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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Jan 16. 2021

무리뉴의 토트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지난 목요일, 1월 14일 새벽에 펼쳐진 토트넘과 풀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한 차례 연기된 바 있었던 경기는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를 밀어내며 자리를 차지했다.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경기는 해리 케인과 이반 카발레이로가 골을 기록하며 1대 1로 끝이 났다. 토트넘은 25분 케인의 골로 앞서 나갔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74분에 카발레이로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토트넘은 이 경기를 비기며 승점 1점만 추가했고 레스터, 에버튼에 2점 뒤진 30점으로 리그 6위에 머물렀다. 해당 경기를 승리했으면 레스터와 에버튼과 같은 32점이 되어 골득실 차로 그들을 따돌리고 4위로 진입할 수 있었으나 이에 실패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최근에 자주 보이는 토트넘 식 경기 운영이 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왔다. 전반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얻어 리드를 가져간 뒤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내주며 공격을 허용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골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후반 실점하며 이길 경기를 비겨 승점을 잃는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 토트넘은 웨스트햄, 울버햄튼, 크리스탈 팰리스, 그리고 이번 풀럼에게 덜미를 잡혔다. 특히 이 중 하이라이트는 웨스트햄과의 경기였다. 손흥민이 1분도 되기 전 선취골을 성공시키고 해리 케인이 두 골을 추가하며 전반 16분 만에 3대 0으로 앞서 나간 토트넘은 손흥민이 빠져나간 80분 이후 무너졌다. 웨스트햄은 본인들이 하던 경기 방식대로 라인을 올리며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여기에 다빈손 산체스의 호러쇼까지 어우러져 세 골을 내리 실점하며 3대 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몇 차례 반복된 이러한 경기에 무리뉴 감독은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고 이를 의식했는지 풀럼과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는 선수들에게 후반에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흐름의 경기가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출처 : 네이버 카페


 우선 무리뉴의 전술적 기조도 이에 한몫한다. 무리뉴 감독은 기본적으로 수비적인 축구를 지향한다. 조직적이고 탄탄한 수비를 통해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며 기회를 엿보다가 기회가 생겼을 때 날카로운 역습으로 득점한다. 경기의 주도권보다 결과에 집중하며 실리적인 축구를 펼친다. 정점은 04-05 시즌 첼시였다. 당시 첼시는 경기 내내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팬들 사이에서 일명 ‘테리발류’라고 불리던 무적의 중앙 수비와 이를 지키는 마케렐레, 역습에 속도감과 날카로움을 더해줬던 ‘판타스틱 듀오’ 더프와 로벤, 천재성을 더해주는 조 콜, 방점을 찍어주는 드록바와 램파드. 단단했던 라인업과 무리뉴 감독의 철학이 어우러진 최고의 팀이었고 이들은 한 개의 슈팅만으로 1대 0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무리뉴가 거쳐온 팀들은 날카로운 역습을 무기로 이를 잘 수행했고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시의 무리뉴는 정말 특별했던 ‘스페셜 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압박이 축구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이와 같은 날카로운 역습을 펼치기 힘들어졌다. 전방 압박을 하며 라인을 올리는 팀을 상대로 할 때 공격 라인이 침투할 뒷공간은 생겼으나 중원지역의 압박 강화로 이를 풀어내는 것이 어려워졌고 좋은 중원 자원을 보유한 팀이 아닐 경우 역습을 풀어내다가 다시 공을 빼앗겨 재역습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고 계속 공격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경기 종료까지 좋은 수비 집중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흔치 않다. 특히나 토트넘에는 그런 수준의 수비수가 없다. 무리뉴는 이를 인지하고 새로운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완전히 무리뉴의 탓으로 돌리기에 토트넘 선수단은 단점이 너무 명확하다. 공격에도 수비에도 문제점이 있는데 우선 수비적인 부분부터 살펴보자.


