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소서 작성 서비스를 만들었는가
최근 청년층의 구직 활동은 녹록치 않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5.5%이지만,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0%에 육박한다. 나역시 취준생으로서 지난 4개월간 꾸준히 구직 활동을 해왔다. 내가 선호하는 기업 유형은 스타트업이지만, 최근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빨리 취업을 해야한다'는 불안감이 생겨서 기업 유형을 따지지 않고 여러 회사에 입사 지원 서류를 내밀었다.
이는 일명 '난사' 전략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본인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회사에 입사 지원 서류를 접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아마 대부분의 취준생이 난사 전략을 채택해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사 전략을 채택하는 취준생은 일주일에 많으면 7개, 적으면 3개 정도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다. 자기소개서는 평균 4개 정도의 문항을 요구하기 때문에 취준생들은 일주일에 많으면 28개, 적으면 12개 정도의 글을 작성한다. 회사들의 채용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취준생들은 이 기간에 마감일에 쫓기는 작가가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연결된 두 가지 페인포인트를 느꼈다.
1) 너무 많은 자소서를 쓰다 보니, 자소서들의 퀄리티가 하향평준화됐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회사의 자소서를 쓰다 보면 시간이 촉박해지고, 마음이 급해지게 된다. 그러면 말 그대로 자소서를 '많이 쓰는' 행위에 그치게 된다. 취준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소서를 '잘 쓰는' 것이다. 마치 업무처럼 자소서를 작성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글을 쓰는 건지, 글이 나를 쥐어짜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쓰기의 귀재인 AI의 도움을 받았다.
2) 글을 쓸 때마다 AI를 학습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자기소개서는 나를 소개하는 글이다. 그래서 개인화된 글을 작성하기 위해 매번 AI를 학습시켜야 한다. 처음에는 내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서 '나'를 학습시켰다. 다음에는 지원하는 회사명, 홈페이지 주소, 채용공고를 보여주며 '회사'를 학습시켰다. 마지막으로는 자소서의 주제(문항)와 내가 원하는 글의 '흐름'을 학습시켰다. 매번 Few-shot-Prompting으로 내 경험, 지원 회사, 작성 지침을 알려주고 다듬는 작업이 몹시 번거로웠다. AI는 분명히 나를 도왔지만, 동시에 매번 새로운 후임자를 다시 가르쳐야 하는 선임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생성된 자소서는 내게 좋은 결과들을 가져왔다. H그룹부터 중견기업 D회사까지 여러 회사의 서류 전형에서 합격 목걸이를 받을 수 있었고, 그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Y언론사의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일이다. 2차 전형에서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글쓰기 시험을 치를 만큼 자소서에 대한 기준이 엄격했을 텐데, 15분 만에 자소서를 작성하고도 합격자 명단에 있는 나(AI)를 보고 꽤나 신기해했다.
때마침 나는 지금까지 적어도 50건의 자소서 첨삭 경험을 통해서 나만의 자소서 작성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개발 지식도 내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그래서 내가 Y언론사 서류 전형에서 느꼈던 와우 모멘트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취업 준비를 잠깐 미뤄두고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