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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전쟁』

「블록버스터 신약의 과실은 누가 가져가는가」

by 안서조

이 책의 부제목은 「블록버스터 신약의 과실은 누가 가져가는가」이다. 카피는 ‘최초가 되기 위한 바이오테크놀리지의 진화’, ‘승자독식 바이오 시장에서 생존하라!’이다.


신약은 이전에는 없었던 약으로, 신약으로 승인을 받으면 15년 동안 독점적인 판매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은 실패할 위험이 크지만, 성공하면 수익이 아주 큰 분야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제주도까지 사람을 보냈다고 한다. 예로부터 무병장수는 남녀노소, 모든 이의 소망이었다. 무병장수의 꿈은 결국 질병 퇴치로 귀결된다.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이 필수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잎이나 풀을 약으로 사용했다. 과학이 발전한 후에 살펴보니 잎이나 풀에는 질병 치료에 유용한 성분이 들어 있었다. 천연물 의약품이나 화학 의약품이 원료 대부분은 이런 잎이나 풀, 나무 껍데기 등에서 유래했다.


석유화학 기업 SK는 1993년 ‘P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P 프로젝트에서는 뇌전증 치료제와 우울증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는데, 뇌전증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그렇게 완성된 신약, 뇌전증 치료제 1호는 미국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에 라이선스 아웃 했다. 라이선스 아웃은 지식재산권이 있는 상품의 판매를 다른 회사에 허가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얀센이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 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낸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이다.


인체 임상시험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이를 임상 1상, 2상, 3상이라고 한다. 1상은 보통 100명 이하를 대상으로 약의 독성을 테스트하는 단계다. 2상은 수백 명을 대상으로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알아보는 단계다. 임상 2상은 전기와 후기로 나눠 진행한다. 전기에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토하고, 후기에는 시험약이 약효를 주의 깊게 검토하면서 용량 반응시험을 실시한다. 임상 3상은 수천 명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파악한다. 3상에서는 참여 환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기 위해 위약을 투약하는 이중맹검시험을 시행한다. 3상에서 효능과 효과, 용법과 용량, 사용상의 주의 사항을 결정한다.


통상 신약 개발을 하는 데 10~15년의 기간과 1조 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한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신약 개발이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다만 줄어든 기간에 비례해 개발 비용도 줄어들지, 반대로 늘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신약의 특허권 대상은 물질 자체, 사용 방법, 제형, 제조법 등 네 가지다. 물질 특허는 유효성분의 화학적 조성에 관한 것이고, 사용 방법 특허는 심부전이나 우울증 등과 같은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의 용도에 관한 것이다. 제형 특허는 액상, 캡슐 등 약의 물리적 성질과 모양, 경구, 주사 등과 같은 투여 방법에 관한 것이다. 제조법 특허는 제조 방법을 보호한다. 블록버스터 신약에 적용되는 특허권은 미국 특허청에 정식으로 특허를 출원한 날로부터 20년간 보장된다.


독점판매권은 미국 FDA가 부여하는 것으로 약의 시판을 승인하는 순간 주어진다. 신약의 경우 5년, 희귀의약품은 7년, 이미 승인받은 약을 변형하면 3년간 보장된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한다. 케미컬 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100% 같을 수 없다. 다만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과 안정성이 같다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해당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가 만료돼야 제조할 수 있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강국이다. 한국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라는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이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데는 국내외적으로 이견이 없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셀트리온의 경우 2020년 자체적으로 코로나19 항체 신약 개발에 나선 전력도 있다.


1984년 배리 마셜이 위암의 원인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지목한 이래 장내 미생물을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뿐만 아니라 인체의 대사활동과 복용하는 약의 활성까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은 2014년 장내 미생물 기반의 치료제를 ‘세계 10대 미래 기술’로 선정했다.


