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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Feb 28. 2021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전술이 먼저일까, 선수가 먼저일까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듯 선수의 유형도 다양하다. 이 다양한 선수들을 모아 경기장에 내보내 최고의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것, 이게 감독의 역량이다. 축구는 서로 다른 선수 11명이 나가 또 다른 11명을 이기는 스포츠이기에 그 무엇보다 협동, 호흡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전술이 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아니, 전술이 먼저일까, 선수가 먼저일까.


출처 : 네이버 뉴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선수가 존재한다. 전술을 타는 선수, 전술을 타지 않는 선수. 전술을 타지 않는 선수라 해서 전술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전술이 바뀌든, 감독이 바뀌든 주변 환경이 변화한다 해도 본인의 퍼포먼스를 꾸준히 보여주는 선수인 것이다. 반면 본인이 본인의 능력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동료, 환경 등이 갖춰져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들은 비교적 전술을 타는 선수들이다. 오늘 살펴볼 선수는 전술을 타는, 해당 선수를 위해 쉽게 말해 판을 짜줘야 하는 선수들이다.


1. 유벤투스의 새로운 판타지스타, 파울로 디발라


출처 : 네이버 뉴스


 아르헨티나 국적의 공격수이자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수려한 외모로 축구장을 훈훈하게 만들고 독특한 그의 세리머니는 그의 스타성을 보여준다. 상징적인 델 피에로의 등번호, 10번을 물려받은 디발라는 유벤투스의 새로운 판타지스타라 불리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15-16 시즌을 앞두고 이전 시즌 팔레르모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벤투스로 이적한 디발라는 첫 시즌임에도 초반부터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시종일관 만들어내는 찬스, 날카로운 킥과 슈팅, 체격이 크지 않음에도 본인만의 밸런스를 이용한 드리블과 투지로 유벤투스 팬들을 매료시켰다. 시즌 통산 46경기에 나와 23골과 7 도움을 올리며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그는 단숨에 10번 후보에 올랐다. 다음 시즌에도 21번을 달고 뛴 디발라는 시즌 통산 48경기 19골과 8 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과인의 합류와 큰 경기에서의 부진이 겹치며 약간은 팬들에게 의구심을 주기도 했다. 다음 시즌 10번을 물려받은 디발라는 시즌 초반 미친듯한 페이스를 보여줬다. 시즌 중반에는 부상과 슬럼프를 겪었으나 시즌 후반에 다시 살아나며 결국 커리어 하이를 보여줬다. 46경기에 나와 25개의 골과 7개의 도움, 자신이 10번의 후계자임을 증명했다. 이후 호날두가 합류하며 팀의 중심이 이동하자 그의 기록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사리 감독이 디발라를 중용하기 전까지는 숱한 이적설에 시달려야 했다. 공교롭게도 사리 감독의 첫 시즌, 디발라는 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세리에 A MVP에 등극한다. 슬럼프와 부상,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던 디발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련은 전술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디발라는 자신을 위주로 전술을 짜야하는 선수다. 그의 포지션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인데 해당 위치에서 본인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경기하는 경우, 그는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다. 괜히 메시의 후계자라는 칭호가 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위치에 대한 제약이 조금은 크다. 그는 전방 쪽으로 얼마든지 침투하고 가담하며 직접 골을 노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공격수의 넓은 활동 반경과 연계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디발라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파이널 서드 공간을 제공해줘야 하기에 좌우측 측면으로 수비를 분산시킬 수 있는 자원도 필요하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을 경우의 퍼포먼스와 그렇지 않은 다른 위치에 나왔을 경우의 퍼포먼스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디발라를 위해 해당 포지션을 제공해줘야 한다. 물론 디발라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줬을 때의 능력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이를 제공해 줄 팀은 많을 것이나 최근 유벤투스가 사용하는 전술이나 호날두의 존재로 인해 이를 디발라에게만 맞추기에는 쉽지 않다. 유벤투스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은 디발라이기에 이적이 쉽지는 않으나 피를로 감독과 호날두가 건재한 현 상황에서 디발라가 제 기량을 완전히 펼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 사리의 페르소나, 조르지뉴


