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혁준 May 02. 2021

축구는 변화가 필요하다

보수적인 아집과 이기적인 욕심의 대결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백곰 군단,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수장, 플로렌티노 페레즈를 중심으로 내로라하는 클럽들이 뭉쳤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리그를 구성하려 했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 큰 자본과 빅클럽들의 의지가 모여 축구의 판도가 바뀌려 하는 찰나에 팬들이 나섰다. 그들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결사반대 의지를 내비치며 클럽을 압박했고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한 클럽들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을 뺐다. 클럽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며 프로젝트는 힘을 잃었고 이제는 프로젝트 발표 이전으로 돌아온 듯 보인다. 단 2일 천하로 끝나버린 ESL, European Super League의 이야기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갑작스레 발표된 슈퍼리그의 발표 시기를 두고 유럽축구 연맹, 유에파가 준비한 챔피언스리그 개편안을 염두하고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챔스 개편안 발표를 며칠 앞두고 깜짝 발표된 것이기에 대중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소식을 접한 팬들은 당혹스러움과 불만을 보였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설득의 과정이 부족했던 꽤나 파격적인 프로젝트에 거센 반발은 필연적이다. 이 정도일 줄 몰랐을 뿐이지. 팬들의 많은 반대에 부딪혀 막을 내리고 만 슈퍼리그, 얼핏 보면 빅클럽들이 가진 극한의 이기주의의 표상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실상 역시 그러할까. 개인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경제적 사유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여러 클럽이 모여 연맹을 상대로 한 시위에 가깝다고 본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코로나 19는 동아시아를 먼저 강타했다. 그저 우리만의 이야기로 끝나기에는 아쉬웠던 걸까. 코로나 19는 흐르고 흘러 지구 반대편 유럽에도 영향을 끼쳤고 유럽을 강타했다. 해당 여파는 스포츠계에도 이어졌다. 유럽축구는 경기장에 모인 팬들에 의해 유지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직관은 위험했기에 각국의 정부는 경기장 내 관중 입장을 금지했다. 구단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축구에서 입장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모든 구단은 불시에 그 수입을 포기해야 했다. 코로나로 입장권 수입이 없어지자 여러 부수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자연스레 클럽의 재정은 어려워졌고 규모가 큰 클럽일수록 어마어마한 크기의 부채를 끌어안게 되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클럽의 재정은 더욱 나빠졌다. 그러나 유에파는 클럽들의 사정을 이해해주진 못할망정 네이션스 리그를 그대로 진행하는 등 수입을 위한 무리한 일정을 요구했다. 지갑이 얇아져 선수단 충원을 필요한 만큼 하지 못했던 클럽들은 얇은 선수층, 국가 대항전으로 인한 피로도 심화, 피로도에 의한 부상 등 단점을 끌어안아야 했다. 이 불만에 유에파가 한 번이라도 귀 기울인 적 있는가? 단연코 아니다. 유에파는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선수들을 경기에 갈아 넣었다. 특히 국가 대표팀 경기에 차출이 많은 빅클럽일수록 불만은 컸다. 무너진 재정, 졸속한 연맹의 행정,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클럽은 슈퍼리그를 구성하려 했다. 연맹은 도대체 뭘 하는 조직인가. 빅클럽의 중계권료를 위해 단순히 경기 수를 늘린 프로젝트만 구성할 줄 아는 조직인 건가. 연맹의 졸속한 행정이 슈퍼리그를 앞당긴 것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의 인터뷰는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74세의 노인이 내뱉기에 오히려 급진적이라 들릴 수 있을 정도로 문제 해결에 진보적이었고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축구가 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쉽게 내뱉지 못하는 말이었다. 전통 자체를 무시할 수 있는 말이니 말이다. 해당 인터뷰는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노인의 이야기가 아닌 현자의 인터뷰를 보는 듯했다. 축구는 위기이다. 젊은이들은 90분 내내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대가 변함에 따라 축구도 변화해야 한다. 현장에 가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편안히 보는 것을 원하고 90분 내내 집중하며 보는 축구보다 15분짜리 게임을 좋아하는 세대가 왔다. 이미 어마어마해진 축구 산업의 무게를 지탱하고 나아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의 형태로는 부족하다. 변화해야 한다. 단기간에 축구판의 파이를 키울 수 있고 선도할 수 있는 빅클럽의 부채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빅매치를 만들기에는 슈퍼리그만 한 아이디어가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 빅클럽의 경제적 위기를 전환할 수 있기에 침체된 축구판에 활기를 줄 수 있고 멍청한 연맹의 권력을 분산시켜 더 나은 행정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축구판의 파이를 키우고 자국 리그에 대한 빅클럽의 책임을 더욱 요구할 수 있다. 누구도 해결하려 들지 않기에 클럽들이 나선 것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자국 리그가 중심이 되는 축구를 원한다면 개편안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폐쇄성이 불만이라면 리그의 개방성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 비난하려고만 하는가. 빅클럽의 경제적 위기를, 축구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자가 과연 있기는 한가. 대안 없는 반대는 어린 아이나 하는 것이다. 이는 비판도 주장도 될 수 없다. 축구는 변화가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이 마지막 타이밍일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