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감사는
처음부터 또렷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이루어서도 아니고,
특별히 잘 풀린 날이 많아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기쁨과 슬픔, 두려움을 모두 지나온 뒤에야
조용히 남아 있던 감정이었다.
돌이켜보면
올해의 나는 자주 흔들렸고
자주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항상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 옆에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들어주던 사람,
괜히 안부를 묻던 한 문장,
힘들 때마다 나를 다시 붙잡아주던
익숙한 일상의 리듬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모든 것이 감사였다.
감사는
늘 고개를 숙여야만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라
지나온 길을 천천히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 같은 것이었다.
올해의 감사는
“고맙습니다”라는 말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는 문장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오늘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잘 버텼다고,
함께해 줘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