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인문학』

「마흔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 기초 원리편

by 안서조

이 책의 온전한 제목은 「마흔에 혼자 읽는 주역 인문학」 기초 원리편 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라는 카피를 달고 있다. 저자는 주역을 세상 만물의 원리를 알 수 있는 최고의 지혜라고 말한다. 그 예로 공자를 든다. 공자는 주역을 발견하고 몹시 기뻐했다. 비로소 평생을 몰두할 학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1698년 중국에 파견되어 있던 필립포 그리말디 신부는 유럽의 라이프니츠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에 주역의 64괘가 실려 있었다. 그리말디 신부는 청나라 강희대제의 서양 학문 스승이자 고문으로 중국 수학위원회 고문이었다. 그는 중국의 주역에 깊은 감명을 받아 라이프니츠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라이프니츠는 주역의 괘상을 보고 2진법을 발명했다. 주역은 양(−)과 음(--) 2가지 기호체계로 되어 있는데, 라이프니츠는 이것에서 1과 0을 사용하는 2진법 체계를 찾아낸 것이다. 2진법은 오늘날 디지털 문화에 기초가 되었다. 2진법은 컴퓨터 체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인체나 뇌, 신경망 등은 모두 2진법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2진법은 가장 경제적인 표현이다. 자연계는 경제적인 것을 제일 먼저 선택한다. 진화는 가장 경제적인 쪽으로 발전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안다는 건 뜻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이미 많은 뜻을가지고 있다. 자식이 있다면 아버지라는 뜻이다. 직장에서 부장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면 그가 부장이란 뜻이다. 돈이 많다면 부자라는 뜻이다. 나이가 많으면 늙은이가 되고 잘생겼으면 미남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주역(周易)은 고대 중국의 철학서로, 음양과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을 담고 있다. 그중 8괘(八卦)는 주역의 기본적인 구조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각 괘는 세 개의 선(爻)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속된 선 ‘−’ 양효(陽爻)와 끊긴 선 ‘--’ 음효(陰爻)로 구성된다. 주역의 팔괘는 온 세상을 8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건(乾) ☰ : 순수한 하늘을 상징하며, 창조, 강함, 아버지를 의미한다.

곤(坤) ☷ : 순수한 땅을 상징하며, 수용, 부드러움, 어머니를 의미한다.

진(震) ☳ : 천둥을 상징하며, 움직임, 시작, 성장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손(巽) ☴ : 바람이나 나무를 상징하며, 유연함과 확산을 나타낸다.

감(坎) ☵ : 물을 상징하며, 깊이, 위험, 지혜를 나타낸다.

리(離) ☲ : 불을 상징하며, 밝음, 통찰,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간(艮) ☶ : 산을 상징하며, 안정, 멈춤, 집중을 의미한다.

태(兌) ☱ : 연못을 상징하며, 기쁨, 조화, 소통을 나타낸다.

이 8괘는 서로 결합하여 64괘를 이루며, 이는 주역의 복잡한 원리와 해석의 기초가 된다.


태(兌) ☱는 음이다. 담는 것이다. 그릇, 연못, 자루, 상자, 사람의 마음, 고향, 엄마, 단골집, 조국, 여자의 몸, 평정, 요동을 감싸는 능력이 태(兌) ☱다. 동전은 지갑이 없으면 흩어진다. 지갑은 동전의 요동을 가두어 놓는다. 태(兌) ☱인 사람은 생명력을 안에다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기운의 낭비가 심하다. 일찍 죽는 사람도 태(兌) ☱의 기운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사고를 잘 치는 사람도 그와 같은 성향이 있다.

손(巽) ☴는 흘러가거나 날아가는 것이다. 바람, 참새, 구름, 먼지, 냇물, 새로움, 유행, 벌판, 길, 문, 열려 있는 것, 쏟아진 물, 어린아이,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 같은 것, 새로 발생하는 기운찬 의미도 갖고 있다. 손(巽) ☴은 양이다.

간(艮) ☶ : 안정, 멈춤, 집중을 의미한다. 산, 우산, 집, 방패, 위축, 긴장, 은행, 코트, 아버지, 신용, 남자의 배짱, 침묵, 인간은 어느 때 침묵하는가? 자기 단속일 것, 그다음은 남고 통하고 싶지 않을 때 취하는 태도다.

진(震) ☳ : 움직임, 시작, 성장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손(巽) ☴과 진(震) ☳은 둘 다 움직임을 나타내지만, 그 느낌이 다르다. 산은 간(艮) ☶으로 육중하지만 움직임이 없다. 반면 진(震) ☳은 산처럼 육즁하되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군대가 이동할 때 ☳이고, 소풍 온 사람이 이동하는 것은 ☴이다. 아이 목소리는 ☴이고 어른 목소리는 ☳이다. 법정에서 재판관은 ☳로 그의 판결에의해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법령의 선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상품 선전은 ☴에 해당한다. 젓가락은 ☴에 해당하는데, 그것이 흉기가 되면 ☳이 된다.

