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대패질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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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조립한 부재의 단차가 맞지 않을 때 대패로 깎아서 맞추곤 한다. 요즘 목공기계가 워낙 좋아서 샌딩 기계에 사포를 붙여서 단차를 맞출 수도 있지만 되도록 나는 대패를 먼저 사용하는 편이다. 대패를 쓰면 사포와 다르게 목재의 결을 자연스럽게 살리면서 보드랍고 매끈한 결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대패라 하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물건일 테고.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요즘에도 대패를 쓸 일이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현대 건축현장에서 보기 드문 손 공구가 되었다. 어쩌면 어떤 분들은 "대패"라는 단어를 들으며 대패삼겹살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다.(사실 "대패밥모양 삼겹살"이란 표현이 정확하게 묘사된 명칭일 것 같다. 대패질에서 나온 나무 밥이 마치 대패삼겹살처럼 딱 그렇게 생겼다) 그게 대패란 단어에 대한 더 친숙한 활용어일 것이다.



나도 목수를 직업으로 삼지 않았다면 대패를 쓸 일도 볼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저 중학교 때 기술교과 수업시간에 한두 시간 써본 게 대패를 마주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목수라 할지라도 가구를 만드는 목공방의 목수가 아니고 일반 인테리어 목수분들은 대패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천연 원목을 사용할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주로 다루끼라 불리는 한 지각(30 × 30mm) 두께의 각재나 합판, 석고보드 등을 사용하는 건축현장에서는 대패의 사용처를 찾기 어렵다.



나도 그런 건축내장용 목공일을 주로 하고 있었으나 좋은 기회가 닿아 원목을 다뤄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대패나 끌을 사용한 목공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가구들을 만들며 대패를 자주 활용하게 되었고 또 대패의 머리에 시선을 두고 일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대패로 목재를 다듬는 과정이 인생의 대인관계에서 서로 모난 부분들 다듬어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패질할 때 유의할 점


대팻날 높이를 과하지 않게 조정한다. - 대패를 뒤집어서 시선 앞에 편평히 두고 바라봤을 때 대팻날 보일 듯 말 듯. 마치 머리카락이 붙어 누워 있는 건지 착각할 정도면 적당한 것 같다. 날이 너무 높이 서면 목재면에 스칠 때 나뭇결이 깊이 파이게 돼서 마감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부재를 재생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을 소비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대상 부재의 결을 잘 파악한다. - 모든 나무는 나이테를 가지고 있고 나무의 결(섬유질)은 나이테를 따라 직교 방향으로 뻗어 있다. 주로 이 섬유질의 뻗은 방향을 타고 대패질해야 목질의 손상을 피하면서 미려하게 면을 다듬을 수 있다. 부득이하게 마구리 면에서 대패질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좀 더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다.



힘과 속도의 조절 - 모든 목공 기술에서 힘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전동공구의 발달로 손쉽게 재단과 조립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특정 부분에서 안정적인 작업과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수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수작업에서 목수는 필히 탄탄하고 균형 잡히게 힘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에 더해 대팻날의 진입부터 마침까지 한 스트로크를 당기는 동안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경로로 절도 있게 깎아낼 수 있어야 한다.



대패질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우리의 삶과 비교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런 관계는 작게는 부부관계, 가족관계부터 학교 선후배 관계, 사제관계, 직장동료관계 등 다양하다. 사람들이 완전한 존재라서 서로 부딪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누구나 부족하거나 과한 특성들이 있어서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고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랑과 동정심으로 그 모든 면을(거슬리는 면까지) 보듬고 사랑해주면 좋겠지만, 계속 함께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관계에서는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불쾌감을 주는 행동들을 모두 받아주고 살기는 어렵다. 그래서 결국 어떤 방식이건 각자들의 방식대로 상대방을 훈련시키거나 틀 잡으려 한다. 마치 대패로 모난 면을 깎아내는 것처럼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으로 상대방을 깎고 다듬으려 한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 아닌 보편적 견해로 봤을 때 특정한 면이 잘못 틀 잡혀 있다면 다듬어 주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이 주변 사람들과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도록 돕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다듬는 방식이 잘못되어서 역효과를 보거나 집단 관계가 와해되는 경우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잘못된 대패질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목질(나무의 조직)을 손상시켜서 흉한 상처를 남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다듬고 틀 잡아 주면 좋을까?



대패질할 때 유의할 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보자.


대팻날의 높이가 과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를 들어보지도 않고 단번에 잘못을 지적해서 싹을 잘라버리듯 접근하는 건 과한 대팻날로 부재를 깎으려 대드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은 아마도 곧 대팻날이 목질에 깊이 박혀 빠지지도 깎이지도 않는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다듬고 틀 잡을 때도 미세하게 조정된 대팻날처럼 상대방과 소통하고 관찰하면서 거부감이 없도록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주는 인내심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부재의 결을 파악하자- 목재 결의 직교 방향이나 옹이 부근에서 어설프게 대팻날을 넣으면 목질이 파이거나 찢기고 또한 힘만 낭비하게 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도 각자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달라서 우리가 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나 코칭 방식에 대해서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람도 각자 결이 다른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말의 표현이 다소 직설적이어도 조언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직설적 화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마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숙고하여 친절하고 부드럽게 전달해 줘야 좋은 결과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힘과 속도의 조절 - 대패를 비롯하여 목공공구들을 다루는 일은 숙련된 기술도 필요하고 다부진 힘도 받쳐줘야 한다. 간단히 말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나무(목재)를 다루는 일에서도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하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과 태도를 교정해 주고 다듬어 주는 일은 훨씬 더 많은 힘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일단 대팻날이 들어가기 시작한 후에는 신속하고 절도 있게 면을 처내야 고르게 면처리가 되는 것처럼 사람을 틀 잡아 주는 일도 너무 장시간 집요하게 논쟁하려들기 보다는 확신한 요점과 사실만을 가지고 간단명료하게 전달할수록 불쾌한 감정이 커지거나 불필요한 낙담을 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긴 논쟁은 자칫 잘못하면 핵심에서 벗어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평화롭고 발전적인 상호관계를 이루어 가는 것임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직업이 목수인지라 나는 하찮은 장도리 대패 톱 등에서 인생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다. 어찌 보면 지식수준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내가 가장 잘 이해하는 방식으로 가르쳐주는 훌륭한 교수법이 아닌가 싶다.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철물점 선반이나 목공소 연장통에서 대패를 보게 될 때 나의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들의 몇 줄이라도 떠올려 주시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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