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aaS Maker's Gathering 후기

B2B를 만드는 사람들!

by min

지난 4월 26일, 강남역에서 진행된 B2B SaaS Maker’s Gathering에 다녀왔습니다. 링크드인을 통해 행사 소식을 알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PM, PO,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6분이 세션을 진행해 주셨는데요, 참여 전까지 행사 시간이 6시간이나 되어서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무 무관 B2B SaaS 제품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서 그런지 지루함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살짝 기대가 낮았던 개발자 세션마저(!) 흥미롭게 듣고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세션 3가지에 대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Sales Lead Growth에 대한 편견 깨기

버클의 박현범 님이 'SaaS 제품팀의 딜레마: 빠른 성장, 안정성 그리고 고객 중심 의사결정' 세션에서 PLG(Prodcut led growth)와 SLG(Sales led growth)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프로덕트 사이드에서 일하는 직군이라면 누구나 ‘제품 주도형 성장’에 대한 열망(혹은 집착일까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품 주도형 성장이 IT 기업, 스타트업의 사례와 성공 신화들 속 필수 요소처럼 퍼져있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팀에서도 제품 주도형 성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몇 번은 나왔었어요. 신입 때는 정말 ‘세일즈에서 오는 요구사항만 들어주는 것 아닌가?’ 혹은 '제품이 로드맵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오랜 기간 한 제품의 세일즈 과정을 지켜보고 제품을 업데이트하면서 세일즈와 제품 관계가 어디 하나에 종속되고, 일방적으로 리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선 제품 주도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번 세션에서 버클 팀이 엔터프라이즈급 고객을 타겟으로 잡고 고수익 고객에 집중하기 위해서 PLG에서 SLG로 변경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는 고수익 고객에게 집중하고 LTV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동안 제품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이러한 점을 다소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B2B 서비스의 경우, 의사결정권자의 Top-down 구매 방식을 고려할 때 데모, 세일즈, 그리고 긴밀한 고객 지원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번뜩 스쳐지나갔습니다.


이 부분은 세일즈에서 내려오는 요구사항으로 '아, 우리 너무 세일즈 위주로 제품이 흔들리는 거 아닐까?'라는 고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저에게 흥미로운 인사이트였어요. 그래서 세션 후 PLG와 SLG에 대해 좀 더 찾아보고, 제품을 디자인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SLG에서 중심을 잡는 법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PLG만 꿈꾸던 디자이너의 깨달음 →


프로덕트 디자이너인데, D3.js?

또 하나 재미있게 들은 세션은 야놀자(트러스테이) 조영권 님의 ‘Inegrating D3 with React’였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의 세션이었는데, 예상보다 더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D3.js는 이전에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함께 차트에 대해 고민하면서 찾아본 적이 있는 라이브러리였어요. 저희 서비스도 나름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차트로 시각화하는 일이 많은데요, 당시 한 차트가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해서 D3.js를 고려하게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D3.js가 자유도는 끝판왕급으로 좋은데, 커스터마이징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다소 번거롭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결국 D3를 쓸 만큼 복잡하게 그릴 필요는 없는 차트라는 결론이 났고, D3를 사용하여 구현한 차트를 보지는 못했었어요. 대신 한동안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놀리기(?)로 농담처럼 ‘D3로 만들어주세요’를 자주 써먹었죠. 그 이후 까맣게 잊고 있던 D3를 이번 세션에서 듣게 되니 괜히 반가운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중에 놀라웠던 것은 4개의 스케일을 가지고 있던 차트였습니다. 아파트 시세 차트였는데, 각기 다른 4개의 차트 데이터가 조합된 멋진 폼이었어요. 이런 차트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셨는지와, D3를 쓰는 방법을 3가지 말씀해 주셨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DOM 제어라던가 하는 구체적인 부분까지 개발자 수준으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확실히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하구나'라는 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요구사항에 맞게 내려온 디자인을 구현하려고 노력하시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커리어 초반에는 약간 욕심을 부려 디자인적인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프로덕트 전체 기획/디자인을 책임지면서 멋지고 화려한 것도 좋지만, 비즈니스와 유저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기술적인 가능성과 공수를 고려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번 발표를 들으면서 또 한 번, 개발자라도 "아, 이게 구현 난이도가 있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게 맞아. 시도해 보자"라고 생각하게끔,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데이터가 없다면, 다른 재료를 사용하자

AWS 유정연 님의 ‘프로이동러가 그동안 느낀 것 총 집합’ 세션은 이번 밋업에서 가장 기대하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행사 신청 동기 99%는 정연 님의 세션이었어요. 현재 제가 AWS 클라우드 관련 B2B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있기에 진짜 AWS에서 일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을 할까 정말 궁금했거든요.

정연님 세션에서는 회사 상황에 따라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디자인한 경험을 사례 중심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 네이버 웹툰, 링글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한 디자인 사례를 직접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셨습니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주어진 재료’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이론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마다 가지고 있는 재료가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조직은 GA 같은 정량적 데이터를 잘 갖추었을 뿐 아니라 스폰서 유저까지 확보하고 있을 수 있고, 어떤 조직은 정량적 데이터는커녕 실제 유저의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도 업무를 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너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었고, 고객 피드백이 바로 와서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었던 적도 있었거든요.


정연님 발표를 듣고, 설령 정량적 데이터나 리서치 자료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뭘까?'를 고민하고 정성적 데이터에 집중하거나 적은 데이터로도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가 없는 조직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그걸 해결하지 못할 엄청난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고 추진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기획자, UX 디자이너, 이제는 UX 엔지니어로 다양한 직함으로 일해오신 정연님의 경험과 사례는 디자이너로서 큰 도움이 되었고 배울 점이 많았어요. 흥미로운 발표 내용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발표 후에 질의응답도 잘해주셔서 그동안 궁금해하고 고민했던 부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딱 두 번의 밋업을 다녀왔는데요. 이전에 참여한 밋업은 디자이너만 모이는 행사였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직군이 섞인 행사에 대해 약간의 의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해 보니 오히려 같은 직군이 아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인사이트도 있었고, 네트워킹을 통해 PM, PO, 개발자분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회 차가 열린다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