세요.

"고생했어. 이건 네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야. 맘껏 기뻐해도 돼."


가면을 벗어도 괜찮습니다. 그 아래에 있는 당신의 민낯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근사하니까요. 칭찬을 온전히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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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운으로 돌리는 습관은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당신의 노력에 정당한 지분을 인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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