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말 없는 비밀》

에필로그(최종회)

by 안서조

에필로그


신욱은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보였고, 창밖으로는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몸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깨어나셨군요. 며칠 동안 깊은 잠에 빠져 계셨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한국어였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달랐다.
복도에서 외국인 환자가 간호사와 대화하는데, 이번에는 분명 영어였다.
그 순간, 신욱은 미소를 지었다.


세계는 다시 언어의 다양성을 되찾은 것이다.


거리의 풍경

며칠 뒤, 그는 병원을 나섰다.


서울의 거리는 다시 다채로운 목소리로 가득했다.
명동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이 일본어로 흥정하고 있었고, 홍대의 카페에서는 프랑스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지하철 안에서는 중국인 학생들이 중국어로 대화했고, 한국인 아이들은 또렷한 한국어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각기 다른 언어들이 서로 부딪히고, 섞이고, 울려 퍼졌다.
그것은 혼란이 아니라, 조화였다.
마치 수많은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 같았다.


세계의 기념

유네스코는 ‘언어 복원 기념일’을 선포했다.
그날마다 세계 곳곳에서 축제가 열렸다.
파리에서는 시인들이 다시 프랑스어로 시를 낭송했고, 카이로에서는 아랍어로 된 고대 문헌이 다시 해석되었다.


교토에서는 서예가들이 한자를 쓰며 언어의 영혼을 기리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리고 몽골의 초원, 말 없는 바위 아래에는 여전히 작은 새싹이 자라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언어의 씨앗’이라 불렀다.
그 새싹은 바람에 흔들리며, 수많은 언어의 속삭임을 품고 있었다.


신욱의 자리

신욱의 이름은 공식 기록에는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르셀은 그의 이야기를 시로 남겼다.

파딜은 그의 이름을 상형문자로 새겨 돌에 새겼다.

아오이는 그의 말을 붓끝에 남겼다.


그리고 몽골의 샤먼은 초원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어를 되살린 자가 있었다. 그는 이름보다 기억을 택했고, 그 선택이 우리를 다시 다채롭게 만들었다.”


새로운 길

신욱은 더 이상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두렵지 않았다.
그는 이제 세계를 떠돌며, 사라져가는 언어들을 기록하고 지키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의 발걸음은 다시 초원으로, 사막으로, 바다 건너 작은 섬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지킬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칼을 스쳤다.
그 바람 속에는 수많은 언어의 속삭임이 담겨 있었다.
그는 미소 지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세계는 다시 다채로운 말들로 가득했다.
거리의 아이들은 일본어로 노래를 불렀고, 프랑스의 시인은 다시 시를 썼다.
이집트의 고고학자는 파피루스를 해석했고, 몽골의 노인은 초원의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 언어 속에는, 한 사람의 숭고한 노력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신욱이었다.


이제 그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살아 있었고, 그의 선택은 인류의 영혼 속에 남아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