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로, 100살까지 살 계획입니다 (…)
( 참고로, 가이드를 만나기 전의 일입니다. )
“ 일본에 워킹 가보고 싶어. 그런데 혼자 가긴
무서우니 당분간 같이
일본에 가줘, 언니. ” 라는 동생의 말에
오사카로 가게 되었습니다,
… 만, 걱정이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
한국은 평범한 (?) 영들이 대부분인데
일본은 재해가 많아 갑자기
사고를 당한 분들이 많아서인지
무서운 영들이 많다, 는 글을 보았습니다.
에엑 …
한참 유체이탈로 매일 룰렛 돌리듯 영들을
조우했던 시절이라 아아 괜찮을까
이 시점에 일본을 가도,
그치만 오사카? 다코야끼? 두근거리잖아
딱히 내키지는 않는데 뭐 동생이 가달라고 하니까
그녀의 심신 안정을 위해 같이 갈 수밖에 없겠군
흠흠
케이지를 싸서 오사카행.
... 이지만 역시 첫날부터 ( 아마 공항에서부터 )
무서운 영에게 찍혔습니다.
당시 유체이탈을 하면 영체가 파괴돼도
몸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회복,
그 굴레를 쳇바퀴 돌듯 돌고 있었는데,
그날 밤 여자 영이 하나 왔습니다.
영들은 에너지체라 바로 그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데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습니다.
그리고 방울 소리와 함께 물결이 퍼지듯,
파동이 퍼지며
저쪽에서 다른 영들의 소곤거림이 들렸습니다.
' 아 ... 불쌍하다. 하필 저 여자한테 찍히다니 ...
웬만한 무당이 와도 저 여자는 못 이겨 … 죽을 거야 ... 소곤소곤 '
느낌상으로 아직 신내림을 받기 전인,
공부 중인 영들이 소근거리는 소리 같았습니다.
그 무서운 여자 영은
영체를 파괴해도 다시 회복,
죽지 않는다는 여자 (나) 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찍은 듯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볼까? 하고.
여자는 작정한 듯 내 머리를 가르려고 했는데
레일에 몸이 찢긴다던지,
손에 폭탄이 쥐어져 펑, 하고 터진다든지
영체가 파괴되는 일을 하도 당해서
좀 괴롭긴 해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랄까 할 수 있는 일이 버티는 것 밖에는
그것보다
혹시나 동생과 나를 헷갈려
동생을 공격할 까봐
동생을 매일 안쪽에서 자게 했습니다.
다음 날도 그 영은 찾아왔고,
물론 이런 일은 가족에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견뎌왔기에
아침이 오면 잘 잤어?
된장국 끓일까?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찾아왔는데
여자 영도 ' 이게 아닌데 뭐지 ‘
' 머리를 갈랐지만
아침이 되면 멀쩡하게 된장국을 끓이는 저
기묘한 여자는 뭐지 ‘
싶었는지 딱 일주일을 채우더니 (?)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별 탈 없이 (?) 일본에서 한 달 정도
다코야끼를 흡입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쯤 되니 저쪽 세계에서는
' 아니 ( 영체가 파괴됐었는데 )
왜 아직 살아 있는 거야? ' 라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내가 묻고 싶다 이것들아
저도 점점 지쳐가는 상태가 되었고,
그러다 어느 날 검은 삿갓을 쓴
저승사자 같은
사내가 찾아왔습니다.
' 너는 이제 (정말) 죽었어. 가자. '
라고 했습니다.
당시 영체의 끊임없는 파괴와 회복에
지쳐있던 상태라
' 아, 드디어 죽을 수 있겠구나 '
'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겠구나' 라고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일정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돌아오라는 신호와 함께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다시 몸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다시 그가 왔었는데
여전히 힘든 상태였고
그때는 딱히 살고 싶지도,
죽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 년 후에 그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심신을 많이 회복한 상태였습니다
세계가 조금씩 반짝이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연애를 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발끈해서 버럭, 소리를 쳤습니다.
싫거든요? 살 거거든요? 내가 왜 죽어!
이제 나도, 행복하게 살 거거든요?
못 가, 아니 안 가!
그러자 그가
처음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고.
몇 년 전부터 살고 싶다, 는
네 그 한마디를 기다렸다고.
앞으로 그 마음을 잃지 말고 살아가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삶이란, 보이지 않는 영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내 고통을 지켜보면서,
내가 회복되기를 기다렸던 그.
삼 년 동안 무슨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찾아왔던 걸까요.
한 번은 어떤 사내의 영이 찾아와
아무 말 없이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누구세요? 물어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저 하염없이 바라볼 뿐.
삼 일째 되던 날 갑자기
뚝 뚝 눈물을 흘렸습니다.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지금은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해 보면 고통을 받는 와중에도
과분한 마음을 받았구나, 생각합니다.
슬픔 속에서도
빛은 흐르고,
역시 난 복 받았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물론 당시에는 다 그만두고 싶었지만 )
그 후로 몇 년이란 시간이 더 지나
저는 시인으로 등단을 하고,
가이드를 만나고,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보이지 않은 많은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오랫동안 고통이었던 일들을
이렇게 감사하며
쓰게 된 것도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요.
탈도 많고 지독한 일들도 많았지만,
많은 감사함을 느끼는 이번 생입니다.
*
고로, 저는 100살까지 (?)
살 예정입니다,
아니, 가볼 수 있는 곳까지 가볼 예정입니다.
*
한 번뿐인 이 생,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 싶은 걸 해보지 않으면,
정말 내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너무 억울
아깝잖아요.
*
고로,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우주. ❤
*
그림 - 류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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