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거리에서 깨달은 삶의 속도
스웨덴의 거리에는 고요가 있다.
그 고요는 정적이 아니라,
일상의 속도가 부드럽게 늦춰진 듯한 여유였다.
그들은 마치 시간과 다투지 않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라곰(Lagom)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상태.
지나치게 서두르지도, 게으르지도 않은 태도.
삶의 균형을 말하는 이 단어는,
스웨덴의 거리 곳곳에 배어 있는 듯하다.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카페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도 발을 구르거나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햇살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미소 짓고 있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기다림의 시간마저도 당연한 하루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기다림은 손해라는 공식은,
기다림조차 풍경이 되는 이곳
스톡홀름 거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빨리 차지하지 않아도 괜찮고,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듯한 그들의 여유는
마치 하루가 36시간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에서 운전을 하면 언제나 나는 조급했다.
초록색 신호가 언제 바뀔지 몰라 마음이 급해지고,
신호가 길어지면 금세 짜증이 차올랐다.
지각을 피하려고, 약속에 늦지 않으려고,
남보다 한 발 앞서 나가려고,
그렇게 매 순간 신호에 쫓기듯 서둘러왔다.
하지만 잠시 멈춘다고 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나를 앞지르던 차들이 더 멀리 가는 것 같아도
곧 같은 신호등 아래 나란히 서게 될 때도 있다.
스웨덴에서 마주한 풍경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꼭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걸까?'
신호 하나를 놓친다고 해서
내 하루가 무너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잠시 멈춘다고 해서 인생의 궤도가
뒤집히는 것도 아니다.
신호는 다시 바뀌고, 길은 여전히 이어진다.
나는 이제 안다.
조급함 속에 나를 몰아세우는 건 상황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마음이라는 것을.
빨리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고,
줄이 길어도 괜찮으며,
오늘 못한 일은 내일로 미뤄도 괜찮다.
삶은 그렇게 적당히, 그러나 충분히 흘러간다.
이제는 신호에 걸리면 창문을 연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누군가는 급히 뛰어가고,
누군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짧은 다리로 총총걸음 내딛는 강아지.
각자의 속도 속에서 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본다.
차창 너머 스치는 바람을 깊게 들이마시며,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빨간불은 언젠가 초록불로 바뀌고,
길은 다시 이어진다.
멈춤조차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라곰,
내 안에서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지금 멈춰도,
곧 다시 초록불이 올 테니까.”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딱 좋은 만큼의 삶.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