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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11. 2021

제주도에는 쌍무지개가 뜬다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무지개

  "언니, 형부 나와 보세요."

  금요일 퇴근후, 제수씨라고 부르는 이웃 여자분이 우리 부부를 다급하게 불렀다. 무슨 일인가 나가 보았더니

  "저기 무지개 한 번 보세요. 지금까지 봤던 무지개 중에서 가장 선명해요."

라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금요일 퇴근 후, 하늘에 뜬 무지개

  우와~! 아내와 나는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하늘에 무지개가 떠있었다. 그것도 너무나도 선명하게 쌍무지개가 떠있었다. 

  제주도에 이주한 후, 우리 가족은 무지개를 종종 보았다. 서울에 살 때는 무지개를 본 기억이 없는데, 제주도에서는 무지개가 자주 떴다. 아직 환경오염이 덜하고, 공기가 깨끗해서인지 비가 오고 화창하게 날이 개일 때면 무지개가 종종 떴다.

  "아버지께서 또 좋은 소식을 보내주시려나 봐."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와 나는 무지개를 볼 때면 3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난다. 제주도에 내려온 첫해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나는 아버지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것이 이제까지 내 인생 최대의 한이 되었다. 무사히 장례를 치러드리고, 허망한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가려 할 때 하늘에 선명하게 무지개가 떠있었다.

  '무지개는 돌아가신 분이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라는 말이 있는데......'

  무지개를 보며 아버지께서 편안히 하늘로 올라가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무지개를 보았다. 작년 1월 말, 다시 본 임용고시 최종 합격자 발표 전날에 운전하고 가는 차안에서 선명한 무지개를 보았다. 그날 무지개는 신기하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우리를 따라 다녔다. 

  "여보, 내일 합격인가 봐. 아버님께서 보내주신 무지개 같아."

  아내가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합격했다. 

합격자 발표 전날 뜬 무지개

  그후로도 내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무지개가 떴다. 내가 제주도에 정식발령이 나기 전에도 무지개가 떴다. 어머니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대전에 올라가기 전날에도 무지개가 떴다. 대전에서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가며 내가 말했다.

  "어머니, 아무 일 없을 거에요. 아버지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무지개를 보내주셨거든요."

  어머니 손을 잡고 나는 이렇게 말했고, 담당의사는 괜찮으니 약만 잘 복용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어떤 소식을 전해주시려고 무지개를 보내셨을까?"
  너무도 선명한 쌍무지개를 보며 아내에게 물었다.

  "이제 제주도에서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잘 살라는 뜻 아닐까?"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도에 살면 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다. 저마다 무지개를 보며 드는 생각은 다르겠지만, 나는 무지개를 보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한다.


  나에게 무지개는 아버지가 내려오시는 길이며,

  걱정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위로이자 격려이다.

  무지개가 뜨면 지금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잘하고 있어. 잘 살고 있어."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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