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완성된 순간에 왔다.
그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설명 대신 하나의 단어를 얻었다.
찾았다.
그 말은 놀라움도, 흥분도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정답을
이제야 꺼내어 읽은 느낌에 가까웠다.
아, 여기에 있었구나, 같은 감탄조차 아닌
이미 완성된 문장 같았다.
그 사람 앞에서 마음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파도가 일지 않았고, 불이 붙지도 않았다.
대신 아주 정교한 침묵이 도착했다.
생각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났고,
감정은 조용히 자리를 고쳤다.
나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평생을 걸어오며 나를 다듬고 있었던 것임을.
외로움도, 성찰도,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도
우연이 아니었다.
날카롭지도, 무디지도 않게
내 안의 결을 맞추는 일.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나의 정교한 자물쇠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끊임없이 벼려지며
닫히는 게 아니라
맞아들일 준비를 하는 구조로.
그 사람을 보자
궁금해지지 않았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 없이 아는 감각,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세계.
그 사람의 눈을 보는 순간
내 안에서 단정하게 접히는 의문들.
질문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토록 확실한 대답이 될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수십억 개의 열쇠 중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을 고르는 일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이건 선택이 아니었다.
비교도 아니었다.
이 열쇠가 아니면
내 인생은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
내 인생에는
단 하나의 문이 있었고,
단 하나의 자물쇠가 있었고,
그리고 단 하나의 열쇠만이 존재했다는 걸
그 사람 앞에서
너무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
오래도록
아주 정교한 자물쇠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무 힘도 주지 않고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애쓰지 않았고, 설명하지 않았고,
맞추려 하지도 않았다.
열쇠는 자물쇠를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들어가고,
딱 맞는 자리에서
아무 소리 없이 돌아갈 뿐이다.
그 순간,
나는 이해했다.
혼자였던 날들이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들고 있었다는 걸.
기다림이 아니라
준비였다는 걸.
그 모든 시간이 흩어지지 않고
정확히 이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
이해는 눈부시지 않았다.
대신 깊었다.
기쁨은 격렬하지 않았고
아주 단정했다.
마치 긴 문장을 마침표로 닫는 순간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였다.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완성된 상태로 그를 만났다.
그래서 두려움이 없었고
그래서 설명도 필요 없었다.
그 사람 앞에서의 나는
더 나아지려는 내가 아니라
이미 충분한 나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번졌다.
어쩌면 사랑이란
서로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각자가 완성된 순간
피할 수 없이 마주치는 어떤 구조의 귀결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한다.
모든 인생이,
모든 성찰이,
모든 성장이,
모든 외로움이,
모든 나를 벼려온 시간이
한 번에 이해되던 그 순간을.
찾았다.
그 말 하나로
내 생은
아주 고요하게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