위의 ☱ ☴ ☶ ☳ 세상의 모든 생각이 이 4개의 괘상으로 이루진다. 정리하면 ☱와 ☶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지만 강약이 다르다. ☴, ☳은 움직이는 것인데 강약이 다르다. 세상에는 움직이는 것과 아닌 것이 있다. 태어남은 ☳이다. 죽음은 ☶이다. 모든 것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은 이리저리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다. ☱는 결실을 얻는 상태다.


감(坎) ☵은 물이다. 담기는 것을 상징한다. 인간의 감정, 깊이, 위험, 고독, 지혜, 국민, 밥, 예측할 수 없는 것, 혼란스러운 것, 여인의 마음, 번민, 연못은 ☱이지만, 사람이 빠져 죽게 만드는 곳이라면 ☵이 된다.

리(離) ☲ : 질서를 말한다. 불을 상징하며, 밝음, 통찰, 아름다움, 우주는 처음에 혼돈, 즉 감(坎) ☵이었다. 그러던 것이 차차 질서를 찾게 되어 ‘리☲’에 이른 것이다. 기분이 밝으면 ☲이고, 어두우면 ☵이 된다. 이성적인 것은 ☲라 하고, 감성적인 것을 ☵라고 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으면 ☵이고, 목표가 분명하면 ☲이다. 아름다운 것은 ☲이고, 추한 것은 ☵이다. 완성은 ☲이고 미완성은 ☵이다. 약은 ☲이고, 음식은 ☵이다. 불은 ☲이고, ☵은 물이다. 유식한 사람은 ☲이고, 무식하면 ☵이다.


이것은 사상四象이라는 것이다. 사상은 사계절 등 순환을 나타내고 있는 그 무엇이다. 사상은 2중 구조이다. −과 --를 효爻라고 한다. 효가 2층 구조로 만들어지면 사상이 되고, 3층으로 만들어지면 팔괘가 되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주역에는 태극�이 있으며, 태극은 음양을 낳고, 음양은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팔괘란 우주 만물을 뜻하며, 이것이 생기면 천지의 작용은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팔괘는 시공 속에 존재함으로써 미래와 과거가 그 안에 담기게 된다. 주역은 이것을 추적하는 것이다. 주역은 최신의 과학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물은 1차적으로 팔괘로 분류되고, 이것들이 서로 만나면서 대성괘가 만들어진다. 대성괘는 64괘가 된다.

여자의 본성은 ☵이다. ☵은 혼돈과 섬세함을 나타낸다. 이런 듯해도 이런 것이 아니고, 저런 듯해도 저런 것이 아니다. 그저 캄캄한 밤과 같은 것이다.


여자가 싸움을 하는 이유는 남자가 항상 틀린 이야기만 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논리는 맞다. 하지만 그 논리는 0.01초 후에 달라지는 여자의 마음을 추적할 수 없다. 여자와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남자의 잘못이다. 여자는 싸움을 거는 게 아니다. 싸움은 항상 남자가 하는 것이다. 여자는 요구할 뿐이다. 여기에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여자의 요구만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마음도 같다. 옳고 그름의 눈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오로지 여자의 요구가 무엇이고 감정이 어떤 상태 인지만 알면 된다. 자세히 알려고 해도 안 된다. 그 순간 다시 모르게 되는 법이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도 모른다. 프로이드나 융도 모르고, 과학자나 점쟁이도 모른다. 그래서 ☵로 표현하는 것이다. ☵은 미지의 상태를 나타내는 주역의 암호다. 이로써 그만이다. ☵은 파고 들어갈수록 혼돈스러운 존재다. 여자의 마음은 자세히 알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알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여자의 마음은 ☵으로, ☵의 뜻을 깨달으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은 ☱에 있으면 안정된다. ☱는 바로 사랑이다. 여자의 감정이 요동치는 것은 ☵의 기운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논리가 필요 없다. 감싸주면 된다. 사랑이란 바로 감싸준다는 것이다. 주역의 괘상으로 ☱이다.


갓난아이가 울면 엄마는 어떻게 하는가? 안아주고 달래준다. 이유는 알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여자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사랑을 표현하고 여자를 이해해 주어야 한다. 내용을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분이 안 좋은 여자에게 무엇이든 해줘야 하는 것이다. 노래를 불러주든, 웃기든, 선물을 주든, 안아주든, 살살 빌든, 애교를 부리든, 감싸주고 여자의 편이 되라는 것이다.


