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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쓰비 보름달 Nov 22. 2022

노가다 갤러리아

10월 29일

전역 후 오래간만에 현장에 출근했다. 요즘은 노가다 판에도 중개어플이 생겨서 전날 신청 후, 7시 이전에만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퇴근시간은 16시 반이 기준이지만 오늘 나간 현장은 4시에 끝나서 감격스러웠다. 오자마자 아침밥을 먹여서 불안했다. 도대체 뭘 시키려고 아침도 먹이는지. 물론 고등어조림과 계란후라이가 나와 불안을 안고 맛있게 먹었다. 후라이는 두 개 먹었다.

군침도는 현장 아침식사


사실 고덕이나 이천현장 같은 실내 노가다를 주로 해온 입장에서 아파트 현장에서의 야외 노가다는 무척 벅찼다. 마스크와 두건을 가지고 갔지만 따가운 햇빛은 뒷덜미를 데웠다. 오전에는 포크레인과 함께 작업하면서 전기선과 인터넷선을 굴착과정에서 이리저리 치워주는 작업을 했다. 흙산을 맨손으로 오르는 일이라 흙이 신발과 바지에 다 들었갔다.. 하지만 날씨도 좋고 그렇게 땀날정도로 힘들지는 않아서 우려한 것보다는 좋았다. 하지만 밥을 먹고 지하 4층의 흙 평탄화 작업, 일명 나라시를 치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가뜩이나 땀이 많이나는 체질이라 떨어지는 땀에 안경을 쓸 수가 없었다. 동시에  지하 4층을 오갈 때 약 10m정도를 끈 하나 잡고 오르내리는데 그 와중에 갈쿠리와 호미까지 가지고 다녀야 했다. 이때부터 산재의 위험을 느꼈지만 어쨌거나 4시에 일이 끝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갔다.

포크레인과 함께한 오전 꿀작업

오늘 현장에서 느낀점은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굉장히 많은 부분 조선족내지는 중국인에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일하다 보면 한국어만큼이나 중국어가 들리고 헬멧에 붙은 이름을 보면 ‘마해룡’, ‘위건’ 이런 식의 중국식 이름이다. 심지어 우리 팀원 중에는 ‘우기’씨도 있었다. 잘만 찾아보면 '장원영'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정부는 일손이 부족한 시골과 조선업에 일선 배치하는 것을 목적으로 11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E-9비자로 입국시켰다. 개인적으로 내가 오늘 만난 이들은 H-2 비자로 입국한 조선족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합법적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10명중 9명이 H-2 비자를 가진 이들이다. 사실 처음 H-2 비자를 풀어줄 때만 하더라도 국내 건설업계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2022년, MZ세대의 외면속에 건설업은 우리가 비하하는 중국동포 내지 조선족들에게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과거 건설업계의 주장대로 갔다면 근로자의 임금이 올랐을까? 아마 임금이 올랐더라도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넷상에서는 중국인을 비하하기도 하고 조선족의 의료보험 적용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현재처럼 건설경기가 좋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1조에 육박하는 강남한복판 아파트를 한국에서 멸시받는 이들이 협업하여 짓는 것은 아이러니, 오늘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던져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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