출처 : 네이버 뉴스


 현재 토트넘에는 파이터가 없다. 무리뉴의 선수단은 언제나 파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04-05 시즌 첼시는 무리뉴와 함께 시즌 15 실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으로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당시 중원에서 수비진을 보호해주던 것은 레알에서 넘어온 마케렐레였다. 마케렐레는 수비진을 완벽히 보호해주면서 포백의 안정감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사실 당시 첼시의 포백라인은 모두 파이터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모두가 터프하고 피지컬적인 장점이 있었다. 인테르에서는 캄비아소와 마테라치,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라모스와 페페, 다시 돌아온 첼시에서는 마티치와 테리 등 무리뉴는 언제나 팀의 사기를 올리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탄탄한 수비를 유지하는 파이터와 함께했다. 그러나 현재 토트넘에는 이와 같은 파이터가 없다. 시소코가 그래도 역할을 하고 있으나 시소코는 공을 다루는 능력이 너무 투박하다. 수비력 역시 그저 그런 편이라 포백에 대한 보호를 잘해주지 못한다.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에 수비진의 리더가 되어주고 팀의 터프함을 올려줄 수 있는 파이터가 없고 포백 보호도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무리뉴의 수비를 구현하기에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중앙 수비 라인과 포백을 보호해줄 수 있는 미드필더에 좋은 선수가 없기도 하다. 우선 중앙 수비, 토비는 좋은 수비수였으나 이제는 에이징 커브가 오고 있는 듯하다. 다이어는 최근 무리뉴 감독에게 중용받으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빌드업 정확도도 떨어졌고 발도 느리며 지금도 가끔 수비 실수를 보이는 선수이기에 믿을 수 없다. 기대와 함께 영입했던 빠른 발의 수비수 산체스는 너무 많은 실수를 보여준다. 로든과 탕강가는 어린 선수이기에 주전으로 쓰기 무리가 있다. 다음은 수비형 미드필더, 시소코는 그나마 파이터 기질을 가지고 있으나 너무 투박하다. 윙크스는 거의 모든 시즌 발전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호이비에르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수비적인 역할보다는 공 전개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무리뉴가 원하는 탄탄하고 헌신적인 파이터형 수비라인을 구축할 수 없을뿐더러 개인적으로는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좋은 수비라인을 구축하기에는 부족한 선수 구성이라 생각된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다음은 공격이다. 공격진은 너무 부진하다. 손흥민과 케인이 놀라운 기량을 선보이며 분투하고 있으나 다른 자원들의 득점이 너무 저조하다. 모우라는 이번 시즌 1골만 기록하고 있고 베르바인은 지난 27경기 동안 골이 없다. 기대를 갖고 임대해온 베일 역시 토트넘 복귀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1골 만을 기록하고 있고 라멜라의 리그 마지막 골은 2019년 9월이다. 알리의 리그 마지막 골은 2020년 3월이고 로셀소는 이적 이후 리그에서 1골 만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2골을 기록하고 있는 은돔벨레가 팀 내 득점 3위에 위치한 것만 봐도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손흥민과 케인이 12골과 10골을 기록하고 있으니 사실상 토트넘의 공격은 두 선수가 다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트넘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은 두 선수에 대한 견제를 강하게 하고 있고 최근 심한 견제로 인해 이 둘의 득점도 리그 초반에 비해 기세가 꺾인 듯 보인다. 이번 풀럼전만 하더라도 그렇다. 물론 손흥민이 골대를 맞춘 장면은 매우 아쉽다. 해당 장면이 득점으로 연결되었다면 경기는 사실상 토트넘의 것으로 넘어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선수가 득점하지 못한다고 해서 경기에 비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자원들도 득점해줘야 한다. 득점할 다른 자원이 생긴다면 손흥민과 케인에 대한 견제가 줄어들면서 이들의 득점력도 살아날 것이고 압박이 분산되면서 전체적인 공격 라인의 분위기가 올라갈 것이다. 토트넘의 다른 공격수들은 더 분발해줘야 한다. 현재로서는 너무 부족하다.


출처 : 네이버 뉴스


 토트넘은 이와 같은 패턴으로 너무 많은 승점을 잃었다. 올 시즌처럼 승점차가 많이 나지 않는 경우에 한 경기에 의해 순위가 몇 계단은 오르내린다. 시즌 초 선두 경쟁을 하던 토트넘은 어느새 6위까지 떨어졌다. 물론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6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변수가 많은 시즌에는 하나하나가 아쉬워질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죽음의 일정과 많은 변수를 견뎌낸 토트넘이다. 이 노력은 결과로 보상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결단이 필요하다. 무리뉴 감독과 토트넘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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