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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드리아나 Sep 12. 2024

바다가 젤리로 변했다!

8. 지구 내부로 들어간 사람들

8. 지구 내부로 들어간 사람들


  “내 우주선에 온 걸 환영해! 난 플루오린이라고 해. 보통 ‘린’이라고 불러. 내가 너희들을 초대하고 싶었어.”

  “린? 네가 우리를 초대하고 싶었다고? 넌 우리를 알고 있니?”

  “응,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너희들의 존재를 알고 있어. 내가 너희들을 만나려고 의도했을 때 어른들은 무척 걱정했지만 조심하라며 응원해 주셨어.”


  린의 말투는 분명 우리말이긴 했으나 어딘가 살짝 어색한 부분이 느껴졌다. 공간에 익숙해지자 린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는데 린은 정말 커다란 눈에 맑은 눈동자까지 해리와 비슷하게 닮아 있었다. 다만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피부다. 린의 피부는 마치 밀랍인형의 피부처럼 점 하나 없이 깨끗하고 핏기도 없어 보였다. 여하튼 린의 말에 의하면, 해리와 라산을 끌어들인 건 린의 의도였고, 쇳덩어리는 린의 우주선이라는 것이었다. 우주선은 매우 작아도 최첨단 장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건 단지 이동수단이라고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공상과학영화에서 봤던 우주선 내부와 무척 비슷했다.


  사실 해리는 린의 손을 잡았을 때 뭔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한 느낌을 받았고 린도 비슷한 감정 상태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다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속이 울렁거리며 닭살이 돋고 얼굴이 파래졌다. 라산은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니 뽑히지 않았던 거지. 이상하다. 겉으로 보기엔 정말 작았는데!’부터 온갖 생각들이 뒤죽박죽 튀어나왔다. 린의 얼굴이 해리랑 닮았는데 린은 알고 있는 건지, 어떻게 우리를 알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몸이 묘하게 작아진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된 것인지, 지금 해리가 뭔가 불편한 듯 그러니까 속이 메스꺼워 토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라산의 의문점들을 파악한 듯 린은 해리와 라산이 원한다면 일단 자기 집으로 가면서 말해 주겠다고 했다. 해리와 라산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서 바로 고개를 끄덕여 승낙의 뜻을 보였다. 속이 울렁거려 이를 참느라 인상 쓰고 있는 해리에게 린은 몸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겪게 되는 증상인데 이제 곧 우주선을 벗어나 정상으로 돌아오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라산, 넌 괜찮아?”

  “응, 난 아무렇지도 않아. 린! 약은 없어?”

  “약이 없는데... 많이 힘들어? 조금만 더 참으면 그 증상은 곧 사라져.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린을 따라 우주선 뒤쪽으로 걸어가니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그 뒤편으로 또 다른 작고 길다란 로켓 모양의 우주선이 나타났다. 린은 해리와 라산을 태우고 자신은 조종석으로 올라가 앉은 후 몇 개의 버튼을 누르면서 “출발한다!” 소리쳤다. 이내 곧 굉음과 함께 로켓이 수직 낙하하듯 엄청난 속력으로 날아갔다. 사실 ‘날아갔다’라는 표현보다는 ‘암흑 속을 뚫고 들어갔다’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좀 더 정확하게는 땅속을 뚫으면서 들어갔다! 로켓이 발사되어 순간이동 하는 것 같은데 이외로 내부에 있는 해리와 라산에게는 흔들림이 전해지지 않아 신기했다. 무의식적으로 뭔가 쏠림현상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긴장했었던 몸은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정확하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조종석에 있던 린으로부터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었다. 우주선 속에 들어올 때 3차 단계별 압축이 있었다는 것, 압축은 세포의 크기를 초고속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곳 사람들도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 들어 2차 이상의 압축은 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라산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타고 있는 우주선은 주변 환경에 따라 캡슐 사이즈가 자동 변환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 지구 상부맨틀이라 우주선 외부는 엄청난 온도에도 녹지 않는 특수 재질로 안전하게 제작되었다는 것.


  해리가 라산에게 잠시 방송으로 린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고 말할 때 동그란 창문 밖으로 조그맣게 도시의 모습이 보였고 이내 곧 우주정거장이 아닌 기차역처럼 보이는 플랫폼의 모습이 보였다. 비행기 착륙 같은 느낌도 없었고 철커덕거리는 소음도 없었지만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이에 몸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는데 아마도 린의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리는 생각했다. 우주선 크기가 자동으로 변환된다는 것이 암흑 속에서 도시로 진입이 될 때 커진다는 걸 뜻하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몸도 정상으로 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해리의 울렁증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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