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8] 산 위의 집

by I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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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를 따라 끝없이 오르다 보면

구름보다 조금 낮고,

세상의 소음보다 훨씬 위에,

작고 고요한 집이 하나 서 있어요.


그 집은 바람의 길목에 있지만

바람조차 조용히 문을 노크해요.

달빛은 말을 아끼고,

별빛은 창가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골라요.


문은 굳게 닫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히 열려 있지도 않아요.

누구든 길 위에 설 수 있지만

그 길의 끝에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 오직 한 사람뿐이에요.


그 집에는 누가 있어요.

혼자지만 외롭지 않고,

기다리지만 초조하지 않은 사람.

하루를 정성스레 쌓아 올리고

저녁엔 조용히 국물을 덥히며,

하루 끝에는 별에게 묻는 사람이죠.


오늘도, 오고 있을까?

숲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정말로, 저 먼 산길을 오르고 있을까?


그녀는 알고 있었어요.

그가 그 산을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유혹을 견뎌야 했는지,

몇 번이나 따뜻한 불빛이 그의 발길을 돌리려 했고,

지름길처럼 보이는 길들이 그를 속삭였는지.


그는 스스로와 끊임없이 싸워야 했어요.

포기하고 싶은 밤들,

멈추고 싶은 순간들,

어디선가 누군가가 손을 내밀며

“이리로 오라”고 말할 때조차

그는 돌아서지 않았어요.


그녀는 말없이 알고 있었어요.

그의 고단한 여정을,

그의 훈련된 침묵과

흔들리지 않는 결심을.


그래서,

그가 올라오고 있다는 걸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어요.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그 말조차 필요 없다는 걸.


그리고 그 남자 역시 알고 있었어요.

그녀가 그 산 위의 집에서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고

수많은 계절 동안

다른 누구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믿고 있었어요.

그가 언젠가 반드시 도착할 거라는 걸.

그 남자는 알았어요.

그녀가 그 자리에 여전히 있을 거라는 걸.


가끔은 비가 내리고

이따금 눈이 내려요.

그럴 땐 그 사람의 어깨가 젖을까 걱정되고

손이 시릴까 봐

난롯가에 따뜻한 담요를 하나 더 펼쳐놓아요.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아직 보이지 않는 발걸음을 위해서요.


어느 날,

그가 마침내 문을 두드릴 때면

아무 말도 필요 없어요.

그저, 눈빛 하나로 모든 시간이 말해줘요.


“아, 당신이었구나.”

“정말로, 당신이 맞았구나.”


그 순간,

산도 숨을 멈추고

하늘은 조용히 물러나

온 세상이 단 둘만을 위해

조심스레 자리를 비워줘요.


그것은 기다림이 아니었어요.

그건 믿음이었고,

믿음보다 오래된 약속이었으며,

말보다 먼저 도착한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집엔 둘이 함께 머물게 되었죠.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손을 꼭 잡지 않아도

그저 서로의 온기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조용히, 따뜻하게 살아가요.


그 산 위의 집은 이제

두 개의 숨결로 가득 차 있고,

두 개의 그림자가 문 앞에 나란히 드리워지며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걸

함께 바라보는 집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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