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울증일 수도 있단다.

by 재즈트리



약을 바꾸었다. 십수 년간 우울증으로만 알고 있던 나의 병이 조울증(양극성 장애) 일 가능성이 있단다. 많은 정신과 질환 중에서도 가려내어 진단하기가 힘들다는 조울증.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우울증일 때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와 같은 제2형 양극성 장애의 경우, 조증이 병적으로 볼만한 증상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조증 삽화를 일생에서 단 한 번만 겪었더라도 조울증으로 진단이 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기억에 의존한 병증의 고백만 가지고는 진단을 내리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나의 경우는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어떤 부분을 보고 그런 진단의 가능성을 말씀하셨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몇 가지 단서가 될만한 것들이 내가 조울일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일단 우울증이 자주 찾아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평상시 기분이 괜찮다가도 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놓이면 울증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울증은 금방 기분이 좋아지지 않고 오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비전형적 우울증으로 과다한 수면과 식욕 패턴을 보인다. 또한, 나의 우울증이 25세 이전 청소년기에 발병했다는 점과 울증 증상이 좋아지고 나빠지고를 반복하며 현재까지 왔다는 사실은, 이것이 조울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동반 이환 질환으로 조울증의 패턴에서 동시에 나탈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 있다. 내가 폭식장애를 겪고 있거나 경험했던 적이 있다는 것 , 그리고 불안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폭식증 환자의 3분의 2가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다.


반면 내가 조울증이 아닐 수도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있는데, 나는 수면시간이 줄어도 피곤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잠이 줄어드는 것은 경조증 증상에서 흔하게 보이는 증상이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잠을 줄여 무언가를 성취하려 했던 적은 있지만, 잠을 줄여서 피곤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활력이 증가하고 에너지가 넘쳤던 기억을 손에 꼽는다. 그마저도 잠을 충분히 잔 상태여야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흔한 증상 중에 평소보다 많은 일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고 하는데 그것은 오히려 내가 갖고 싶은 선망의 것이었지 무언가 일을 많이 벌리고 사업을 확장하고 이랬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나의 자존감은 항상 낮은 편에 속했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주변인과 갈등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어쩌면 내가 기억을 못 하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 수도 있고 내가 편집하여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나는 조울증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작용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조울증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조울증 약을 타 가지고 집에 와서 며칠간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내가 이해될 때 까지는 약을 먹지 않았다. 리튬이 추가가 되었는데 리튬의 부작용이 신장기능 약화와 식욕 증가가 있어 나에게는 최악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일주일간을 고민한 끝에 한번 먹어 보았다. 하루만 먹은 상태라 어떻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기분이 안정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먹어봐야겠지만 말이다.


가끔씩 복약에 관한 피드를 올릴 생각이다. 우울증에서 조울증으로 재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나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의 몸과 마음을 잘 살펴보고 기록할 필요성이 있다. 내 경험이 다른 이들이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