장내 미생물 치료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이크로바이옴이 개념을 알아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와 유전체를 뜻하는 게놈이 합성어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인간 세포 수부도 대략 2배 이상 많으며 체내 미생물의 90% 이상은 장에 존재한다. 또 체내 미생물의 유전자 수는 인간의 유전자 수보다 100배 이상 많다. 장내 미생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어떤 유전자가 핵심 역할을 하는지, 인간 유전자와는 어떤 상호 관계를 맺는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활성화하는 식품 속 성분으로서, 식이섬유나 프락타, 갈락탄과 같은 올리고당이 대표적이다. 프리바이오틱스를 선별적으로 섭취하는 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한다.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비만이나 당뇨 같은 대사 질환, 염증성 질환이나 아토피 피부염, 같은 면역 질환, 치매나 우울증, 자폐증 같은 정신 질환, 파킨슨병이나 호르몬 분비 이상 같은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의 원인은 바이러스와 세균, 그리고 우리 몸속 세포인 암세포로 나눌 수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의 적이고, 암세포는 애초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정상세포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던 세포가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요인, 기타 요인으로 인해 끊임없이 증식하는 세포로 변한 것을 암세포라고 한다. 끊임없이 증식한다는 의미는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해서 분열한다는 뜻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체내에서 영양분을 먹으며 생존한다. 암세포 역시 영양분을 먹어야 생존하는데, 암세포 숫자가 늘어날수록 암세포 주변이 정상세포가 먹을 영양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암세포는 배가 부르지만, 암세포 주변의 정상세포는 굶어 죽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박셀바이오는 진행성 간암 환자의 몸에서 소량의 자연살해세포를 채취한 뒤, 자연살해세포의 수를 늘리는 동시에 공격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진행성 간암 임상 1상에서 암세포 안전 관해라는 성과를 냈다. 완전 관해는 암세포를 완전히 없앴다는 뜻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의 특정 물질을 인체에 주입해서 인체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체내에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면역계가 활성화되면서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이후 실제 감염됐을 때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백신이 예방 원리다.


무거운 운동 장비로 운동을 하면 근육에 무리가 가해진다. 그러면 운동이 작용하는 인체 부위의 근육은 조금씩 찢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운동하지 않고 2~3일 쉬면 우리 몸에서는 찢어진 근육을 메우면서 이전보다 더 큰 근육을 만든다. 찢어진 근육을 메워 더 큰 근육으로 만드는 데에는 근원세포가 핵심 역할을 한다. 근원세포는 근육 줄기세포로 우리 몸에서 근육을 만드는 세포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근원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똑같다. 차이가 있다면 젊을 때는 근원세포가 빠르고 손쉽게 근육세포를 만들지만 나이가 들수록 근육세포를 만드는 속도가 더뎌진다.


2016년 WHO는 노인성 근감소증을 새로운 질병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21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8차 개정을 통해 노인성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지정했다. 노인성 근감소증이 질병으로 인정됐지만, 아직 미국 FDA의 정식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없다.


주식은 꿈을 먹고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가 앞으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일반인들이 주식을 사고 결과적으로 주가가 오른다. 지금까지 기대했던 재료가 뉴스로 나타날 때 기대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고, 주가는 그날부터 폭락한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저서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주식을 사면 수면제를 먹고 몇 년간 자라고 조언했다. 어떤 주식에 투자하든 투자하기 전에 그 회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저명한 투자자 존 리는 자신이 투자하려는 회사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람에게 적어도 1시간 이상 그 회사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 수 1위를 다투는 질병이다. 환자 수가 많다 보니 제약, 바이오기업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는 효능이 좋은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환자 수는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1세대 화학 항암제에서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2세대 표적항암제, 인체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 진화해 왔다. 바이오벤처가 독창적이면서 유망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한국 바이오 분야가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건전한 바이오 선순환 구조, 튼튼한 바이오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책 소개

『신약 개발 전쟁』 이성규 지음. 2022.06.03. 플루토. 271쪽. 17,000원.

이성규.

연세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MBN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YTN 사이언스에서 과학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 『질병 정복의 꿈 바이오 사이언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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