아량이 크다는 말이 있다. 바로 ☱을 뜻하는 표현이다. 내가가지니 그릇이 커서 무엇이든 시비하지 않고 수용할 줄 알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해불양수海不讓受’라는 말이 있다. 바다는 물을 사양하니 않는다는 뜻이다. 여자든 어린아이든 달려드는 친구든 예봉을 피하고 그들을 감싸줘야 한다. ☱의 덕이 그것이다. 사람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최하의 수준이다. 고개를 끄덕이고 남을 알아주고 달래주는 행위가 ☱이다. 컴퓨터에도 용량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도 크기가 있다. 그릇을 넓히라는 옛사람의 말은 ☱을 넓히라는 뜻이다. 사람은 저마다 ☱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편협하면 아무리 옳다고 해도 남들이 싫어하는 법이다.


미래의 일도 사전의 전모가 발생하기 전에 그 어떤 조각 사건들이 병행된다. 작은 것을 보고 큰 것을 알 수 있을 때 이것을 단서, 또는 프랙탈 조각이라고 말한다. 프랙탈은 공간이나 시간을 아우르는 현상이다. 징조라는 것은 바로 프랙탈 현상 그 자체를 말한다. 주역의 괘상은 프랙탈 구조를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에 괘상을 해석하면 미래를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를 아는 방법은 대체로 3가지 있는데, 첫째, 징조를 살피는 것, 둘째 점을 치는 것, 셋째, 주역의 괘상을 응용하여 사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다. 징조는 어디에든 다 있다. 일종의 자연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사물은 미래를 향해 흘러가고, 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그 주변에 항상 징조가 나타난다.


세상의 사물은 주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생물도 탄생 주기가 있고, 사업도 잘되는 주기가 있으며, 우리 인생도 운명의 주기가 있다. 세상을 파악하려면 그 주기를 눈여겨봐야 한다. 사물은 공간적으로 순환하며 시간적으로도 순환하는데, 생명체는 이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주역의 괘상 몇 가지 뜻을 활용해 보면.

화천대유火天大有, 위대함을 상징한다. 인생이란 성공해야 위대한 것은 아니다. 숭고한 정신을 가지고 목표에 도전할 수 있는 자체로 이미 위대한 것이다.


풍천소축風天小畜. 이는 말이 많고, 자기 노출이 심하고, 자제력이 없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말을 적게 해야 한다. 자기 노출도 심하면 안 된다. 사람이 말이 많으면 영혼의 기운이 탕진된다.


택풍대과澤風大過. 지나친 행위를 뜻한다. 과도한 욕심, 지나친 행동, 과도한 소유 등, 무의미한 꿈도 이와 같다. 사람은 해서 안 될 일이 분명히 있다. 아무리 궁색해도 남의 재산을 빼앗거나 훔쳐서는 안 된다.

지산겸地山謙. 자세를 낮추라는 뜻. 땅 아래 화산의 기운을 비축하고 있는 모습.


천풍구天風姤. 저 혼자 고집을 피우는 형상. 공연한 반대가 바로 이것이다. 옛말에 역풍이란 말이 있다. 공연히 반대 흐름으로 가고자 하는 것으로 좋은 의미가 아니다. 옛사람은 이를 심히 경계했다. “화살을 맞을 지언정 역풍을 맞아서는 안 된다”라고 할 정도였다. 요즘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하는 행동이 천풍구다.


천화동인天火同人. 최고 가치를 향해 나아가라는 뜻. 속물이 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풍산점風山漸. 작은 실천이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은 실천은 어느 세월에 다 하겠냐고 하겠지만, 실천이 중요하다. 하루에 5분씩 영어 공부를 30년 한다면 회화에 능숙할 수 있다. 마흔이 넘어서는 죽음을 준비해 두어도 빠르지 않다. 무엇을 하다가 죽을 것인가? 죽는 날에 이르러 나는 무엇을 성취하고 떠날 것인가? 내가 살았던 역사는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하고 실천할 것은 참으로 많다.


화풍정火風鼎. 한 송이 꽃과 같은 결실을 상징한다. 목표 이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자연에 핀 아름다운 꽃은 목표를 완수했다. 우리는 무엇을 완수하기 위해 살고 있는가? 사람은 나이 인생이 남이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있는가? 인생의 끝은 한 송이 꽃처럼 별처럼 위대하고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보편적이고 끝없는 저 하늘로부터 각자 태어났다. 그리고 주어진 숙명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인생에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열심히 행복하게 살면 된다. 큰 도리와 합치고, 세상에 참여하여 남을 돕고, 그 후에는 마음껏 살아도 된다.


인류의 오랜 지혜가 담긴 고전이다. 일독을 권한다.


책 소개

『주역 인문학』 김승호 지음. 2023.04.12. 다산북스. 275쪽. 17,000원.

김승호. 호는 초운, 주역학자. 1949년 서울 출생. 1985년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물리학자와 의사에게 주역 강의, 맨해튼 응용지성연구원의 상임연구원과 명륜당(미국 유교 본부) 수석강사 역임. 지은 책, 『공자의 마지막 공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