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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Feb 06. 2021

축구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누구나 축구를 사랑할 수 있다

 축구는 팬에 의해 유지된다. 팬이 없다면 축구는 존재할 수 없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팬의 존재는 너무나 중요하다. 팬은 선수들의 기량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직접적인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경기장 안팎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팬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할 수 있다. 오늘은 축구팬에 대한 이야기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우리나라의 축구 리그인 K리그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마냥 작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럽의 축구 선진국의 리그와 비교하면 역사도 짧고 규모도 작은 편이다. 역사가 짧은 만큼 아무래도 유럽리그 경기력보다 조금 떨어진다.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는 K리그보다 해외 유럽리그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있는 편이다. 국내에는 해외 구단 팬들이 모여 소통하는 팬카페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고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해외 클럽 팬카페에 가입되어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잘 형성되어 있기에 코로나 시국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물론 건강하지 않은 소통이 발생하기도, 다른 팀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단점의 흐름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축구와 관련된 커뮤니티나 팬카페를 돌아다니며 딱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다. 바로 축구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려 하는 분위기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축구에 빠질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어느 날 관심이 없다가 갑작스레 본 경기가 너무 재밌어 빠질 수도, 국가대표 경기를 챙겨보다 관심이 커져 빠질 수도, 한국 선수가 해당 구단으로 이적해 빠질 수도, 한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어 빠질 수도, 어느 한 선수의 외모가 마음에 들어 빠질 수도 있다. 이중 어느 하나도 잘못된 것은 없다. 그냥 단지 축구를 좋아하게 된 나만의 계기일 뿐이다. 다 동등하다. 그러나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 선수가 잘생겨 축구를 좋아하게 되면 올바르지 못한 것인가. 축구를 제대로 즐기지 않는 것인가. 애초에 축구를 제대로 즐긴다는 게 무엇인가. 그런 게 있기는 한 것인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에 올바른 것이 어딨는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인식이 가장 잘 나타난 사건이 일명 ‘이승우 뽀시래기 사건’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이승우가 본격적으로 성인 대표팀에 차출되기 시작한 때부터 이승우의 여성팬들이 축구판에 많이 유입되었다. 팬들은 작은 키와 귀여운 외모를 가진 대표팀의 막내 이승우에게 ‘뽀시래기’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뽀시래기라는 별명이 인기를 끌며 더욱 많은 팬들이 유입되었다. 이를 증명하듯 당시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면 이승우와 관련된 플래카드를 많이 볼 수 있었고 실시간 검색어에 뽀시래기라는 단어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축구 커뮤니티에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등장했다. 이승우라는 선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승우에게 애정을 보내는 팬들을 속칭 ‘얼빠’라며 비난하고 비하했고 무시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이승우 선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내가 보기에도 이러한 비난은 굉장히 의아했다. 해당 선수의 얼굴로 유입이 되거나 얼굴만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누구에게도 그러한 권한은 부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은 축구 커뮤니티나 팬카페에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저들은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선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돌을 좋아하면 뭐 어떤가. 이승우라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이승우의 기용에 대해 의문을 드러낸다면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면 그만이다. 그들이 그렇게 팬이 된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바보 같은 것도, 좋아하는 방식을 바꿔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얼굴만으로도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도 그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지, 춤을 잘 추는지, 특기가 뭔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자꾸 불필요한 진입장벽을 만들려 하는가. 이는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고 무시하며 내 국밥에 깍두기 국물을 부어버리려는 꼰대 같은 마인드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유입된 경로에 의해 무시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동시에 축구를 좋아한 시간 때문에 무시당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축구를 오래 본 사람들이 가진 일종의 구력,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은 축구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했고 자신만의 축구를 보는 방법, 정보를 모은 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가진 정보에 대해서는 인정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인정해주는 것은 새로 유입된, 일명 ‘뉴비’를 무시해도 된다는 것과는 다르다. 물론 오랜 시간 축구를 본 이들에 비해 정보력, 견해는 모자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팬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들도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축구를, 한 구단을, 한 선수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고 이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정보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게 된 시간이 짧다고 해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축구를 좋아해 온 시간이 10년인지, 1년인지, 1시간인지, 1분인지가 진정한 축구팬임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축구를 좋아해 온 기간이 몇 년 이상이어야만 진정한 축구팬인 것이 아닌 것처럼 시간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분명하다면 모두 같은 축구팬이다. 오랜 팬을 존중해주는 마음처럼 새로 유입된 팬들이 축구를 잘 즐기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좋아한 시간을 근거로 무시해선 안된다. 왜 불필요한 진입장벽을 만드려 하는가. 이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얕잡아보고 내려보는 꼰대 같은 마인드이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이기보단 내가 확인한, 일부의 의견일 수 있다. 이것이 축구팬들 전체의 분위기라기에는 비약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조금의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다. 누구나 축구를 좋아할 수 있다. 축구를 좋아한 시간,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일 것이고 이를 근거로 누구도 비난, 무시해선 안되고 그런 취급을 받아서도 안된다. 그 누구에게도 그럴 권한은 없다. 축구가 진정 발전하길 원한다면 축구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축구를 성역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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