출처 : 네이버 뉴스


 이탈리아 국적의 수비형 미드필더, 현 축구계에 몇 없는 레지스타 형태의 축구선수이다. 나폴리 시절 사리 감독의 뇌, 사리의 페르소나, 사리의 양아들이라 불리며 사리볼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조르지뉴는 사리 감독을 따라 첼시에 둥지를 틀었다. 헬라스 베로나의 승격을 이끌며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았던 조르지뉴는 베로나의 핵심으로 자리하며 많은 빅클럽의 관심을 받았다. 결국 2014년 1월 나폴리로의 이적을 택한 조르지뉴는 이적하자마자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며 팀원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해당 시즌 중반 이후 감각을 잃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다음 시즌 사리 감독이 부임하며 감각을 되찾았다. 사리 감독은 조르지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3 미들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조르지뉴를 배치하며 팀의 방향키 역할을 해줬다. 사리 감독은 자신의 축구에 핵심으로 조르지뉴를 활용했고 자신이 첼시의 감독으로 부임하자 조르지뉴도 첼시로 데려갔다. 첼시로 이적해서도 자신의 장점을 어느 정도 뽐냈으나 압박이 비교적 강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의 단점을 크게 노출하며 때로는 감독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사리 감독이 유벤투스로 떠나자 조르지뉴의 이적설도 마구 튀어나왔지만 첼시에 잔류해 이제는 투헬의 신임을 받고 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조르지뉴 역시 주변 환경이 조성되고 본인만의 위치에서 뛰어야 하는 제약이 많은 선수이다. 조르지뉴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기동력이다. 조르지뉴의 기동력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그의 포지션을 감안하자면 더욱 치명적이다. 수비라인 바로 앞을 보호해야 하는 그의 위치에서 그와 같은 복귀 시간과 속도는 팀에게 너무 큰 위험이다. 특히나 상대가 압박이 거센 팀이라면 조르지뉴와 같은 원 볼란테에 서 있는 선수는 좋은 먹잇감이다. 기동력이 떨어지고 탈압박을 못 하지만 팀의 중심으로 판을 만들어 가야 하는 조르지뉴는 모든 팀의 압박 1순위 대상일 수밖에 없고 조르지뉴 중심의 팀은 조르지뉴가 고전하면 해당 경기를 풀어내기 쉽지 않다. 이러한 단점이 있음에도 그가 보여주는 시야, 패스 능력, 시야, 축구 두뇌는 정말 뛰어나기에 사리는 조르지뉴가 편하게 공을 넘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던 것이다. 나폴리 시절을 예로 들어보자. 조르지뉴는 압박에 취약하기에 조르지뉴가 편하게 빌드업할 수 있도록 압박을 분산시키는 미드필더가 옆에 있어야 한다. 사리볼이라 불리며 나폴리가 좋았을 때는 조르지뉴 옆에 알랑이 있었다. 알랑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조르지뉴가 빌드업을 할 때는 압박을 분산시켜주고 수비 시에는 빈 공간에 찾아들어가 조르지뉴의 단점을 커버해줬다. 조르지뉴가 전개할 수 없는 공격적인 부분은 함식이 맡았고 혹여나 조르지뉴가 막혀 빌드업이 힘들다면 후방에 있는 쿨리발리가 하거나 좌우측 풀백인 히사이나 굴람이 도맡기도 했다. 이처럼 나폴리에선 조르지뉴의 단점을 커버해 줄 수단을 곳곳에 배치했었기에 조르지뉴가 편안히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3. 윙인가, 공격수인가, 티모 베르너


출처 : 네이버 뉴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첼시 소속 선수이다. 지난 시즌의 폭발적인 활약을 바탕으로 첼시에 합류한 독일의 공격수, 티모 베르너는 17세 4개월 25일의 나이로 공식 경기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 최연소 공식경기 데뷔 기록을 세우며 15-16 시즌까지 슈투트가르트 소속으로 출전하다가 라이프치히로 이적한다. 라이프치히로 이적 당시까지 기대주였던 베르너는 본격적으로 날갯짓을 시작한다. 라이프치히 특유의 전술은 베르너의 득점력을 이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베르너는 그렇게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한다. 그런 베르너의 득점력이 폭발한 시즌은 바로 19-20 시즌, 시즌 통산 45경기에 출전해 34골을 기록했다. 리그만 보면 34경기 출전, 28개의 골이었다. 레반도프스키의 미친듯한 득점 레이스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득점왕을 하고도 남을 득점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첼시로 이적한 베르너는 한 시즌만에 떨어진 폼을 선보이며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적료가 적지도 않기 때문에 그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열심히 세우고 있는 투헬 감독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이러한 베르너를 향한 불신은 첼시에서의 부진에만 기인하지는 않는다. 베르너의 들쑥날쑥한 경기력은 독일대표팀에서도 이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로 원톱을 사용하는 독일 대표팀과 투톱을 사용하던 라이프치히 사이에서 베르너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독일 대표팀 경기에 나서면 아예 원톱으로 배치되거나 아예 측면 자원으로 배치되었는데 그 어느 곳에서도 베르너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베르너도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단점이 명확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베르너는 빠른 속도와 침투라는 장점을 이용하는 공격수다. 일명 침투형 공격수라 불리는 유형인데 라인 근처에서 머물면서 수비라인 뒷공간을 공략하며 득점을 올린다. 이는 베르너의 장점을 살리기도 하지만 단점을 커버하기도 하는 플레이 스타일이다. 베르너는 생각보다 터치와 드리블이 좋지 않다. 완벽하게 깔끔한 터치보다는 속도를 이용해 우선 잡아 놓고 공간을 파고들며 천천히 잡아 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공을 잡고 올라가며 플레이하는 것이 아닌 동료가 넣어주는 침투 패스를 본인이 공 없이 움직이며 받아낸다. 이는 베르너의 단점을 커버한다. 물론 베르너의 완벽한 활용을 위해 동료들도 움직여줘야 한다. 우선 베르너는 투톱에서 뛰어야 한다. 자신이 좌우측 하프 스페이스를 마음껏 공략할 수 있도록 중앙에서 지속적으로 수비진과 싸워주며 때로는 공간을 만들고 때로는 연계를 해줄 수 있는 중앙 공격수를 필요로 한다. 베르너가 침투를 가져갈 때 공격적인 파이널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선수도 필요하다. 베르너가 아무리 움직인다 해도 정작 패스가 오지 않으면 이 움직임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감독은 베르너가 뒷공간을 마음껏 공략할 수 있도록 상대가 수비라인을 올리도록, 뒷공간을 노출하고 밀고 올라오도록 유도하는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베르너는 본인이 잘하는 그 몸놀림을 통해 치명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갖춰야 할 것이 조금 많긴 하지만 말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어떤 감독은 자신의 전술에 선수를 맞추기도 하고 어떤 감독은 선수에 맞는 전술을 짜기도 한다. 판을 만들어줘야 잘하는 선수가 과연 믿을 수 있는 선수인가. 선수가 잘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과연 선수에 대한 파악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어려운 논쟁이다. 뭐가 맞는 것인지 뭐가 먼저인지도 잘 모르겠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다. 뭐가 먼저면 어떠한가. 선수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감독 역시 선수들을 위한 배려를 하면서 전술을 짜고 결과가 따라준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다. 이리저리 싸워도 결국 중요한 건 결과이다. 축구는 결과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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